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일이 너무 잘 풀려간다면 조심하라’는 이야기는 자주 듣던 말이었다. 이번 남극 취재 프로젝트 역시 마찬가지였다. 중간에 복잡한 서류 작업이 있었지만 모두 순조롭게 진행됐다. 하지만 아니나 다를까, 남극 프로젝트는 크고 작은 암초를 만나게 됐다. 한국에서 남극으로의 출발까지, 한시도 긴장을 놓을 수 없었던 순간들을 되짚어 봤다.◇
‘허락된 자들만이 들어갈 수 있는 곳’. 우리는 ‘남극(Antarctica)’을 이렇게 묘사하곤 한다. 실제로 남극은 지구 끝단 ‘극지(極地)’에서도 가장 춥고 혹독한 곳이다. 하지만 동시에 우리의 가슴을 뛰게 하는 곳이다. 아문센, 스콧, 섀클턴 등 내로라하는 과학자들과 탐험가들이 목숨을 걸고 남극으로 향한
시사위크|남극=남극특별취재팀 남극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동물은 펭귄이다. 그중에서 ‘아델리펭귄(Adélie penguin)’은 가장 개체수가 많은 종이다. 현재 추정되는 개체수는 약 500만마리다.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에서도 아델리펭귄을 ‘최소 관심(LC)’ 등급으로 분류한다. 사실상 매우 건강하게 개체수가 유지되고 있는 종이라는 의미다. 하지만 최근 아델리펭귄들의 안정적 삶에도 ‘균열’이 일어나고 있다. ‘기후변화’ 때문이다.◇ 기후변화의 가속화, 미래엔 ‘아델리펭귄’을 볼 수 없다최근 연구결과들은 아델리펭귄의 미래
시사위크|남극=남극특별취재팀 ‘남극의 깡패’, ‘악마 펭귄’. 대중들에게 잘 알려진 ‘아델리펭귄(Adélie penguin)’의 별명이다. 귀여운 외모와 달리 아델리펭귄의 행동이 매우 사납다는 인식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이 과장됐다는 말도 있다. 그렇다면 아델리펭귄은 정말로 악마 같은 펭귄일까, 아니면 오해에서 비롯된 것일까.◇ 악명 높은 남극의 ‘그 녀석’사실 외모만 보면 아델리펭귄은 ‘악마’와는 거리가 멀다. 몸길이 약 46~61cm, 몸무게 3.5~4.5kg의 체구는 같은 남극 펭귄 식구들인 ‘젠투펭귄’이나 ‘턱끈펭귄’보다 작
시사위크|남극=남극특별취재팀 펭귄은 남극의 상징이다. 그중에서도 황제펭귄과 함께 대중들에게 가장 친숙한 펭귄은 단연 ‘아델리펭귄(Adélie penguin)’일 것이다. 까만색 등과 날개, 하얀 배는 만화속 펭귄 캐릭터와 거의 똑같다. 하지만 귀여운 외모와 달리 성격 나쁘기로 유명하다. ‘남극의 깡패’라고 불리기도 한다. ◇ 아델리펭귄이 남극대륙이 아니라 ‘킹조지섬’에 나타난 이유“기자님, 빨리 와보세요!”남극세종과학기지 하계연구대 동물모니터링팀의 남현영 서울대 기초과학연구원 책임연구원(박사)이 소리쳤다. 지난 1월, ‘남극특별보호
우리는 더 이상 기후변화를 남의 나라 이야기로, 멀리서 쿨하게 바라볼 수 없다. 이미 우리나라 바다에서는 변화가 눈에 보이고, 어민들은 그 변화를 몸으로 느끼며 하루하루를 견디고 있다. 곧 그 변화는 우리의 일상에도 닿을 것이다. 이제 중요한 것은 변화를 외면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답을 찾고 스스로 적응하는 일이다. 수산업이 살아나고 바다가 다시 풍요로워지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의 관심과 행동이 필요하다. 바다가 보내는 경고는 단순한 위협이 아니다. 그 안에는 우리가
우리는 늘 바다와 함께 살아왔다. 하지만 지금, 바다는 변하고 있다. 기후변화로 바다는 뜨거워지고, 어장은 하나둘 사라졌다. 흔들린 생태계는 어민들의 삶을 위협하고 있다. 이제 바다의 경고는 우리 모두를 향한다. 동해, 서해, 남해 그리고 제주까지 우리는 바다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전국을 돌았다.
