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0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에서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0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에서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과 관련해 ‘조건부 특검’ 수용을 시사했다. 그간 야당의 특검 요구에 ‘시간 끌기’라고 반대하면서 검경의 철저한 수사에 방점을 찍어온 것과는 다소 결이 다른 입장이다.

이 후보의 이같은 발언에 민주당도 야권과 협의를 통해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특검법 도입을 서두르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 후보의 ‘조건부 특검’은 대장동 의혹으로 지지율 고전을 겪고 있는 국면을 전환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 이재명 “검찰수사 미진하면 특검”

이 후보는 10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검찰의 수사를 일단 국가기관이 하는 일이니 지켜보되 미진한 점, 의문이 남는다면 특검이든 어떤 형태로든 더 완벽하고 철저한 진상 규명과 엄정한 책임 추궁이 필요하고 그 점에 전적으로 공감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이 후보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검사 시절 부산저축은행 사건 부실수사 의혹 △곽상도 아들 50억원 퇴직금 및 박영수 전 특검의 친척이 운영하는 분양대행업체에 간 100억 등 자금흐름 조사 △공공개발 방해 및 배임적 민간 개발이익 투자배분 설계 등이 특검의 수사 대상에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장동 의혹과 고발사주 의혹을 ‘동시 특검 하자'는 윤 후보의 주장에 대해선 “이건 수사권 쇼핑을 위한 꼼수”라고 선을 그었다. 이 후보는 “특검을 빙자해 수사 회피, 수사 지연 목적을 달성하려 한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며 “(대장동 의혹과) 직접 관련이 없는 윤 전 총장 본인, 가족의 부정부패는 지금 단계에서 검찰의 엄정하고 신속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했다.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도 이날 국회 운영위원회 후 기자들과 만나 “검찰이 그동안 자금의 사용처나 이런 데에 대해서 철저한 수사를 못 하고 있는 데 대해서 대단히 유감스럽다”면서 “검찰 수사가 미진해서 특검을 도입해야 한다고 하면 여야 협의를 통해서 특검법 협상을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야당의 ‘특검 즉각 도입’ 주장에 대해 “야당의 요청을 받아보겠다”고 했고, 대화를 할 의향을 밝혔다. 

◇ 지지율 추격과 야권 공세 포석

이 후보와 여당의 기류 변화는 본선 레이스 초반의 지지율에서 윤 후보에게 밀리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윤 후보가 컨벤션 효과를 타고 이 후보와의 지지율 격차를 벌리자, 추격을 해야 하는 이 후보로서는 초반 판세의 불리함을 타개하기 위해 돌파구로 ‘조건부 특검’을 제시한 것이다. 

실제로 ‘대장동 국감’을 끝냈지만 해당 이슈에 대한 국민의 인식은 이 후보에게 그리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리얼미터가 지난 8~9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대장동 의혹이 대선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응답은 58%인 반면, ‘고발 사주 의혹’은 33.1%에 그쳤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에 여권은 대장동 특검을 수용하는 모양새를 취해 ‘이재명은 잘못이 없음’을 보여줘야 하는 상황이었다. 

박시영 윈지코리아컨설팅 대표는 이 후보의 조건부 특검 제시에 대해 “본인이 떳떳하다는 인상을 강하게 심어줬다”면서 “현재 검찰수사의 문제점을 짚어냈고, 특검의 (수사가 필요한) 범위를 곽상도, 하나은행, 박영수, 국민의힘 방해책동 등으로 밝혀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윤 후보의 대장동 연루 의혹을 부각시키면서 야권을 향한 역공의 포석을 깐 것으로 보인다. 이 후보는 관훈토론회에서 “윤석열 후보께서 이 사건 주임 검사일 때 대장동의 초기 자금 조달 관련 부정 비리를 알고도 덮었다는 문제 제기가 있다”며 “이 역시 특검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또 윤 후보가 대장동에 연루됐을 것이라는 의혹 제시는 ‘물타기 전략’이라는 해석이다. 윤 후보의 약점이 될 수 있는 ‘고발사주 의혹’은 대장동에 비해 여론의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에 이 후보는 대장동과 윤 후보의 연관성을 제시하며 △야권에 대한 공세 △대장동 이슈 희석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노린 것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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