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Extinction)’. 지구상에 존재하던 어떤 종이 모종의 이유로 세계에서 사라져 개체가 확인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사실 지구의 입장에서 멸종은 항상 일어나는 작은 사건일 뿐이다. 지구의 생명역사가 시작된 38억년 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지구상의 생명체 대부분이 사라지는 ‘대멸종의 시대’가 존재했다. 그러나 우리가 주목해야할 것은 멸종의 원인이 기존의 ‘자연현상’에 의한 것이 아닌, 인간이 직접적 원인이 된 멸종으로 변해가고 있다는 점이다. 환경오염, 불법 포획부터 지구온난화까지 우리 스스로 자초한 결과물들이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이제 지구는 우리에게 묻는다. “너희 스스로 자초한 재앙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힘이 있는가.” [편집자 주]

쿼카는 호주 서남부의 로트네스트 섬(Rottnest Island)에 서식하는 동물로 귀여운 외모와 미소가 매력적이다. 하지만 쿼카를 만지면 무려 300달러에 달하는 벌금을 물어야 해 ‘웃으면서 다가오는 벌금’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사진=호주 정부 관광청(James Vodicka)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웃으면 복이 온다’는 유명한 속담이 있다. 이 속담대로라면 세상에서 가장 ‘복’을 많이 받는 동물은 아마 ‘쿼카(Quokka)’일 듯하다. 

캥거루과에 속하는 쿼카는 호주 서남부의 로트네스트 섬(Rottnest Island)에 서식하는 동물로 40~90cm 정도의 작은 몸집의 소형 포유류다. 회색빛을 띈 갈색털과 둥글고 작은 귀와 빵빵한 볼을 가진 귀여운 외모가 특징이다. 

쿼카의 가장 큰 매력은 항상 웃는 표정을 짓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사람에게 친화력이 높은 쿼카는 귀여운 얼굴로 싱글벙글 웃으면서 다가오곤 해 호주를 찾는 관광객들에게 매우 인기가 높다,

이처럼 사랑스러운 미소를 가진 쿼카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동물’이라는 별명으로 불리곤 한다. 그런데 글로벌 누리꾼들과 호주여행을 다녀온 관광객들은 쿼카를 ‘웃으면서 다가오는 벌금’ ‘걸어다니는 벌금 덩어리’라는 다소 악명이 높다. 어째서일까.

쿼카를 만지면 벌금을 물어야 하는 이유는 서호주 당국(Government of western australia)이 주 및 연방 법률에 따라 멸종위기에 처한 종으로 쿼카를 등록해 특별 보호를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진=픽사베이

◇ ‘만지면 300달러’… 호주 정부, “벌금은 쿼카 보호 조치‘

사랑스러운 쿼카가 이처럼 살벌(?)한 별명으로 불리는 것은 호주 정부의 법안에 대한 소문 때문이다. 쿼카를 귀엽다고 만질 경우 막대한 벌금을 물 수 있다는 소문이 그것이다. 

실제로 호주 관광청 및 서호주 로트네스트 섬 당국에 문의한 결과, 쿼카를 만지면 벌금을 문다는 것은 ‘사실’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현재 서호주 당국(Government of western australia)는 주 및 연방 법률에 따라 멸종위기에 처한 종으로 쿼카를 등록해 특별 보호를 취하고 있다. 로트네스트섬 당국 관계자는 “쿼카를 만진 사람에게는 300달러(호주 기준), 한화 약 26만원에 해당하는 과태료를 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웃음기 가득한 귀여운 얼굴로 가까이 다가오는 쿼카의 유혹에 못이겨 쓰다듬기라도 하는 날엔 20만원이 넘는 벌금을 물어야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신호위반시 부과되는 과태료가 6만원~8만원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쿼카는 말 그대로 ‘웃으면서 다가오는 벌금폭탄’인 셈이다.

하지만 호주 관광청은 쿼카와 사진 찍는 것 자체가 불법은 아니라고 한다. 호주의 여행 사진가 제임스 보딕카는 “쿼카는 가만히 카메라를 대고 기다리면 가까이 다가오는데 이때 타이밍을 맞춰 셀카를 찍으면 된다”고 설명한다./ 사진=호주 정부 관광청

이같이 쿼카가 ‘걸어다니는 벌금’이라는 별명으로 만든 법안을 호주에서 재정한 이유는 이들이 심각한 멸종위기에 처한 종이기 때문이다. 

