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정부가 76년 만에 공무원의 ‘복종 의무’를 삭제하기로 했다. 직무수행과 관련해 상관의 위법한 지휘 및 감독에 대해서는 거부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것이다. 12·3 비상계엄 당시 불거진 공직사회의 경직된 문화를 개선하겠다는 취지인데 야당은 “이율배반적 행태”라고 비판했다.
박성훈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26일 논평을 통해 정부의 ‘공무원 복종 의무 폐지’에 대해 “그간 정부·여당이 보인 행태를 볼 때, 과연 이 개혁이 진정으로 공직사회의 자율성과 소신을 존중하기 위한 것인지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얼마 전 대장동 항소 포기 결정에 대한 경위 설명을 요구하는 검사장들의 이의 제기를 ‘집단 항명’으로 규정하고 극단적인 언어를 사용하며 이들의 파면과 해임을 거론하던 장본인들이 바로 민주당”이라며 “자신들의 뜻과 권력에 복종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입틀막’을 시도하더니 이제 와 법을 개정하여 ‘소신 행정’과 ‘위법 지시 거부권’을 외치는 것은 이율배반적 행태”라고 했다.
앞서 인사혁신처와 행정안전부는 전날(25일) 국가공무원법 제57조의 ‘복종의 의무’를 ‘지휘·감독에 따를 의무’로 변경하는 개정안을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명령과 복종의 시스템에서 벗어나 대화와 토론을 통해 합리적으로 의사 결정을 해나가고 상관의 위법한 지휘·감독에 대해 소신껏 직무를 수행할 수 있는 제도적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12·3 비상계엄 사태를 겪으며 불법적인 지시를 ‘어쩔 수 없이’ 수행할 수밖에 없는 공직사회의 문제를 개선한다는 취지지만, 법 개정에 따른 혼란 등 우려도 없진 않다. 이와 관련해 박 대변인은 “‘위법성’의 해석은 정권의 의도에 따라 고무줄처럼 늘어나거나 줄어들 수 있는 지극히 자의적 영역”이라며 “논란의 소지가 있거나 책임이 따를 수 있는 업무에 대해 이행을 거부하거나 소극적으로 대처하는 복지부동 현상이 심화되어 업무 처리 지연과 책임 전가 문제도 발생할 것이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부작용에 대한 검토나 공론화 과정도 없는 일방적 추진으로 인한 혼선과 피해는 결국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뿐”이라며 “법의 취지와 실제 공직사회에서 책임 회피 도구로 악용되지 않도록 명백한 가이드라인과 제도적 보완 마련이 필요하다”라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