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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 ‘공유’가 답이다
30대 청년 사업가의 ‘빌린공간’, 무한한 공간 공유를 꿈꾸다
[공간, ‘공유’가 답이다 ③] 소유와 활용방식의 경계를 허물다
2019. 10. 31 by 권정두 기자 swgwon14@sisaweek.com

4차산업혁명시대의 핵심 가치 중 하나인 ‘공유경제’는 이미 우리사회에 많은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그중에서도 우리가 삶을 영위하는데 있어 필수적인 요소인 ‘공간’의 개념과 가치를 변화시키고 있다는 점은 주목해야할 대목이다.

공간은 전통적으로 ‘한정적인 자원’을 대표해왔으며, 소유개념에 기반한 한계가 뚜렷했다. 모두가 필요로 하나, 모두가 소유할 수는 없었던 것이 공간이었다. 또한 누군가에 의해 소유됨으로써 공간의 활용과 가치는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었다. 살인적인 집값과 각종 주거문제도 결국은 한정된 공간을 소유하는데서 비롯된 문제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공간이 지닌 한계를 깨트리는데 있어 공유경제가 해법으로 떠오르고 있다. 누군가가 독점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함께 활용할 수 있게 되면서, 그 가치 또한 무궁무진해지고 있는 것이다. 새로운 기술력과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뿌리내리고 있는 공유경제 모델들을 통해, 다가올 미래 우리의 공간을 더욱 가치 있게 만들 수 있는 해법을 찾아본다.

세상의 모든 공간을 공유하는 것, 그것이 빌린공간이 추구하는 지향점이다. /빌린공간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공간은 무궁무진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이는 공간의 한자어를 들여다보면 보다 이해가 쉽다. ‘공간(空間)’은 ‘빌 공(空)’과 ‘사이 간(間)’으로 이뤄진 단어다. ‘빈 곳’이란 뜻이다. 따라서 공간 그 자체는 어떠한 가치도 지니지 않고 있다. 하지만 그것이 다가 아니다. 그 공간을 무엇으로 채우느냐, 혹은 그 공간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공간이 지닐 수 있는 가치는 무궁무진하다.

공간이 갖고 있는 역설적인 성격은 ‘한계’에서도 마찬가지로 작용한다.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지닌 공간에 한계로 작용하는 것은 결국 사람이다. 사람이 소유하고 활용하는 방식에 따라 공간은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발휘하지 못한 채 한계에 갇히게 된다.

◇ 남는 방을 창고로 빌려준다? 공간 공유의 무한한 상상력

‘빌린공간’은 공간의 한계가 사라지고,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는 세상을 꿈꾼다. 이러한 지향점은 캐치프레이즈에도 고스란히 담겨있다. ‘세상의 모든 공간을 공유하다’다. 아직은 청년 사업가 홀로 고군분투하고 있고 일반 대중에게 낯선 청사진이지만, 세상은 늘 그렇게 변화해왔다.

빌린공간은 사람들이 공간을 공유할 수 있도록 장을 제공하는 플랫폼이다. 주목할 점은 공유할 수 있는 공간과 공간을 이용하는 방식에 한계를 두지 않는다는 것이다.

빌린공간은 기본적인 공간 공유는 물론 그 이상의 공유를 추구한다. 쉐어하우스나 스튜디오· 연습실·세미나실 대여와 같은 일반적인 공간 공유는 기본이다. 여기에 더해 사무실 중 책상 하나를 빌리거나, 아예 다른 용도로 공유하는 것도 가능하다.

빌린공간에 올라온 한 공유오피스의 사진. 사진 속 책상 하나만 빌리는 것도 가능하다. /빌린공간

예를 들어보자. 자녀가 출가해 방이 남는 노부부가 있다. 이 방은 텅텅 빈 상태로 방치돼있다. 공간으로서 어떠한 가치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고 하숙을 치거나 에어비앤비처럼 일종의 민박으로 활용하자니 여러모로 걸림돌이 많다.

이 노부부 옆집엔 두 자녀를 키우는 젊은부부가 산다. 부부 중 아내는 평소 관심사와 재능을 살려 아이를 키우며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해보고자 한다. 하지만 문제가 있다. 재고를 보관하고, 제품 포장이나 촬영 등을 하기 위해선 공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두 아이를 키우는 이 집엔 남는 방이 없다. 그렇다고 외부에 공간을 마련하자니 임대료 부담이 크고 아이 키우는 문제도 걸린다.

소유의 개념을 공유로 돌리고, 공간의 가치를 극대화하는 측면에서 바라보면 해법은 간단하다. 노부부는 비어있는 방을 옆집 젊은부부에게 빌려주고, 성가신 일 없이 부수익을 얻으면 된다. 젊은부부 역시 옆집으로부터 꼭 필요한 작은 방 하나만 빌려 사용하면 사업과 육아 두 마리 토끼를 잡는데 걸림돌이 사라진다. 결과적으로 가치를 잃었던 공간은 다시 쏠쏠한 가치를 지니게 된다.

