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시진핑 주석과 만나 한중 정상회담을 가졌다. /뉴시스
중국 외교정책을 총괄하는 양제츠 중국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 위원이 21일 한국을 방문했다. 양 위원은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회동을 갖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방한 전 한중정상회담 일정과 의제를 조율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지난해 말 문재인 대통령이 시 주석과 한중정상회담을 위해 만난 모습. /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양제츠 중국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 위원이 21일부터 1박 2일간 한국을 공식 방문한다. 양 위원은 22일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회동을 할 예정이다. 양 위원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방한 전 한중정상회담 일정과 의제를 조율하고, 중국의 입장을 한국에 전달하기 위해 방한한 것으로 보인다. 미중 갈등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한중 양국이 원하는 선물은 무엇일까.

◇ 양제츠, 21~22일 부산서 서훈 만나

지난 19일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22일 열릴 양 위원과 서 실장의 협의에서 주요 의제로 시 주석의 연내 방한문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말 한중은 올해 상반기 내 시 주석 방한을 합의했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일정이 미뤄졌고, ‘올해 중 방한’이라는 공감대는 유지한 채 협의를 해왔다. 

또 이 관계자에 따르면 양 위원과 서 실장은 코로나19 대응 협력과 고위급 교류 등 양자관계, 한반도 및 국제정세 등 상호 관심사에 대한 의견을 교환할 예정이다.  

시 주석의 ‘외교 책사’로 통하는 양 위원은 왕이 외교부장보다 서열이 높은 인물로 중국 외교정책을 총괄하는 최고위급 인사다. 양 위원의 방한은 코로나19 이후 중국 측 고위급 인사로는 처음이다. 한중 양국이 코로나19 상황에서도 각급 소통을 지속해 나가고 있다는 의미기도 하다.

양 위원의 방한을 계기로 시 주석이 올해 중에 한국에 오게 된다면 2014년 7월 이후 처음 방문하는 것이다. 시 주석 방한과 함께 한중정상회담에 대비 양 위원과 서 실장은 22일 만나 의제를 위한 물밑 조율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한중 정상 모두 국내적 호응을 얻을 수 있는 성과가 필요한 상황이라 사전 협의는 치열할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19 확산 추세에도 양국 간 고위급 대면 외교가 연기 없이 진행된다는 것은, 한중이 시 주석의 연내 방한에 강력한 의지를 갖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는 한중 모두 한중정상회담을 통해 얻어갈 것이 있다는 의미다.

정치권에 따르면 한중이 시 주석의 방한을 미국 대선 전인 9~10월쯤으로 조율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중국 입장에서는 코로나19 대규모 감염 이후 시 주석의 첫 대외 행보인데다, 한중 모두 코로나19 방역 성공 및 빠른 경제 회복세를 보였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있다는 것이다. 다만 최근 한국이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는 게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중국 외교정책을 총괄하는 양제츠 중국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 위원이 21일 오후 부산 김해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뒤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뉴시스
양제츠 위원의 방한으로 한중정상회담이 성사될 경우 한국은 '한중 관계 정상화'를, 중국은 한국의 지지를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은 양 위원이 21일 오후 부산 김해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뒤 차량에 탑승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 한중, 각자가 원하는 선물은?

양 위원의 방한으로 한중정상회담이 성사될 경우, 국내에서 기대하고 있는 것은 2016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로 인해 악화된 한중 관계의 정상화다. 양 위원은 지난 2018년 7월 비공개 방한 당시에도 정의용 당시 안보실장과 사드 배치에 따른 경제 보복 해제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이같은 기대감과 함께 중국 측이 한국의 ‘반중(反中) 전선’ 참여에 우려를 표하고, 중국에 대한 한국의 지지를 요청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현재 우리 정부는 안보, 경제 측면에서 양국 모두 중요한 파트너라는 점을 감안해 양국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는 ‘전략적 모호성’을 표방해왔다. 한미동맹을 중심으로 한중관계도 발전시킨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미중은 코로나19 책임론, 홍콩보안법, 관세 폭탄 등 다방면에 걸쳐 갈등을 겪고 있다. 또 미국은 최근 화웨이, 틱톡 등 중국 기업에 고강도 제재를 하는 등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고, 중국을 제외한 ‘반중 경제블록’인 경제번영네트워크(EPN) 동참을 우리 정부에 제안하기도 했다. 

이에 양 위원은 전날 리셴룽(李顯龍) 싱가포르 총리를 만나 “중국은 경제 세계화와 국제사회의 공평과 정의를 수호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최근 ‘중국 때리기’에 전념하고 있는 미국을 겨냥해 ‘국제사회 정의 수호’ 의지를 밝힌 것이다. 양 위원이 싱가포르를 방문한 것 역시 남중국해 문제로 소원해진 아세안(ASEAN) 국가를 아군으로 끌어들이기 위함으로 보인다.

같은날 홍콩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한국이 중국 정부가 민감하게 생각하는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미국 편을 들지 않고 중립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것이 한중 관계 개선의 바탕이라고 분석했다. 일본의 경우 홍콩보안법과 관련해 미국 의견에 동조하며 중국 정부의 심기를 건드린 것과는 대조적이다.

또한 최근 미국이 한미미사일지침 개정을 통해 한국의 우주발사체 고체연료 제한을 해제한 데 이어 탄도미사일의 사거리 제한까지 푸는 방향으로 협의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양 위원이 이에 대한 우려를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한미미사일지침 개정을 통해 중국을 견제하려는 행보를 보인다고 판단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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