이제는 기후적응 시대다. ‘핫한 남극’에 담긴 메시지는 우리 삶에 성큼 다가와 있지만 여전히 ‘쿨한 한국’의 인식은 이를 외면하고 있다. 따뜻해진 기온은 남극의 빙하를 녹게 했고, 펭귄의 서식지를 흔들었다. 또 외래종의 유입과 인간의 이기심은 남극 생태계를 뒤흔들고 있다. 한국의 바다도 예외가 아니다. 뜨거워진 바다는 어민의 삶을 위협하고, 우리의 식탁과 집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경고한다. 이제 우리는 어떻게 살아남아야 할까.◇ 적응의 씨앗, 기후변화에 맞선 어민들남극은 여전히
기후변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은 전 세계 연안을 위협하고 있다. 태평양의 일부 섬나라에선 국토가 조금씩 바닷물에 잠겨 국가 존립 자체가 위협받고 있다는 얘기도 들려온다. 바닷물이 해안가를 넘어, 도시를 삼킬 수 있다는 얘기다. 한반도도 이러한 위협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않다.◇ “마당까지 물이 차올랐다”… 섬 마을을 덮친 ‘해수’“올해는 주택 침수가 되진 않았지만 안심할 수 없죠.” 인천 옹진군의 섬 덕적도 북리2리 이장인 김영길 씨는 백중사리 시기가 다가오면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황금빛 모래가 깔린 백사장. 바닷가를 생각하면 쉽게 떠올리기 쉬운 이미지다. 백사장은 해변을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휴식 공간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 해안방재와 생태계 유지 등 다양한 기능을 수행한다. 그런데 기후변화가 가속화되면서 우리 해안 곳곳에서 백사장이 사라지고 있다.◇ 좁아지는 백사장… 바닷가 주민 안전 위협하다“예전에는 해변 백사장이 넓게 펼쳐져 있었죠. 백사장에서 한참을 걸어 들어가야 바다에 들어갈 수 있었는데, 지금은 백사장 면적이 많이 줄었어요.”강원도 속초시 장사항 해
빙하는 소금기가 없는 얼음이다. 그 많은 빙하가 바다로 쏟아지면, 잠시 동안 주변 바닷물은 ‘담수화’가 일어난다. 쉽게 말하면, 바닷물이 조금씩 싱거워지는 것이다. 물론 빙하가 많이 녹았다고 해서 남극 전체 바다가 싱거워졌다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연안 지역에 담수가 많이 유입되고 있다는 데이터는 우리가 주의 깊게 관찰해야 할 중요한 신호다.
남극은 극한의 기후와 고립된 환경 덕분에, 오랜 세월 독자적인 생태계를 지켜왔다.또 1959년 체결된 남극조약도 평화적 목적과 과학 연구만을 허용했기 때문에 사람의 발길은 엄격히 제한돼왔다. 하지만 이제 균열이 발생하고 있다. 불청책처럼 찾아든 외래종과 인간의 이기심이 남극의 고요함을 조금씩 흔들고 있다. 빙하, 눈 덮인 산맥, 그리고 귀여운 펭귄들. 그 강렬한 풍경 뒤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파괴가 조용히 진행되고 있다.
