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정계성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31일 국회에 추미애 법무부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보고서 재송부를 요청했다. 기한을 1월 1일까지다. 공수처법 처리 등으로 여야의 극한 대립상황에서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이 어렵다고 보고, 1월 2일에는 임명을 강행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검찰개혁을 더 이상 늦출 수 없다는 의지로도 읽힌다.
인사청문회법 6조에 따르면, 국회는 임명동의안 등이 제출된 날부터 20일 이내에 그 심사 또는 인사청문을 마쳐야 한다. 부득이한 사유로 국회가 인사청문보고서를 송부하지 못한 경우 대통령은 10일 이내의 범위에서 기간을 정해 재송부를 요청할 수 있다. 재송부 기간에도 청문보고서 채택이 안 될 경우, 대통령은 임명을 할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그간 국회상황에 따라 재송부 기간을 각각 10일, 5일, 3일 등을 부여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이례적으로 하루만 부여했다. 여야 대립이 심각해 보고서 채택이 어려운 상황에서 굳이 재송부 기간을 넉넉하게 부여해 시간을 허비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청와대 안팎에서는 문 대통령이 새해 공식 일정을 시작하는 2일 추미애 후보자를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할 것으로 보고 있다.
문 대통령이 추 후보자에 대한 임명을 서두르는 것은 공수처 설치안 국회 처리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막이 오른 검찰개혁에 속도를 내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30일 본회의에서 처리된 공수처 설치 및 운영 법률안에 따르면, 법무부장관은 공수처장 추천위원회 당연직으로 들어가며 법무부차관은 공수처 인사위원을 맡게 된다. 법안이 효력을 발휘할 7월에 맞춰 공수처를 출범시키기 위해서는 인사와 조직 등에 있어 법무부의 조력이 필수적이다. 문 대통령 입장에서 하루 빨리 법무부 장관을 임명해야 하는 가장 큰 이유다.
◇ 인사·공수처 매개로 검찰 힘빼기
1월 예정된 검찰인사를 위해서도 추 후보자의 임명을 미룰 수 없는 상황이다.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 13일 사법연수원 28기 검사들에 대한 이성윤 검찰국장 명의의 인사검증 동의서 제출을 검찰에 보냈다. 검사장급 인사 시기에 맞춰 검증동의서를 받는 일반적 절차라는 입장이지만, 여의도 정치권에서는 추 후보자가 임명된 이후 고위 검사 인사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실제 박지원 의원은 추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대검 반부패부장, 서울중앙지검 차장, 동부지검장 등에 대한 인사가 예정돼 있다고 한다. 임명되면 윤석열 검찰총장을 해임하고 현재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검사들에 대해 인사를 한다는 얘기가 있다”고 질의했었다.
이에 대해 추 후보자는 “인사 관련 시기나 대상에 대해서 보고 들은 바 없다”면서 “장관은 제청권이 있을 뿐이고 인사권자는 대통령”이라고 원론적인 수준의 답변을 했다. ‘인사를 하겠다고 생각해도 되느냐’는 이어진 질문에도 “인사에 대해서는 언급할 사안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즉답을 피했다. 그러면서도 “(검찰총장과는) 인사 협의를 하는 것이 아니라 의견을 청취하는 것”이라며 인사조치 가능성 자체를 닫지는 않았다.
나아가 불합리한 수사관행 등 검찰 자체적인 개혁도 추 후보자가 맡아야할 과제다. 문 대통령은 수사권 조정, 공수처 설치 등 제도적인 개혁 외에도 검찰 스스로의 개혁을 촉구했었다. 반부패회의 직후 김오수 장관 대행을 따로 불러 직접 보고를 챙길 정도였다. 하지만 대행체제에서 일부 한계가 없지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청와대에서는 추 후보자의 행보에 크게 기대하는 분위기다. 현재 청와대와 검찰은 유재수 전 부시장 감찰무마 의혹, 김기현 전 울산시장 하명수사 의혹 등으로 대립이 큰 상황이다. 수사개입 논란을 부를 수 있어 청와대는 언론 보도를 반박하는 식의 우회적 대응을 할 뿐 검찰에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했었다.
조국 전 장관에 대해 기소결정이 내려진 31일에도 청와대는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했다. 윤도한 국민소통수석은 검찰의 수사결과에 대해 “태산명동서일필”이라며 “대통령의 인사권을 흔든 수사였지만 결과는 너무나 옹색하다. 수사 의도마저 의심하게 만드는 결과”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검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에도 흠집이 날 것으로 보인다. 법원의 판단이 내려질 때까지 더 이상 언론플레이는 하지 말길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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