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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신냉전’] 한국 외교력 시험대 올랐다
[미중 ‘신냉전’] 한국 외교력 시험대 올랐다
  • 서예진 기자
  • 승인 2020.05.29 18: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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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휴전'을 선언한 지 약 한 달 만에 양국의 무역전쟁이 확전일로로 치닫고 있다. /뉴시스
미중 갈등이 끝나기는커녕 '신냉전'이 본격화할 기미를 보이자 한국 정부도 대응책을 두고 고심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미중 갈등이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최근 홍콩 국가보안법(홍공보안법)을 둘러싸고 미국과 중국이 ‘신냉전’을 본격화할 기미를 보이면서 한국 정부도 대응책을 두고 고심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을 제외한 ‘반중 경제블록’인 경제번영네트워크(EPN) 동참을 우리 정부에 제안했고, 중국은 ‘달러로부터의 독립’ 욕구를 드러내는 디지털화폐 시범운영을 시작했다. 

중국은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연례회의 마지막 날인 지난 28일 홍콩보안법을 압도적인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홍콩보안법 통과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책임을 두고 갈등을 빚고 있는 미중 관계를 더욱 악화시킬 전망이다.

미국 정부는 홍콩보안법과 관련해 중국에 대한 조치가 있을 수 있다고 시사했다. 미국이 홍콩에 부여해온 관세 면제 등 특별혜택을 취소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미국은 1997년 홍콩 반환 이후에도 경제·통상 등 분야에서 홍콩에 중국 본토와 별개로 특별 지위를 인정해왔다.

중국이 미국의 반발을 예상하면서도 홍콩보안법을 통과시킨 이유는 '홍콩 통제' 때문이다. 미국과의 갈등을 피할 수 없다면 오히려 지금의 상황을 이용해 홍콩 통제를 관철시키는 게 이득이라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앞서 미중은 무역전쟁을 벌이며 관세 폭탄을 주고받더니, 코로나19 확산 이후에는 확산의 책임을 서로에게 돌리며 갈등의 폭을 더욱 높이고 있다. 최근에는 남중국해와 대만 해협 인근에서 군함과 전투기를 배치해 긴장을 고조시키기도 했다.

미중 갈등이 ‘신냉전’으로까지 격화될 조짐을 보이자 곤혹스러운 것은 주변국들이다. 특히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줄타기’ 외교를 해왔던 한국 역시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미국은 홍콩보안법 표결을 하루 앞두고 동맹국 외교 관계자들을 불러 법안의 문제점을 설명했다. 한국 관계자도 이 자리에 참석했다. 이에 질세라 중국도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는 지난 24일 중국 관영 CCTV와의 화상인터뷰에서 “홍콩 문제에 대해서도 한국이 이해와 지지를 보낼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은근한 압박으로 풀이될 수 있는 발언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지난 28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 주재로 제7차 외교전략조정 통합분과회의를 열었다. 회의 의제는 코로나19 상황 속 국제정세와 미중 갈등 등에 대한 대응 방향이었다. 홍콩보안법 통과 몇시간 전에 열린 회의라 참석자들은 미중 갈등에 대한 우려를 드러낸 것으로 전해진다.

강 장관은 모두발언에서 “최근 고조되는 국제사회의 갈등과 그 파급효과와 관련해 국내외 우려가 높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며 “외교부를 비롯한 우리 정부는 관련 동향을 주시하면서 민관 협업 하에 그 의미와 영향을 면밀히 분석해오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팬데믹 이후 우리에게 다양한 도전과 어려운 결정의 순간들이 보다 빠른 속도로 그리고 한층 높은 강도로 다가올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으로서는 어느 한 편만을 선택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간 한국은 여러 문제들로 인해 미중 양국 사이에서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해왔다. 한국 경제의 최대 파트너는 중국이며, 미국과는 오래된 동맹으로 안보·경제 분야에서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그리고 중국의 경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관련 중국의 한한령(限韓令)이 완전히 끝나지 않았으며, 미국은 아직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이어가고 있어 부담을 안고 있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문재인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구상대로 펼쳐나가려면 미중 양국의 협조가 절실한 것도 고려 대상이다. 

결국 ‘신냉전’ 체제가 들어선다면 한국 정부도 중립지대에 머무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신냉전으로 인해 글로벌 경제를 비롯한 국제사회의 불확실성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고래 싸움’으로 ‘새우등’이 터지지 않기 위해 묘수를 찾아내야 하는 상황이다. 한국의 외교력이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문정인 통일외교안보특보는 지난 27일(현지시간) 한 세미나에서 미중 긴장 관계에 대해 “(한국이) 양국 모두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은 미국의 동맹이다. 그리고 우리는 중국과 전략적인 협력 동반자 관계”라며 “동맹이 전략적 동반자보다 명백히 중요하다. 그래서 우리 최우선순위는 미국에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또한 구조적으로 중국에 의존한다. 중국은 우리 전체 무역의 24%를 차지한다”며 “우리가 중국에 반감을 사면 중국은 우리에게 군사 위협을 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이 중국에 반감을 사면) 중국은 북한을 지지할 수 있다”며 “그러면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에선 진짜 신냉전이 펼쳐질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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