국제 자연 보호 연맹(IUCN)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적으로 남아있는 쿼카의 개체수는 7,500~1만5,000마리 뿐이다. 서식지 또한 호주의 로네스트섬과 그 주변 도서지역이 전부다. 때문에 IUCN에서는 쿼카를 멸종위기등급 ‘취약(VU: Vulnerable)’으로 분류해 전 세계적인 보호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다만 쿼카와 사진찍는 것 자체가 불법이 아니라 벌금을 물지는 않는다는 것이 호주 당국의 입장이다. 호주 관광청은 “가장 귀여운 동물인 쿼카와 사진찍는 것은 불법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호주의 여행 사진가 제임스 보딕카도 호주 관광청 홈페이지에 게시한 글을 통해  “쿼카는 호기심 많은 동물이기 때문에 만지거나 잡을 필요없이 가만히 카메라를 대고 기다리면 가까이 다가오는데, 이때 미소짓는 타이밍을 맞춰 함께 셀카를 찍을 수 있다. 이것이 ‘쿼카와 셀카찍기 팁’”이라고 전했다.

벌금을 물지 않고 쿼카와 성공적으로 사진을 찍은 관광객들의 사례./ 사진=호주 정부 관광청

◇ “이건 배신이야”… 서식지 파괴, 천적 유입 모두 ‘인간 탓’

쿼카가 이처럼 심각한 멸종 위기에 처한 이유는 크게 ‘자연적 요인’와 ‘인위적 요인’으로 볼 수 있다. 

IUCN 등 생태계 전문가들에 따르면 먼저 자연적 요인의 경우, △붉은 여우 △야생고양이 △딩고(호주·동남아시아에서 서식하는 야생 들개의 일종) 등의 천적 증가다. 

붉은 여우, 딩고, 야생고양이 등 포식자들의 위협으로 인해 쿼카의 무리는 소규모화 되고 있으며, 밀집 지역도 몇몇 초목지대로 제한돼 타 무리와의 결집을 통한 개체수 확장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쿼카는 현재 호주 본토와는 달리 여우와 고양이, 딩고 등 천적이 거의 없는 로트네스트 섬과 주변 도서지역에만 남아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현재 쿼카의 멸종위기에 가장 큰 원인으로 작용하는 것은 인간의 활동으로 인해 발생하는 ‘인위적 요인’이라고 볼 수 있다.

IUCN가 2013년 보고서에 따르면 1829년 유럽인들이 호주 지역을 식민지화 했을 때부터 무분별한 사냥, 개척 활동 등으로 쿼카의 숫자는 다음 세기(1900년대)에 크게 감소했다고 한다. 특히 주거지와 도로 건축 등 인가들의 개발 활동은 쿼카의 서식지인 황무지나 습지, 초목지대의 급격한 감소를 가져왔다. 

심지어 앞서 자연적 요인으로 소개했던 천적의 증가도 사실상 인간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1930년대 정착민들을 통해 쿼카의 대표 천적인 붉은 여우, 딩고 등이 호주 본토에 유입됐기 때문이다. 

쿼카가 심각한 멸종위기에 처한 주요 원인 중 하나는 붉은여우(사진) 등의 천적이 급증하면서다. 붉은 여우는 1930년대 정착민들을 통해 호주 본토로 유입됐다./ 사진=픽사베이

또한 기상학자 및 환경 전문가들은 20세기 들어서 쿼카를 위협하는 가장 큰 요인을 ‘기후 변화’로 꼽았다. 전 세계 대다수 국가들의 산업 활동으로 인한 지구 온난화로 가속화되는 기후 변화로 쿼카의 서식지가 빠른 속도로 파괴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후 변화가 위험한 것은 호주 전역을 건조하게 만들고, 이는 곧 쿼카를 포함한 야생동물에게 치명적인 산불 피해로 번질 수 있다. 지난 2015년 11월 호주 서부 지역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로 인해 서호주 노스클리프 일대에 서식했던 쿼카의 90%가 목숨을 잃기도 했다. 