2024년 12월, 지구 끝에서 한 달… 우리는 한 가지를 깨달았다. 바로 이것이 지구의 미래라는 사실이었다. 최근 IPCC 발표에 따르면, 지구의 평균 기온은 과거에 비해 이미 1.5℃ 상승했다. 하얀 남극이 사라지고 눈이 녹아내린 자리에는 시커먼 땅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 틈 사이로 이끼와 풀이 자라나며, ‘녹색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었다. 100전, 탐험대가 처음 마주했던 남극은 이제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빙벽이 무너지고, 남극은 점점 더워지고 있다. 우리는 그 변화를
뜨거운 햇빛이 내리쬐던 8월 20일 오전 6시 30분, 제주도 정주항을 출발한 어선을 타고 바다로 나갔다. 35도에 육박하는 무더에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하지만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 제주연구소 연구진들은 몸에 꽉 끼는 잠수복을 입고 바다로 뛰어들었다.“기자님, 이것 좀 보세요!”약 30분 후, 물밖으로 나온 KIOST 연구진이 물이 소리쳤다. 연구원의 손에는 나뭇가지처럼 보이는 조각이 들려있었다. 물 속에서 주운 나뭇가지를 보라니,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이때 나뭇가지 주변에 꿈틀거
화면을 통해서 접하는 장면들은 기후변화가 먼바다 너머의 일처럼 느끼게 한다. 그렇다 보니 우리 삶에 가져올 변화에 대해서는 무심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기후변화는 생각보다 빠르게 우리의 삶의 스며들고 있다. 짧아진 봄·가을과 극한의 폭염, 예측할 수 없는 스콜성 폭우와 같은 단순히 날씨의 변화 이상이다. 그 변화는 당장 우리의 밥상에서부터 시작되고 있다.◇ 식탁이 위태롭다 ‘국민 횟감’으로 불리는 광어는 80년대만 해도 귀한 횟감이었다. 광어가 부담 없는 횟감
남극은 지구의 건강과 기후 변화를 가늠하는 ‘바로미터’다. 지구의 기후를 조절하고, 해수면을 안정시키며, 해류 순환을 유지하는 등 지구 생태계의 균형을 지탱하는 핵심 역할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온 상승으로 남극의 빙하가 녹아내리면서 해양 생태계는 빠르게 흔들리고 있다. 이는 곧 전 세계 기후와 생태계가 균열을 일으키고 있다는 신호이며, 한국 역시 더 이상 그 영향을 비켜갈 수 없다.◇ 역대급 ‘뜨거운 여름’ 보낸 한국올 여름, 한국은 극한을 오가는 기상변화를 겪었다. 여름
바다가 ‘유독(有毒)’해지고 있다. 이는 외부로부터 유입된 독극물 때문이 아니다. 바다 스스로 독극물을 만들어 내고 있다. 바다가 내뿜은 치명적인 독소들은 해양 생태계 전체를 위협한다. 그 원인은 ‘기후변화’에 있다. 해수온 상승으로 뜨거워진 바다. 그곳에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도모산’이 습격한 미국 바다, 고통받는 해양포유류들지난 7월, 시사위크 취재팀은 미국 캘리포니아 소살리토(Sausalito)에 위치한 ‘해양포유동물센터(The Marine Mammal Center, TMMC)
‘기후변화’하면 어떤 장면이 떠오를까. 뜨거워진 바닷물, 초대형 태풍과 홍수 같은 ‘열대기후성 재난’과 녹아내리는 극지의 빙하를 먼저 떠올리게 된다. 모두 눈에 보이는 ‘가시적 피해’다. 하지만 이와 함께 우리 눈앞에 직접 드러나지 않는, 안개처럼 스며드는 또 다른 위협이 있다. 바로 ‘해양 산성화(Ocean Acidification)’다.해양 산성화는 당장 피부로 느끼기 어려워 간과되기 쉽다. 바닷물을 마신다고 신맛이 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변화는 장기적으로 해양생태계와 인류의 삶
춘추전국시대, 제(齊)나라의 사상가 관중(管中)의 업적을 기록한 ‘관자(管子)’ 형세해(形勢解) 편에 나오는 문구다. 모든 것을 차별하지 않고 포용할 수 있는 포용력을 바다의 넓음에 빗대 표현한 것이다. 이는 단순한 미사어구가 아니다. 실제로 바다는 우리 자연의 모든 것을 포용한다.수십억년, 영겁의 세월 동안 바다는 뜨거운 온실가스, 환경오염물질을 흡수하고 정화했다. 이 바다의 힘 덕분에 지구는 태양계에서 유일하게 생명이 넘치는 행성이 됐다. 그러나 최근 바다의 포용력에도 한계가 왔다. 매일 전 지
남극은 인류에게 ‘딜레마’다. 지구상에서 가장 순수한 자연이 남아 있는 동시에 기후변화 연구를 위해 꼭 필요한 공간이지만, 인간의 발길이 닿는 순간 훼손의 흔적을 남길 수밖에 없는 곳이기 때문이다. 결국 환경 보전이란 노력은 역설적으로 균열을 자아낸다. 미지의 세계에 대한 호기심은 이기심이란 촉매를 만나 환경 파괴라는 씨앗을 뿌린다.이제 남극은 눈과 얼음으로만 가득하던 자연환경에서, 연구와 보존, 탐험과 파괴가 동시에 얽히는 변화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고 있다. 환경 보전과 탐험 사이에서 생긴 균열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