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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한진칼 주총] 무려 9시간, 고성과 논란… 결국 승기 잡은 조원태 회장
2020. 03. 27 by 제갈민 기자 min-jegal@sisaweek.com
/ 한진그룹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안이 최대의 화두로 오른 한진칼 주주총회가 27일 오전 서울 중구 소공동 소재 한진빌딩에서 행해졌다.  / 한진그룹

시사위크|소공동=제갈민 기자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안이 최대의 화두로 오른 한진칼 주주총회가 27일 오전 서울 중구 소공동 소재 한진빌딩에서 행해졌다. 한진칼 주총은 오전 내내 주주 확인 절차를 거치는 과정에서 개회가 지연돼 일부 주주들의 불만을 샀다.

정오가 다 돼 개최된 주총에서는 각종 안건을 상정, 의견 수렴과 표결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입장차가 나타났다. 조 회장을 지지하는 측과 3자 주주연합(KCGI·반도건설·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측의 의견이 상충되자 일부 주주는 고성을 지르기도 해 주총장은 마치 도떼기시장을 방불케 했다.

◇ 채이배·민노총·참여연대 등 기자회견… “이사회 지배구조 개혁 급선무”

이날 한진칼 주총이 열리기에 앞서 오전 8시30분쯤 한진빌딩 정문 앞에서는 조원태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을 반대하는 대한항공 직원연대지부·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공공운수노조·국민연금지부 등 관계자들이 ‘기업지배구조 개선 안건’ 통과 촉구 기자회견을 가졌다.

기자회견에는 채이배 민생당 의원과 박창진 정의당 비례대표 후보(전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대한항공 직원연대 지부장)도 함께 했다. 채이배 의원은 앞서 대한항공이 과거 에어버스와 A330 항공기 10대 구매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 리베이트가 있었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조원태 대한항공 대표이사를 포함한 대한항공 경영진을 검찰에 고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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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근 민변 변호사가 한진칼 주총이 시작되기 전 공공운수노조, 민주노총, 참여연대 등과 함께 한진칼의 기업지배구조 개선 안건 통과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 자리에는 채이배 민생당 의원(앞줄 왼쪽 네 번째)도 함께 자리했다.  / 제갈민 기자

이들 중 김남근 민변 변호사는 “한진칼은 대한항공을 핵심 자회사로 두고 있는 지주사인데, (그간) 대한항공에서 벌어졌던 각종 불법행위에 대해 진상조사나 책임을 묻기 위한 작업을 전혀 하지 않았다”며 “이번 한진칼 주총은 이러한 비정상적인 회사의 지배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중요한 정관변경 안건이 다뤄지는데, 정상적인 주총이라면 회사에 피해를 입힌 이사들에 대해 책임을 묻는 결의가 이뤄질 것이라 생각한다”면서 주주들에게 정관변경 등 안건 통과를 당부했다.

이어 윤택근 민주노총 부위원장이 발언을 이어나갔다. 윤택근 부위원장은 “이번 주총에서 정관변경을 통해 전문경영인이 들어서 책임과 권한을 분리해야한다”며 “(전까지는) 총수 일가가 이사회에 직접 침투해 회사를 자신의 소유물처럼 사유화해 쥐락펴락한 문제가 있는 만큼 이사회 지배구조 개혁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후 채이배 의원과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회원 등은 한진칼 주주 자격으로 주총에 참석하기 위해 주총장(한진빌딩 26층 대강당)으로 이동했다.

채이배 의원이 한진칼 주총에 참석하는 점에 대해 일부 재계 관계자들은 달갑지 않은 입장을 전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채이배 의원이 한진칼 주식을 보유한 주주 자격으로 주총에 참석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러나 그렇다할지라도 일반인들 시각에는 정치인이 사기업 경영에 관여하는 모습으로 비쳐질 수 있어 논란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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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칼 주총장에 입장하는 한진칼 주주들. 채이배 민생당 의원(왼쪽 첫 번째)도 주주 자격으로 주총에 참석했다. / 제갈민 기자

◇ 3시간 지연된 한진칼 주총… 채이배 의원, 주총 참석 목적은?

이날 주총 시작은 오전 9시에 열릴 계획이었으나, 참석자 입장 중복 집계 등을 재차 확인하는 과정을 거치며 약 3시간가량 지체돼 정오가 다 돼서야 주총이 시작됐다. 대기 시간이 길어지자 몇몇 주주들은 스케줄에 차질이 생겨 자리를 뜨기도 했다.

주총 진행은 석태수 한진칼 대표이사가 맡았다.

