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충청 대망론에 불을 지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향해 더불어민주당 충청권 정치인들의 맹폭이 이어졌다. 윤 전 총장이 충청 지역을 ‘현혹’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선 국면에서 전략적 요충지로 꼽히는 충청 지역을 둔 여야의 신경전 양상으로 읽힌다.
대권 도전을 선언한 양승조 충남도지사는 7일 YTN 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윤 전 총장이) 충청과 대망의 주자라는 것은 좀 어불성설 아닌가, 언어도단이 아닌가 그렇다”며 “본인도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좀 쑥스러울 것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적임자는 아니다 그렇게 판단한다”고 지적했다.
윤 전 총장은 전날(6일) 민심 행보인 ‘윤석열이 듣습니다’를 위해 대전을 방문했다. 이 자리에서 윤 전 총장은 “저에 관해 충청 대망론을 많은 충청인께서 언급하시는 것에 대해 굳이 옳다 그르다를 비판할 문제는 아닌 거 같다”며 “지역민의 하나의 정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실상 충청 대망론에 불을 지핀 것이다. 동시에 “500년 전부터 뿌리가 충남에 있다”며 충청권과의 인연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러나 여권의 충청권 인사들은 이에 대해 불편한 시선을 보냈다. 양 지사는 “충청권에서 상당한 지지를 받고있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충청 대망론의 주자라고 생각하신다면 충청에서 태어났든지 학교를 다녔든지 아니면 생활을 했든지 충청의 이익을 위해 헌신하고 봉사하던 게 있어야 하는데, 윤 전 총장은 아버님 조상이 충남이라는 거 외에는 다른 게 없다”고 반박했다. 충청 대망론의 ‘적임자’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보다 더 날 선 반응도 새어 나왔다. 대전 유성에서 5선을 한 이상민 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에 “윤석열 씨 함부로 충청인을 현혹하려 하지 말라”라고 맹비난했다. 그러면서 “어디 조상, 부친 운운하며 은근슬쩍 충청에 연줄을 대려고 하나. 역겹고 가소롭다”라며 “충청인들이 그렇게 얕잡아 보이는가. 당장 헛되고 가장된 행태를 멈추라”라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을 둘러싼 충청 대망론이 커지는 것은 여권으로선 반길만한 일이 아니다. 윤 전 총장이 부각되는 측면이 있는 데다가, 매년 캐스팅 보터로서 역할을 해온 충청을 놓칠 경우 대선 승리를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사실상 치열한 ‘중원 싸움’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윤 전 총장이 대전을 방문한 전날 공교롭게 민주당 지도부가 대전을 방문한 것도 이러한 분위기를 증폭시키는 모습이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전날 대전에서 열린 예산정책협의회에서 “민주당의 승리는 늘 대전‧충청과 같이 해왔다.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세 분의 대통령이 탄생한 데 결정적 역할을 한 것도 대전‧충청의 선택이었다”며 “대전‧충청의 미래를 위해 대한민국 도약을 위해 민주당은 치열하게 쇄신하고 단합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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