상상력을 가동해보면 가능성은 무한하다. 소유와 활용방식의 경계를 허물기 때문이다. 쓰지 않는 옥상을 전시공간으로 빌려줄 수 있고, 다른 집 마당 한켠을 빌려 식물 키우는 취미공간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주말에 비어있는 회사 회의실을 동아리 모임 공간으로 활용하거나, 잘 오가지 않는 복도를 창고로 빌려주는 것도 가능하다.

◇ 두려움 없는 30대 청년사업가 “부딪히면서 답 찾아 가야죠”

빌린공간의 남승인 대표는 대학 시절 호주 워킹 홀리데이와 취업 후 중동지역 해외근무를 통해 ‘쉐어하우스’를 경험했다고 한다. 최근엔 국내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지만, 당시만 해도 낯선 문화였다.

남승인 대표는 쉐어하우스 생활을 통해 공유의 여러 장점을 발견했다. 단순히 주거비를 아끼는 것 뿐 아니라, 집을 공유하는 사람들과의 소통을 통해 서로 시너지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 이 또한 공간이 지니는 가치가 한층 더해진 것으로 볼 수 있다.

해외근무를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온 그는 처음엔 쉐어하우스 사업을 구상했다. 그런데 이미 국내에서도 쉐어하우스 업계의 싹이 튼 시점이었고, 이에 그는 보다 다양한 공간을 다양한 방식으로 공유하는 플랫폼을 떠올리게 됐다.

남승인 빌린공간 대표. 아이디어와 도전정신, 그리고 열정으로 무장한 그는 무한한 공간 공유가 이뤄지는 세상을 꿈꾸고 있다. /빌린공간

물론 아직 갈 길은 멀다. 올해 초 사업에 착수한 남승인 대표는 독학을 병행하며 얼마 전 홈페이지를 오픈했다. 현재 사이트에 등록된 공유 공간은 200여곳 남짓이다. 사업이 보다 본격적으로 제 궤도에 오르기 위해선 투자도 유치해야하고, 각 분야의 전문인력도 확보해야 한다. 법적 규제 등 각종 걸림돌도 예상된다. 아직까진 말 그대로 맨땅에 헤딩하고 부딪히며 하나씩 답을 찾아나가고 있는 단계다.

남승인 대표는 “아예 없었던 모델이기 때문에 법적으로 어떤 규제에 부딪힐지, 어떤 문제가 발생하게 될지 아직 모른다. 플랫폼이 자리를 잡고, 공간 공유가 실제 이뤄지기 시작해야 문제점이나 시행착오도 나타날 수 있을 것 같다”며 웃었다.

다만, 그리는 그림은 있다. 빌린공간은 수수료를 받지 않고 오로지 공간이 있는 사람과 공간이 필요한 사람들을 서로 이어주는 순수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할 계획이다. 그렇다면 수익은 어디서 발생하느냐. 사람이 모여드는 곳엔 돈이 따르기 마련이다. 플랫폼을 이용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면, 광고나 마켓 등 다양한 방식을 통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남승인 대표는 “수수료를 받고 공간 공유를 중개하면 그에 따른 책임 등 복잡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또한 다양한 공간을 공유하기 위해선 당사자들 간의 확인과 조율이 특히 더 필수적이다. 따라서 중개수수료로 수익을 창출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며 “유명 중고거래 사이트가 있지 않나. 그 사이트는 중고거래의 장을 제공할 뿐, 거래 당사자는 개인이다. 사기 등 여러 문제가 발생하기도 하지만 사이트가 직접적으로 책임지진 않는다. 대신, 모여드는 사람들을 활용해 다양한 수익 모델도 구현하고 있다. 빌린공간 역시 그러한 방향을 지향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승인 대표는 인터뷰를 위해 기자와 만난 당일에도 아르바이트를 하고 왔다. 또 기자와 이야기를 나눌 땐, 수시로 “제 망상인거 같은데…”라며 겸연쩍게 웃었다. 하지만 그런 그의 모습 어디에서도 실패에 대한 두려움은 느낄 수 없었다. 그보단 무한한 상상력과 그것을 구현하기 위한 열정, 그리고 용기가 전해져왔다.

빌린공간은 많은 과제를 앞두고 있고, 여러 난관과 시행착오에 부딪힐 것이다. 하지만 공유경제가 ‘상식’으로 자리매김해 있을 미래엔 주인공으로 당당히 서 있으리라 의심치 않는다. 돌이켜보면 비행기도, 스마트폰도 모두 망상에서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