주총 시작에 앞서 사회자는 당사가 발행한 주식, 의결권 있는 주식에 대한 점과 3자 연합 중 반도건설이 보유한 주식 중 의결권을 가진 주식이 일부 줄어든 것에 대해 설명했다. 반도건설이 보유한 주식 중 일부가 최근 가처분 신청에서 의결권을 잃은 점에 대한 안내다.

그러자 3자 연합 측 관계자는 석 대표이사가 총회 성립 선언도 하지 않았음에도 ‘발언권을 달라’면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발언권을 받은 참석자는 마스크를 쓴 채 말을 해 전하고자 하는 내용이 어떠한 것인지 제대로 파악이 불가능했다.

그의 발언 후 석 대표는 총회 성립을 선언하고 주총을 진행했다.

가장 먼저 한진칼 제7기 재무제표(이익잉여금처분계산서 포함) 및 연결재무제표 승인의 건과 관련해 석 대표이사가 보고했으며, 보고가 끝나자 채이배 의원이 질의할 내용이 있다면서 발언권을 요구했다.

채 의원은 감사위원장을 지목해 “대한항공 경영진과 에어버스 간 리베이트 의혹이 있다”며 “한진칼은 자회사 대한항공에 대해 어떠한 조치를 취하고 있나, 대한항공이나 한진칼에서 감사를 행해 리베이트와 관련된 임직원이 재직하고 있다면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인가”라고 물었다.

채 의원의 질의내용은 대부분 재무제표 승인의 건과는 직접적인 연관이 없었다. 다른 의도로 비쳐질 수 있는 대목으로, 한진칼 측 역시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주총 사회자는 “리베이트 관련 질문을 한 것 같은데, 이는 약 10여년 전 사건으로 알고 있으며 현재 검찰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조사 결과에 따라 진상 파악 및 책임을 질 것이 있다면 책임 질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석 대표가 재무제표 승인안건을 상정하자 또 다시 건의사항 및 불만이 뿜어져 나왔다.

일각에서는 “코로나19 사태로 연일 매스컴에서 강조하고 있는데, 우리 주주들 이 좁은 장소에서 주주들을 몇 시간이나 기다리게 했다”고 불만이 쏟아졌다. 이 과정에서 주주들끼리 서로 발언을 하겠다고 나서 장내는 어수선해졌다.

결국 KCGI 대리인이 발언권을 얻어 “주주들을 대표해 이번 재무제표를 승인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연결(재무제표) 기준 2,600억원 적자가 발생했다. 그럼에도 그간 비상경영체제를 행하지 않고 이제야 한다는 것은 너무 방만한 경영이지 않은가”라며 “또 진에어에 대한 국토부 제재가 1년 7개월 이상 지속되는데 경영자들은 이를 해제하기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가, 이에 대해 주주들에게 상세한 설명이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석 대표는 이와 관련해 향후 설명할 것을 약속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위기론을 강조하며 구조조정을 예고했다. /한진그룹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한진칼 주총에서 사내이사 연임에 성공했다. /한진그룹

◇ 9시간에 걸친 주총, 조원태 회장 완승… 3자 연합 제안 이사 후보 전원 부결

이어 사외이사와 사내이사 선임의 건에 대해 차례로 표결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조 회장을 지지하는 측과 3자 연합 측의 의견이 충돌하면서 고성이 오갔다.

한진칼 주총에 상정된 사내외이사 선임 안건은 총 14건으로 사외이사 9명, 사내이사 4명, 기타비상무이사 1명이다.

석 대표는 표결을 전 “지금 제청된 사외이사가 모두 의결되면 이사수가 너무 많아진다”며 “주주들에게 여러 사안을 고려해 신중히 표결해줄 것을 당부한다”고 말했다.

석 대표는 사외이사 선임 안 제2-1호를 상정, 표결을 진행했으나 진행은 매끄럽지 못했다.

먼저 3자 연합 측 대리인이 발언권을 얻어 “한진칼 주총의 핵심은 사외이사를 늘려 지배구조를 개편하는 것”이라며 “(법적 분쟁을 겪고 있는) 현 경영진이 추천한 사외이사 3명은 직무를 정상적으로 행하지 못할 것”이라고 한진칼을 견제하는 모습을 내비쳤다.

그러자 또 다른 주주 한 명이 “ISS와 국민연금 자문사인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은 현 경영진이 추천한 사내외이사에 대해 찬성하고, 3자 연합 측이 제안한 이들에 대해선 일부 반대를 권고했다”면서 회사 측 후보를 지지하는 발언을 했다.

양측의 팽팽한 기 싸움에 일각에서는 “이대로 진행하면 오후 5시가 돼도 끝나지 않을 것”이라며 “투표 방식을 조금 더 효율적이게 바꿔보자”는 제안이 건의됐다.