IUCN는 “현재 쿼카의 점유 면적은 700km² 미만이고 개체 분포가 심각히 분열돼 있어 고립된 하위 집단은 절멸할 위기에 처해 인구 규모가 지속적으로 감소되는 취약한 상황에 놓여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산불 등 대형화재로 인한 대규모 사식지 파괴, 강우량 감소로 이어지는 기후변화는 쿼카에게 심각한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예상한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20세기 들어 쿼카를 위협하는 가장 큰 위험요소는 '기후 변화'라고 경고한다. 호주 전역을 건조하게 만들고, 이는 곧 쿼카를 포함한 야생동물에게 치명적인 산불 피해로 번질 수 있기 때문이다. 사진은 지난 2019년 발생한 호주 산불./ AP, 뉴시스

◇ 호주 정부, 쿼카 보호에 ‘열일’중이지만… 학대 등 문제는 해결 과제

쿼카의 멸종위기가 심각해지면서 호주 정부도 자국의 마스코트인 쿼카를 보호하기 위해 지속적인 복원 및 보호 계획을 시행 중이다. 

호주 환경부에서 발표한 ‘Quokka Recovery Plan(쿼카 복원 계획)’ 보고서에 따르면 호주 정부는 지난 2013년 12월부터 쿼카의 개체수 조사 및 모니터링을 시행 중에 있다. 주립 산림, 국립공원 등 자연보호구역 내에 있는 쿼카의 서식지도 관리하고 있다. 

또한 쿼카 주요 서식지인 로트네스트 섬의 경우엔 정기적으로 여우를 유인하는 ‘미끼 스테이션’을 설치하는 등 쿼카를 위협하는 천적인 붉은 여우의 유입을 막기 위한 조치도 취하고 있다. 이밖에도 관광객 및 거주민들에겐 교육 및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해 쿼카의 현재 멸종위기상황을 알려 보호 활동에 동참하도록 격려하고 있다.

다만 이 같은 호주 당국의 보호를 위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존재하는 ‘동물학대’ 등 시민 의식 부족은 쿼카의 생존을 위협하는 요소 중 하나로 꼽힌다. 쿼카는 사람을 좋아해 스스로 접근하곤 하는데, 몇몇 사람들이 이를 악용해 쿼카를 발로 차고 때리는 등 괴롭히거나 죽이는 일이 종종 발생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015년 4월 워킹홀리데이차 호주를 방문한 프랑스 관광객 두 명은 자신에게 다가와 애교를 부리는 쿼카를 에어로졸 스프레이와 라이터로 산채로 불태워 4,000달러(호주 기준)의 벌금을 부과받았다. 학대를 당한 쿼카는 다행히 큰 상처는 입지 않았지만, 흉터(화상자국)는 남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판결을 맡은 엘리자베스 호주 법원 판사는 “쿼카를 해칠 의도는 아니었다는 그들의 주장은 말도 안되는 주장”이라며 “해당 범죄는 끔찍하기에 앞으로 이 같은 행위를 억제하기 위해선 벌금 등의 처벌이 필요하다”고 판결했다.

지금껏 사람들이 자신들에게 큰 위협을 가했음에도 불구하고 항상 웃는 얼굴로 다가오는 쿼카. 비록 지금은 사람들에게 ‘웃는 얼굴로 걸어오는 벌금’이라는 별명이 더 익숙하지만, 지속적인 보호 활동을 통해 앞으로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동물’이라는 원래의 별명만을 부를 날을 기다려 본다.

 

해당 기사는 2021년 3월 24일 오후 5시 35분경 포털사이트 등으로 최종 출고되었으나, 이후 독자님의 제보로 특정 문장에 오기가 있던 사실이 뒤늦게 확인돼 즉각 수정하였음을 알려드립니다. 독자님께 깊이 감사드리며, 앞으로 완성도 높은 기사를 위해 더욱 신중을 기하겠습니다. 기사 수정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수정 전) 쿼카와 사진찍는 것 자체가 불법이라 벌금을 물지는 않는다는 것이 호주 당국의 입장이다.


▲(수정 후) 쿼카와 사진찍는 것 자체가 불법이 아니라 벌금을 물지는 않는다는 것이 호주 당국의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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