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산업혁명시대의 핵심 가치 중 하나인 ‘공유경제’는 이미 우리사회에 많은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그중에서도 우리가 삶을 영위하는데 있어 필수적인 요소인 ‘공간’의 개념과 가치를 변화시키고 있다는 점은 주목해야할 대목이다.

공간은 전통적으로 ‘한정적인 자원’을 대표해왔으며, 소유개념에 기반한 한계가 뚜렷했다. 모두가 필요로 하나, 모두가 소유할 수는 없었던 것이 공간이었다. 또한 누군가에 의해 소유됨으로써 공간의 활용과 가치는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었다. 살인적인 집값과 각종 주거문제도 결국은 한정된 공간을 소유하는데서 비롯된 문제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공간이 지닌 한계를 깨트리는데 있어 공유경제가 해법으로 떠오르고 있다. 누군가가 독점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함께 활용할 수 있게 되면서, 그 가치 또한 무궁무진해지고 있는 것이다. 새로운 기술력과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뿌리내리고 있는 공유경제 모델들을 통해, 다가올 미래 우리의 공간을 더욱 가치 있게 만들 수 있는 해법을 찾아본다. [편집자주]

공유창고는 살인적인 집값 등 열악한 주거 및 공간 문제를 해결할 공유경제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픽사베이
공유창고는 살인적인 집값 등 열악한 주거 및 공간 문제를 해결할 공유경제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픽사베이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1. 40대 남성 이민우(가명) 씨는 1~2년 전부터 캠핑 취미에 푹 빠져있다. 그런데 최근 고민이 생겼다. 필요에 의해, 때로는 감성에 이끌려 구입한 캠핑 장비가 점점 쌓이다보니 더 이상 보관할 곳이 마땅치 않은 것이다. 일부는 처분하기도 했지만, 여전히 선뜻 포기할 수 없는 장비들이 많다. 

#2. 30대 여성 한지은(가명) 씨는 2년 전 결혼해 방 3개짜리 작은 신혼집에 거주 중이다. 부부 모두 책읽기를 좋아해 방 하나는 책이 가득한 서재로 꾸며놓고 있다. 그런데 최근 고민이 생겼다. 첫 아이를 임신하면서 각종 아기용품을 둘 방이 필요해진 것이다. 마땅한 공간은 서재뿐인데, 책을 옮겨둘 곳이 달리 없다. 그렇다고 책을 모두 처분하고 싶지는 않다. 

#3. 20대 여성 박서연(가명) 씨는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와 직장 생활을 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고민이 생겼다. 직장을 옮기면서 거주지도 옮겨야 하는데, 전셋값이 부쩍 오른 데다 마땅한 매물이 없어 집 크기를 줄여야하는 것이다. 문제는 평소 패션에 관심이 많아 옷이 꽤 많다는데 있다. 이전에 살던 투룸 빌라에선 방 하나를 옷방으로 썼는데, 이제는 그럴 수 없는 상황이다.

우리가 거주하는 집의 상당한 공간은 짐이 차지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세 사람의 고민은 모두 한정된 공간에서 비롯된다. 이러한 고민은 특히 땅값과 집값이 치솟으면서 점점 더 심화되고 있다. 다행인 점은 고민을 해결할 방법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공간을 기반으로 한 공유경제 모델의 대표주자 중 하나인 ‘공유창고’가 그 주인공이다.

수년 전부터 등장하기 시작한 공유창고 업체는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2016년 서비스를 시작한 ‘다락’의 경우, 현재 서울에서만 17개 지점을 운영하고 있다. 2015년 서비스를 시작한 ‘알파박스’는 부산·김해를 중심으로 6개 지점을 운영 중이다.

과거에도 물건을 보관해주는 서비스는 있었다. 다만, 주로 대형 창고 업체였다. 이사 날짜가 맞지 않거나 인테리어 공사가 필요해 짐을 잠시 보관해주는 것이 대표적이었다. 

현재의 공유창고 서비스는 많은 것이 다르다. 과거의 창고업체들이 주로 땅값이 저렴한 교외 외곽지역에 위치했다면 지금의 공유창고는 교통이 편리하고 유동인구가 많은, 그래서 땅값도 비싼 중심지에 위치한다. 

창고의 규모는 대폭 축소됐다. 사물함 정도의 크기에서부터 작은방 수준까지 필요에 따라 선택할 수 있다. 각종 수납용품을 활용해 본인의 취향에 맞게 정리해두는 것도 가능하다.

공유창고의 서비스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철저한 보안은 기본이고, 온도와 습도를 적절하게 유지해주는 것은 물론 심지어 살균·항균까지 해주기도 한다. 짐의 규모에 따라서는 운송 서비스도 이용할 수 있다.

공유창고 대표업체 다락은 현재 서울 주요 도심 지역에 17개 지점을 운영 중이다. /다락 홈페이지
공유창고 대표업체 다락은 현재 서울 주요 도심 지역에 17개 지점을 운영 중이다. /다락 홈페이지

이 같은 공유창고의 활용도는 무궁무진하다. 장기간 보관해야 하는 물건 뿐 아니라, 자주 사용하는 물건을 보관하기에도 무리가 없다. 캠핑을 가기 전에 들러 필요한 용품을 챙겨 가는 것, 그때그때 읽을 책이나 입을 옷만 가져가는 것 모두 가능하다. 

또한 경제적이다. 서울 등 주요 도시의 무서운 집값을 고려하면 특히 더 그렇다. 짐을 두기 위해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며 더 넓은 집에 거주하는 것보다, 공유창고를 이용하는 것이 훨씬 저렴하고 효율적이다.

다방면에서 발전 가능성도 높다. 이미 공유창고 업체들은 수납에 필요한 용품들을 제공하거나 운송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며 추가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세탁·세척, 수리·수선, 폐기 등 연계 가능한 서비스는 여전히 많다. 나아가 공유창고 이용자들을 통해 확보한 유동인구를 기반으로 여러 가지 수익창출도 가능하다.

우리나라보다 먼저 시장이 형성된 미국과 일본 등지에서 공유창고는 도시의 살인적인 집값과 열악한 주거 및 공간에 따른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수익까지 창출하며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내 물건을 보관하는 내 공간’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트리며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