이에 그레이스홀딩스 대리인이 대안을 제시했다. 그는 “제2호 의안 중 제2-1∼2-5호는 회사 측이 제안한 안건, 제2-6∼2-9호는 3자 연합이 제안한 건”이라며 “이렇게 나눠서 일괄적으로 투표하는 것이 어떤지 제안하고 싶다”고 말했으며 석 대표는 이를 수용했다.

오후 12시 50분쯤 투표를 시작한 사외이사 선임 건은 약 1시간에 걸쳐 집계가 이뤄졌다. 개표에는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KCGI 측 관계자 2명이 함께 했다. 3자 연합 측이 표결 과정에 생길 수 있는 ‘표 바꿔치기’ 등 문제을 지적하면서 대안을 제시해 받아들여진 것이다.

투표 검표 결과 한진칼 측이 제안한 사외이사 5명은 55~56% 찬성표를 받아 모두 가결됐다. 일부 기권표가 나온 점에 대해 반도건설 측은 어떻게 집계한 것인지 확인을 요청했고, 석 대표는 기권에 표기한 주주들의 표를 합산한 것이며 개표에는 KCGI 측 2명도 포함돼 공정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후 3자 연합이 제안한 사외이사 투표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일부 주주들 사이에서는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권장하고 있는데 좁은 주주들은 주총장에 몇 시간이나 기다리게 하는 것이 대체 무슨 경우냐”면서 불만을 제기했다. 이에 한 주주는 “걱정되면 집에 가라”면서 마찰을 빚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석 대표는 웅성이는 주총장을 정리하고 나머지 사외이사 표결을 진행, 결과를 발표했다.

3자 연합 측이 제안한 사외이사 후보 4명은 모두 찬성이 약 43∼47%에 머물면서 선임 요건인 정족수 과반에 미치지 못해 부결됐다.

한진칼 측이 제안한 사외이사 후보들만 모두 가결되자 분위기는 조원태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으로 쏠렸다.

이후 석 대표는 제3호 의안 사내이사 선임의 건 표결 진행을 안내하자 3자 연합 측 관계자 한 명은 조 회장을 견제하기 위해 발언권을 요청했다. 자신들(3자 연합)이 제안한 사내이사 후보 2명이 왜 가결돼야 하는지를 설명하기 위함이다. 주총이 뜻대로 풀리지 않자 어떻게든 표심을 얻기 위한 모습으로 비쳐졌다.

그는 “한진칼과 대한항공 이사회를 보면 독립성이 없다. 단 한 번도 옳지 않는 점에 대해 반대를 표한 적이 없다”며 “조 회장은 현재 에어버스 리베이트 등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게 3건이나 된다”고 지적했다.

조 회장을 한진칼 사내이사에 선임하는 것이 적합하지 않다는 의견이다.

반면 김신배와 배경태 사내이사 후보에 대해선 “김신배 후보는 검찰조사를 받은 적이 없으며, SKT 대표이사로 재직하면서 이동통신 시장에서 KT·LGU+와 경쟁을 뚫고 1위 자리를 꿰찬 능력이 검증됐다”고 강조했다.

그의 발언이 길어지자 일각에서 “그만하고 빨리 표결하자”며 고성이 오갔다. 비판이 이어지자 그는 “회사 측에서 사람을 많이 썼네요”라면서 쓴소리를 던지기도 했다.

이후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 찬성 측 주주 입장을 청취하고 사내이사 선임 표결 결과를 발표했다.

결과는 한진칼 측이 제안한 조 회장과 하은용 후보가 약 57% 찬성표를 받아 사내이사에 선임됐으며, 김신배·배경태 이사후보는 각각 약 48%, 43% 찬성을 얻어 부결됐다. 또 3자 연합이 제안한 기타비상무이사 함철호 선임의 건 역시 찬성 약 44%로 부결됐다. 조 회장 측이 제안한 사내외이사들만이 가결된 것이다.

이후 제6호, 제7호 의안인 정관 일부 변경의 건은 양측이 제안한 13건 모두 부결됐다. 정관 변경과 관련해서는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3자 연합 측은 자신들이 제안한 사내외이사가 전원 부결되자 더 이상 반발을 하더라도 달라질 게 없다는 것을 체념한 듯 했다.

모든 안건에 대해 표결을 마친 후 석 대표는 오후 5시 30분쯤 주총 폐회를 선언했다. 이날 한진칼 주총은 약 9시간에 걸쳐 진행됐다. 오전 9시부터 참석한 주주들은 점심식사도 거른 채, 장장 9시간을 주총장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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