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로가기
권기자의 육아일기
[‘초보아빠’ 권기자의 육아일기㊻] 우리 아이는 ‘코로나 베이비’ 입니다
2020. 12. 24 by 권정두 기자 swgwon14@sisaweek.com
코로나 시대, 육아는 2배가 아니라 200배는 어려운 것 같습니다. /게티이미지뱅크
코로나 시대, 육아는 2배가 아니라 200배는 어려운 것 같습니다. /게티이미지뱅크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2020년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코로나19로 시작해 코로나19로 끝나게 된 2020년인데, 정작 코로나19는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네요. 마치 1년을 잃어버린 느낌마저 듭니다. 이렇게 아쉬움 가득하고 다가오는 새해가 희망적이지 않은 연말은 처음인 것 같습니다.

◇ 코로나 시대, 더욱 고된 육아의 현실

우리는 지금, 코로나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씁쓸하지만 ‘코로나 베이비’라는 표현도 등장했더군요. 

통상 ‘○○○ 베이비’라는 표현은 크게 두 가지 측면의 의미를 담고 있는데요. 큰 사건이 벌어진 시기에 태어난 아이들, 혹은 어떠한 이유로 인해 평소보다 출산이 급증한 시기에 태어난 아이들을 표현하곤 합니다. 대표적으로는 ‘밀레니엄 베이비’ ‘월드컵 베이비’ 등이 있죠.

‘코로나 베이비’는 코로나 시대에 태어난 아이들을 의미할 뿐 아니라,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임신·출산이 증가하는 현상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다만, 후자의 현상은 우리나라에 크게 해당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코로나 베이비’라는 표현에 대해 거부감을 표하는 분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압니다. 올해 둘째가 태어난 저 또한 이 표현이 안타깝긴 마찬가지입니다. 다른 것도 아닌 감염병 이름이 ‘베이비’ 앞에 붙으니 거북하지 않을 수 없죠. 그렇다고 또 틀린 말은 아니라는 점이 더욱 속상합니다.

코로나 이전에 태어난 첫째와 코로나 이후에 태어난 둘째를 모두 키워오고 있는 입장에서 본 코로나 시대의 육아는 딱히 표현할 길이 없을 만큼 씁쓸하고 절망적입니다. 

9월에 둘째가 태어나 산부인과 및 산후조리원에 머무는 동안, 27개월이던 첫째는 엄마와의 생이별을 감당해야 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첫째가 함께 지내는 것은 물론 면회조차 허용되지 않았기 때문이죠. 매일 밤 엄마를 찾다 잠들고, 아침에 일어나서도 가장 먼저 엄마를 찾던 첫째의 모습에 둘째가 태어난 게 무색할 정도로 가슴이 미어졌습니다.

얼마 전엔 둘째의 백일이었습니다. 하지만 부산에 거주하는 아내의 가족들은 아직까지 둘째를 실제로 보지 못한 상태입니다. 조촐하게 준비하던 100일 잔치는 확진자가 너무 늘어나 취소했습니다. 연말엔 부산에 내려가 함께 시간을 보낼 계획도 있었는데, 이 역시 집합금지 행정명령으로 불가능해졌고요.

한창 에너지가 넘쳐 뛰어놀 시기인 첫째, 태어난 지 100일을 넘겨 조금씩 세상구경을 시작할 시기인 둘째 모두 ‘집콕 신세’입니다. 좋아하는 장난감을 사주고, 함께 쿠키를 만들어보고, 빔프로젝터로 영화를 틀어주는 등 온갖 방법을 써봤지만 집에서 노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답답한 아이는 떼를 쓰게 되고, 지칠 대로 지친 부모는 더욱 스트레스를 받는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죠. 하루이틀이 아니라 몇 달째 이어지니 숨이 막힐 지경입니다.

힘든 시간은 계속되고, 상황은 더욱 심각해지기만 하다 보니 원망스러운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할로윈이랍시고 번화가를 가득 채웠던 인파, 굳이 대면예배를 고집하고 찬송가까지 부르다 무더기로 확진자가 나온 교회 같은 소식을 접할 때면 “당신들 때문에 우리가, 우리 아이들이 얼마나 힘든지 아느냐”고 외치고 싶은 심정이 굴뚝같습니다.

둘째가 태어난지 100일이 훌쩍 지났지만, 아내의 가족들은 아직 아이를 한 번도 보지 못했습니다.
둘째가 태어난지 100일이 훌쩍 지났지만, 아내의 가족들은 아직 아이를 한 번도 보지 못했습니다.

◇ 포스트 코로나, 전화위복 되길

언젠가는 끝나야 할 코로나는 우리에게 있어 거대한 전환점이 될 것이 분명합니다. 정말로 많은 것이 달라지겠죠.

그런 생각을 하면 우선 걱정이 앞섭니다. 제가 살아온 것과 너무나도 많은 것이 달라질 세상에서 어떻게 아이들을 키워나가야 할지 무척 혼란스럽습니다.

특히 이 시기에 유아동기 또는 학창시절을 보낸 세대에게 중대한 부작용이 남지 않을지가 가장 우려되는 부분입니다. 친구를 비롯해 다양한 인간관계를 맺으며 사회성을 형성해야할 시기에 ‘비대면’이 강조되다 보니, 향후 여러 문제로 이어질 것 같습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세심하게 잘 살피고, 적절한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겁니다.

물론 긍정적인 변화도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예로는 재택근무의 확산을 들 수 있을 텐데요.

우리는 사무실이라는 물리적 공간에 출근하지 않고도 회사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기술력과 인프라를 코로나 전부터 이미 갖추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기존의 관념에 얽매여있다 보니 재택근무가 활성화되진 못하고 있었죠. 일과 가정 및 육아를 병행하는데 있어 재택근무가 아주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음에도 말입니다. 

그런데 코로나는 이러한 것들 역시 강제적으로 변화시켰습니다. 그것도 아주 단기간에, 강력한 변화를 이끌어냈죠. 이제는 재택근무가 전혀 어색하거나 특별하지 않게 됐습니다. 재택근무 역시 보완하고 개선해야 할 점이 많겠지만, 근무형태의 선택 폭이 넓어진다는 것은 육아가정에게 분명 큰 도움이 될 겁니다.

어려운 시기일수록 서로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합니다. 2021년엔 부디 하루빨리 코로나 시대가 막을 내리길, 또 커다란 전화위복이 시작되길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