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비공개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비공개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이경아 기자  자유한국당이 29일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저지를 위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 199건에 대한 필리버스터(무제한토론)를 신청했다. 지난 27일 본회의에 자동 부의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골자로 한 선거법 개정안을 통과시키지 않겠다는 취지다. 민주당은 본회의를 개최하지 않는 것으로 대응했다.

국회 의사과에 따르면, 한국당은 이날 오후 2시 본회의 직전 상정된 199개 법안에 대해 필리버스터를 신청했다. 다만 모든 법안에 대해 반대의사를 표방한 것은 아니며, 궁극적으로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법률안에 반대한다는 취지라는 게 한국당의 입장이다.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법률안은 선거법과, 고위공직자비위수사처법, 유치원 3법 등이다.

자유한국당 고위 관계자는 이날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본회의에 상정된 199건 전부에 대해 반대를 하기 때문에 필리버스터를 신청한 것이 아니다”며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안과 선거법을 저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한국당의 필리버스터는 곧바로 역풍을 맞았다. 이날 본회의에서는 선거법 개정안 외에도 민식이법, 해인이법, 유치원 3법 등 처리하기로 했던 민생법안들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국당이 선거법 개정안을 막기 위해 비쟁점 민생법안 처리의 발목을 잡았다는 비판이 가해졌다.

비판을 의식했는지 나경원 원내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민식이, 하준이, 태호 등 어머님과 아버님. 저희 모두 이 법안을 통과시키고 싶다”며 “제일 먼저 민식이법을 통과 시키고 이후 우리 당이 필리버스터를 신청한 법안에 대해 필리버스터를 할 수 있는 기회를 달라”고 강조했다. 한국당은 추가적으로 보도자료를 내고 “한국당이 필리버스터를 신청한 안건 중 민식이법은 해당하지 않는다”며 “민식이법은 필리버스터 신청 이후 법사위에서 통과됐다”고 부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식이법을 볼모로 잡았다는 비난을 피하지 못했다. ‘선거법 개정안 본회의 상정 철회’를 전제조건으로 내걸었다는 점에서다. 실제 나 원내대표는 “선거법을 상정하지 않는 조건이라면 필리버스터를 신청한 법안에 앞서서 민식이법 등을 먼저 상정해 통과시켜 줄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본회의를 개최하지 않는 것으로 맞불을 놨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국회 로텐터홀에서 자유한국당 규탄집회를 열고 “오늘 처리 안건은 대부분 민생법안이었다”며 “민생법안을 필리버스터로 통과시키지 않겠다는 것은 국회를 마비시키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혹독한 대가를 치를 것”이라며 “유치원 3법과 민식이법이 어떻게 필리버스터 대상이 될 수 있느냐”고 성토했다.

바른미래당도 한국당 비난대열에 동참했다. 김정화 대변인은 “어린이 교통안전 강화를 위한 민식이법까지 당리당략을 위한 제물로 삼겠다는 상식 파괴”라며 “국정과 민생을 대상으로 한 인질극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오신환 원내대표도 “모든 법안에 한국당이 필리버스터를 신청한 것은 국민의 지지를 받기 어렵다”고 했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본회의 개의를 하지 않았다. 국회법상 국회의원 5분의 1 이상의 동의가 있다면 본회의 개의가 가능하지만, 민주당이 들어오지 않을 경우 실질적으로 안건 처리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문 의장은 “비쟁점 민생법안 처리에 대해 합의했기 때문에 그 합의를 지키는 게 맞고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며 “의결정족수가 되면 본회의를 열고 법안을 처리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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