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위한 임시 국무회의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위한 임시 국무회의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사흘 만에 1기 내각의 절반 가량을 임명했다. 이전 정부의 사례를 감안하면 아주 빠른 속도로 구성하는 셈이다. 다만 남은 장관 후보자 임명과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인준안 통과가 관건이다. 

◇ 국무회의 위해 박진·이상민 임명 강행

윤 대통령은 12일 박진 외교부 장관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임명을 강행했다. 박 장관과 이 장관은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 이종섭 국방부 장관 후보자 등과 함께 국회에서 청문보고서 채택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국무회의 개의를 위한 정족수(11인)를 채우기 위해 박 장관과 이 장관을 임명했다. 이날 오후 3시 열린 첫 국무회의에서 59조4,000억원 규모의 윤석열 정부의 첫 추가경정예산안이 의결돼야 했기 때문이다.

민생 경제 회복을 강조하고 있는 윤 대통령으로서는 추경안 제출이 시급한 과제인 셈이었다. 이에 이날 국무회의 개의 전 장관이 임명된 부처는 외교부·행안부·기획재정부·과학기술정보통신·국방부·환경부·고용노동부·농림축산식품부·해양수산부 등 총 9개 부처였다.

그리고 이날 오전 국회에서 청문보고서가 채택된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와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의 경우, 보고서 송달이 늦어져 국무회의 개의 전에 임명되지 못했다. 이에 국무회의 개의 정족수가 모자랐고, 전 정부 국무위원 중 2인(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이 참석해 국무회의가 열리게 됐다. 

만일 이날 내로 윤 대통령이 이영·이창양 장관 후보자를 임명하게 되면, 대통령 취임 사흘만에 18개 부처 장관 중 11개 부처 장관을 임명하게 된다. 이명박 정부는 17일 만에, 박근혜 정부는 51일 만에 내각 구성을 완료했다. 문재인 정부 1기 내각 완성에 195일이 걸렸다. 3명의 장관 후보자가 낙마하면서 이같이 오래 걸린 것이다. 이에 비하면 윤석열 정부의 1기 내각은 빠른 시간 내에 구성을 완료할 가능성이 높다. 

◇ 한덕수 인준·남은 장관 임명이 과제

문제는 남은 장관과 한덕수 총리 후보자의 거취다. 윤 대통령은 청문보고서가 채택된 부처 위주로 장관을 임명해왔다. 그러나 남은 후보자들에 대한 더불어민주당의 거부감이 높기 때문에, 이들의 임명을 강행할 경우 정무적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민주당이 자녀 편입 의혹을 제기한 정호영 후보자나 개발 특혜 의혹을 받고 있는 원희롱 후보자가 이날 임명되지 않은 것도 정무적 부담 때문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윤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전 정부에서도 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된 장관이 32명이었기 때문에, 여소야대 국면인만큼 윤 대통령 역시 같은 선택을 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다만 여야 이견으로 청문보고서 채택이 무산된 한동훈 후보자나, 야당이 고발하겠다고 공언한 정호영 후보자를 임명할 경우 정국 경색의 뇌관이 될 수 있다. 

가장 큰 문제는 한덕수 총리 후보자다. 국무총리는 국회에서 인준을 받아야 하는데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민주당의 동의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한덕수 부적격’ 판정을 고수하고 있다. 또 이날 윤 대통령이 박진·이상민 장관 임명을 강행하면서, 한 후보자 인준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만약 윤 대통령이 민주당의 반발에도 나머지 장관을 임명한다면, 민주당이 이를 빌미로 한 후보자 인준안을 통과시키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민주당 역시 미묘한 기류 변화가 감지되고 있어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 앞서 한 후보자 인준에 대해 “국회 인준까지 갈 것도 없다. 즉각 자진 사퇴하라”고 했던 민주당이 이날 “청문회 결과와 국민여론을 반영해 의원총회에서 결정하겠다”고 입장을 바꿨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입장을 선회한 것은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어서다. 최근 검찰 수사권 분리 법안 처리 과정에서 ‘입법 독주’라는 비판을 받았기 때문에, 총리 인준에서도 정권 초 ‘발목잡기를 한다'는 인식을 국민들에게 심어줄 수 있다. ‘발목잡기’ 프레임에 휘말릴 경우, 민주당은 6·1 지방선거에서 부정적인 결과를 받게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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