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정숙 법도 종합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엄정숙 법도 종합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 “몇 년 전, 저는 전세 계약을 맺으면서 집주인의 재정 상태를 확인하지 않았습니다. 문제는 집주인이 무자본 갭투자로 수백 채의 빌라를 매입한 상황이라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위기에 처했습니다. 결국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해 법적 대응을 고려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최근 몇 년간 부동산 시장에서 전세사기가 급증하면서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특히, 과거부터 부동산 투자의 방법으로 인정받아 오던 무자본 갭투자가 과연 전세사기로 이어질 수 있는지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무자본 갭투자는 적은 자본으로 부동산을 매입하고, 이를 전세나 월세로 임대해 수익을 창출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이 부동산 시장에서 악용되어 전세사기로 이어질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 최근 판례를 통해 주목받고 있다.

지난 2023년 2월 10일,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은 무자본 갭투자와 관련된 전세사기 사건에서 중요한 판결을 내렸다. 해당 사건(2022고단2079)에서 법원은 피고인(이하 집주인)의 경제적 상황을 미필적 고의 여부 판단의 주요 근거로 삼았다.

판결문에 따르면, 피고인이 임대사업을 하면서 소유하거나 관리하던 대부분의 부동산은 근저당권이 설정되어 있거나 임대차계약에 따른 보증금 반환채무가 존재하여 실질적인 재산가치가 거의 없는 상태였다.

또한 피고인은 대출이 실행되어 피해자들로부터 대출금을 교부받았을 당시, 매월 부동산에 관한 대출이자 등으로 상당한 금액을 부담하고 있었으며, 임대사업을 통해 임대차보증금을 지급받는 것 외에는 별다른 자금이나 수입이 없었다.

이번 판결은 무자본 갭투자에 의한 전세사기 사건에서 피고인의 경제적 상황이 전세사기의 주요한 요소임을 명확히 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법원은 피고인이 임대차계약을 체결할 당시 자신의 경제적 상황이 매우 불안정하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었음을 인정했다.

이는 피고인이 전세보증금을 반환할 능력이 없을 가능성을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계약을 체결했다는 점에서 미필적 고의가 인정될 수 있는 근거가 되었다.

나아가 유사한 판례에서도 동일한 취지로 유죄판결을 내렸다.

집주인이 무자본 갭투자 수익 외에는 별다른 수입이 없어 종합부동산세, 재산세 등의 구체적인 납부 계획이 없었고, 피해자에 대한 임대차보증금 반환 계획도 없었다는 이유로 70억원가량을 편취한 피고인에게 징역 8년을 선고한 사례가 있다.

또한, 2017년부터 2018년까지 서울 강서구 일대에서 무자본 갭투자 방식으로 세입자 43명으로부터 총 84억원의 임대차보증금을 편취한 피고인에게도 징역 8년의 형이 선고됐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3. 7. 6. 선고 2023고단2019 판결)

무자본 갭투자는 적은 자본으로 부동산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방법으로 처음에는 긍정적인 투자 전략으로 인식되었다. 그러나 이 방법이 세입자의 입장을 보호하지 않은 채 악용되면 전세사기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집주인이 충분한 자본 없이 부동산을 매입하고 전세보증금을 반환할 능력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세입자는 큰 경제적 피해를 입을 수 있다.

이번 판례는 무자본 갭투자의 위험성을 명확히 보여주며, 부동산 임대차 계약 시 세입자들이 집주인의 재정 상태를 철저히 확인할 필요성을 강조한다. 또한, 임대차보증금 반환 대책에 대한 충분한 검토 없이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는 것은 법적으로도 문제가 될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무자본 갭투자가 전세사기가 되는가에 대한 최근 판결은 임대차계약 체결 당시 집주인의 경제적 사정에 대한 미필적 고의 여부가 기준이다.

이러한 사기 행위에 대한 법적 대응의 방향을 제시하며, 집주인의 경제적 상황을 철저히 검토하고 법적 보호 장치를 강화함으로써 세입자의 권익을 보호하는 것이 중요하다. 부동산 시장의 투명성과 안전성을 높이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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