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2위의 밀 생산국인 인도가 밀 수출 중단을 선언하면서 국내 밀가루 가격이 더 치솟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국제 밀 가격이 급등세를 이어가고 있다. 주요 밀 생산국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전쟁으로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가격이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원재료 가격 상승으로 밀가루 가격도 강한 상승 압박을 받고 있는 모양새다. 여기에 최근 세계 2위의 밀 생산국인 인도가 밀 수출 중단을 선언하면서 국내 밀가루 가격이 더 치솟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과연 인도의 밀 수출 중단이 국내 제분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 2위 밀 생산국 인도, 국내 수입 비중 미미… “국내 영향 단기적으론 제한적”

지난 13일(현지시간) 인도 대외무역총국(DGFT)은 식량안보를 이유로 밀 수출을 원칙적으로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올해 봄 이상고온으로 밀 생산량이 줄고 자국 내 밀 가격이 급등세를 보이자 수출금지를 선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인도는 전 세계 3위 밀 생산국으로 연간 1억850만t(톤)의 밀을 생산한다. 세계 밀 주요 생산국은 EU(1억3,650만t), 중국(1억3,500만t), 인도 순이다. 개별국가로 살펴보면 인도는 중국에 이어 세계 2위 밀 생산국이다. 

하지만 전 세계 밀 수출시장에서 인도가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은 편이다. 인도는 생산량 대부분이 자국 소비용이다. 수출량은 연간 850만t에 불과하다. 미국 농무부에 따르면 인도는 전 세계 수출량의 4%(8위) 수준을 담당하는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세계 밀 주요 수출국은 EU(3,600만t), 러시아(3,900만t), 호주(2,400만t) 순으로 나타난다. 

국내 인도 밀 수입 의존도 역시 미미하다. 우리나라는 제분용과 사료용으로 연간 334만t(2020년 기준)의 밀을 수입하고 있다. 밀가루 원료가 되는 제분용 밀의 경우, 미국, 호주, 캐나다 등에서 대부분을 들여오고 있다. 

한국제분협회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국내 제분용 밀 도입량은 218만2,000t이다. 이 중 51.1%인 111만5,000t을 미국에서 들여왔다. 이어 호주 43.5%(94만9,000t), 캐나다 5.4%(11만7,000t) 순으로 나타났다. 이 외에 기타 국가에서 도입한 밀은 1,000t에 불과했다. 이러한 기타 국가 중 인도산 밀이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하다.

이에 인도 밀 수출 중단이 당장 국내의 밀 수급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보긴 어렵다는 게 정부 당국의 분석이다. 농림축산식품부 측은 지난 15일 인도산 밀 수출 금지 조치의 국내 영향과 관련해 “전 세계 밀 수출에서 인도가 차지하는 비중과 국내 밀 재고 상황 등을 고려할 때 이번 인도의 밀 수출 중단으로 국내 단기적인 수급 영향은 제한적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제분용 밀의 경우 8월 초(계약물량 포함 시 10월 말), 사료용 밀의 경우 10월 초(계약물량 포함 시 ’23.1월 말)까지 사용 물량을 보유 중이다. 

다만 이런 분위기가 장기화될 경우엔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농림축산식품부 “인도의 밀 수출 중단이 장기화될 경우 국제 밀 수급·가격에 미칠 영향을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시장 공급 불안 심리 자극, 장기화시 가격상승 영향 있을 듯

제분업계에서도 비슷한 시각을 보였다. 한 제분업체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전화통화에서 “인도의 밀 생산량은 많지만 대부분 자국 소비용”이라며 “글로벌 마켓시장에서 인도가 차지하는 비중도 크지 않는 편이다. 국내 주요 밀 수입국도 아니기 때문에 국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단기적으로 국내 소비자 밀가루 가격 상승요인이 될 가능성도 제한적으로 봤다. 

다만 인도의 밀 수출중단 조치가 글로벌 마켓시장의 심리엔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공급과 수요라는 측면 외에 마켓엔 심리적인 요인도 분명히 반영된다”며 “러시아·우크라이나 간 사태에 따른 공급 차질에 이어 인도의 밀 수출 중단사태까지 터지자 시장 내 공급 불안 우려가 높아졌다. 이러한 심리적 요인은 (국제 밀) 가격에 프리미엄이 얹어지는 현상으로 이어진다. 최근 시카고상품거래소의 밀 선물가격이 인도 사태가 터지고 나서, 치솟은 것도 이러한 이유”이라고 설명했다. 

15일(현지 시간) 시카고상품거래소(CBOT) 밀 선물가격은 장 중 부셸당 12.475달러로 5.9% 올라 두 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세계 밀의 30% 생산하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으로 밀 수급이 불안해진 가운데 인도의 밀 수출 중단 사태까지 터지면서 가격을 자극한 것으로 분석됐다.

제분업체 관계자는 “인도의 밀 수출 사태가 단기적으론 수급과 가격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며 “다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공급부족 사태가 해결되지 않은 채, 인도의 밀수출 중단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국제 밀 가격 상승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국내 밀가루 가격엔 이 같은 상승 요인이 언제쯤 반영될까 이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북미산 생산량이 줄어서 밀가루 가격은 이미 많은 상승한 상태”라며 “최근 가격 상승세는 이러한 요인들이 반영된 것이다. 여기에 올해 2월에 전쟁이 터지면서 더 안 좋은 상황을 맞았다. 다만 밀가루 가격은 석유와 달리, 가격 인상 요인이 시장에 바로 반영되지 않는 특성이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태 등 다양한 시장 상황을 지켜보면서 대응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최종결론 : 절반의 사실
 

※ 참고자료
 - 농림축산식품부 인도산 밀 수출 금지에 따른 국내 영향 및 대응 보도자료 
-  한국제분협회(http://www.kofmia.org/data/stat_idx05.jsp)
 - 제분업체 관계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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