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가결을 두고 더불어민주당이 혼란에 빠졌다. 친명계는 가결표를 던진 의원들에 대한 색출은 물론 징계까지도 시사하고 나섰다. / 뉴시스
이재명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가결을 두고 더불어민주당이 혼란에 빠졌다. 친명계는 가결표를 던진 의원들에 대한 색출은 물론 징계까지도 시사하고 나섰다. /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이재명 대표의 체포동의안 가결을 두고 더불어민주당 내분이 극심하다. 지난 2월 체포동의안 표결 국면에서 대거 이탈표가 나온 데 이어 전날(21일)에는 아예 ‘가결’되자 친명계는 격앙했다. 가결표를 던진 의원들에 대한 보복도 예고했다. 다만 이번 표결로 드러난 민주당의 갈등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22일 민주당은 전날 체포동의안 표결을 두고 후폭풍을 겪고 있다. 체포동의안 가결에 책임을 지고 박광온 원내대표를 비롯한 원내지도부가 일괄 사퇴했음에도 분위기는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 대표와 박 원내대표 모두 자리를 비운 상황에서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는 정청래 당 최고위원이 주재했다. 정 최고위원은 이날 회의에서 “같은 당 국회의원들이 자기 당 대표를 팔아먹었다”며 격앙된 모습을 감추지 않았다.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은 전날 국회 본회의에서 149표의 ‘가결’로 통과됐다. 정치권에서는 가결에 표를 던질 인원을 최대 120명(국민의힘 110명‧정의당 6명‧시대전환 1명‧한국의 희망 1명‧친여권 무소속 2명)으로 추정했다. 이러한 셈법에 따르면, 사실상 민주당 내에선 29명이 이탈표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 기권(6표)‧무효(4표)를 포함할 경우 이탈표는 39표까지로도 추정할 수 있다.

친명계는 이러한 표결의 책임을 당장 비명계로 돌렸다. “배신자”, “차도살인” 등 격한 발언이 이어졌다. 일각에선 이를 비명계의 ‘기획 투표’라고 보기도 했다.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 인터뷰에서 “조직된 세력이 기획투표를 통해 당 대표를 흔든 것”이라며 “자신들의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가결표를 던졌다고 볼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했다. 

친명계를 중심으로 가결표를 던진 이들을 색출해야 한다는 주장도 이어지고 있다. 내부적으로 결론을 내린 것과는 다른 행동을 보인 것 자체가 ‘해당 행위’라고 규정했다. 이러한 주장의 끝은 이들에 대한 ‘징계’로 이어졌다. 친명계 좌장인 정성호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이런 해당 행위자들을 용서해선 안 된다”고 했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이날 회의에서 “전 당원의 뜻을 모아 상응하게 처리될 것”이라고 했다.

◇ 영장실질심사 분수령 되나

당 지도부와 친명계 인사들이 압박의 수위를 높이는 가운데 민주당 내부의 긴장감도 높아지고 있다. 이른바 개딸로 불리는 강성 지지층이 직접 색출 작업에 나선 가운데, 지목된 의원들은 자신들의 부결표를 인증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목소리를 낸 비명계 의원들은 체포동의안 표결은 이 대표의 약속이었다는 점을 짚었다. 김종민 의원은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핵심은 원칙적으로 국민과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상민 의원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중요한 현안에 대해 또 약속을 뒤엎으면 국민들한테 뭐라고 약속하나”라고 했다.

민주당이 사실상 양분된 상황에서 당의 갈등은 점점 더 깊어질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법원이 오는 26일 이 대표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진행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결과에 따라 계파 갈등은 새 국면을 맞을 것이란 전망이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전날 표결은) 표를 던짐으로써 (비명계가) 일단 행동을 한 번 보여준 것”이라며 “이 대표가 만약 구속이 되는 상황이 오면 비명계가 가만히 있지 않고 아마 사퇴론을 더 강력하게 주장할 것”이라고 했다.

물론 친명계에선 “이 대표의 사퇴는 없다”며 버티고 있다. 오히려 이 대표를 중심으로 한 결집에 힘을 쏟고 있다. 이러한 갈등 국면 속에 당 안팎에선 분당(分黨) 가능성도 고개를 들고 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공천 문제까지 얽혀 있는 만큼, 화합을 위한 돌파구를 찾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박창환 장안대 교수는 이날 통화에서 “(구속영장 기각 시) 이 대표가 돌아와서 소위 마녀사냥을 하거나 이런 경우가 아니라면 분당까지는 가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이 대표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민주당이 무너지면 검찰 독재의 폭압은 더 거세지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며 “이재명을 넘어 민주당과 민주주의를 국민과 나라를 지켜달라”고 했다. 그러면서 “당의 모든 역량을 하나로 모을 수 있다면 우리는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며 “더 개혁적인 민주당, 더 유능한 민주당, 더 민주적인 민주당이 될 수 있도록 사력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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