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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 맞수’ 신동빈-정용진, ‘동분서주’ 잠행으로 한판
‘유통 맞수’ 신동빈-정용진, ‘동분서주’ 잠행으로 한판
  • 범찬희 기자
  • 승인 2020.08.04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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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유통 산업을 대표하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잠행 행보가 이목을 끌고 있다. / 롯데. 정용진 부회장 인스타그램​
​국내 유통 산업을 대표하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잠행 행보가 이목을 끌고 있다. / 롯데지주. 정용진 부회장 인스타그램​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포스트 코로나 시대 대비에 여념이 없는 유통업계에 때아닌 ‘잠행 경영’이 핵심 키워드로 급부상하고 있다. 국내 유통산업을 견인하고 있는 양대 수장들이 비공식 일정으로 현장 방문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19로 유례없는 위기를 경험하고 있는 수장들이 ‘현장에 답이 있다’는 진리를 몸소 실천하며 돌파구 마련을 모색하고 있는 모습이다.

◇ ‘현장에 답이 있다’… 주말에도 계열사 순회하는 신동빈

중세시대 군주는 민생을 살피기 위해 평상복 차림으로 ‘미복잠행’을 펼치곤 했다. 조선시대 왕들도 직접 백성들의 삶을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자 대궐 밖으로 은밀한 행차를 나갔다고 한다.

코로나19와 한바탕 전쟁을 치르고 있는 유통업계 수장들도 미복잠행을 위기 돌파의 수단으로 삼고 있다. 어느 때보다 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해야 하는 지금, 주말에도 매장을 방문해 개선점을 찾는 수고를 마다치 않고 있다.

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8월의 시작을 알린 지난 주말 3곳의 현장을 살펴보는 강행군을 이어갔다. 1일 롯데몰 은평점과 롯데슈퍼 프리미엄 공덕점을 살펴 본 신 회장은 다음날 롯데백화점 본점을 둘러봤다. 비공식으로 이뤄진 신 회장의 주말 행보는 현장에서 그를 알아본 고객들의 눈과 귀를 통해 세간에 알려지게 됐다. 마스크를 착용하고 소수의 수행원만을 동원한 신 회장은 매장 곳곳을 살펴보며 직원들을 격려하고 고객 반응을 살펴봤다는 후문이다.

신 회장의 현장 방문은 최근 들어 부쩍 잦아졌다. 지난 5월 일본에서 귀국한 뒤 달마다 계열사를 순회하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귀국 첫 주말인 5월 23일 잠실 롯데월드몰을 찾은 신 회장은 롯데백화점, 롯데마트, 어드벤처를 연달아 점검했다. 다음달 4일에는 경기 안성의 롯데칠성음료 스마트 팩토리를 방문했으며, 같은 달 17일에는 ‘시그니엘 부산’ 개관식에 참석해 호텔롯데에 힘을 실어줬다.

지난달에도 바쁘게 움직였다. 24일부터 이틀 일정으로 롯데푸드 광주 공장과 여수 롯데케미칼 제1공장과 국동 롯데마트 등을 찾았다.

◇ ‘부회장님이 왜 거기서 나와’… 경쟁사도 챙기는 통 큰 정용진

신 회장이 현장경영에 몰두하고 있는 건 유통산업의 근간이 되는 오프라인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롯데는 주력인 롯데쇼핑의 200여개 점포를 정리함과 동시에 ‘롯데온’을 선보이며 온라인에 무게추를 옮기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최근 행보를 보면 오프라인의 경쟁력 제고를 우선시하는 신 회장의 복안이 엿보인다는 관측이 나온다.

라이벌인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잠행으로 연일 화제를 뿌리고 있다. 신 회장과 13살 터울인 정 부회장은 50대 초반의 ‘젊은 감각’으로 SNS 활용에 능숙함을 보이고 있다. 정 부회장은 자신의 SNS(인스타그램)에 동선을 알리는 사진 한 장을 덩그러니 올리는 ‘츤데레’함으로 젊은 소비자층으로부터 높은 호응을 얻고 있다. 이마트 카트를 끌고 쇼핑하는 사진을 올리면 팔로워들이 사진 속 단서로 점포를 유추해 내는 식이다.

정 부회장은 남다른 포용력으로 자신의 매력을 한층 살리고 있다. 롯데 시그니엘 부산, 현대백화점 판교점을 방문한 사진도 올리며 경쟁사의 홍보 전도사를 자처하고 있다. 재계 인사 가운데 SNS를 적극 활용하는 CEO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정 부회장의 대중 친화적 행보에 우려를 표명하는 시선도 있지만, 지금까지는 그룹이 정 부회장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재계 관계자는 “‘그사세’(그들이 사는 세상)로만 느꼈던 재벌가의 일상을 일부라도 엿본 소비자들은 잠시나마 ‘사람 사는 거 똑같구나’라는 안도감과 함께 묘한 동질감에 사로잡히기 마련”이라며 “대표적인 BtoC 업종인 유통에서 중요한 소비자들과의 스킨십을 총수들이 나서 몸소 실천하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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