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영국, 신체검사와 운전 시험 등 여러 장치 갖춰
시사위크=이강우 기자 고령자 운전자사고 비율이 증가세를 보이면서 사고예방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높아지고 있다. 인구 고령화로 65세 이상 운전자 비율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 고령자 사고 꾸준히 늘어
정부가 발표한 ‘2024년 교통사고 사망자 감소대책’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교통안전은 지난해 기준 인구 10만명 당 사망자 4.9명을 기록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평균인 4.7명에 근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는 전체 평균치를 나타낸 것으로 △보행자 △고령자 △이륜차 등의 수치는 OECD 국가 중 중·하위권 수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고령 운전자의 경우, 한국의 인구 고령화가 지속됨에 따라 고령 운전자 비율이 지속 증가해 지난해 기준 고령 운전자로 인한 사망자는 전체의 29.2%를 차지했다. 무엇보다도 운전자 과실이 높은 차량 단독사고로 인한 사망자가 31.5%를 기록해 전체 교통사고(25.5%) 대비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도로교통공단의 교통사고분석시스템(TAAS)을 분석한 결과, 지난 2019년부터 2023년까지 5년간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 건수는 17만418건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기간인 2021년과 2022년 약간 줄어든 것을 제외하면 지난해 3만9,614건을 기록하며 최근 10년간 꾸준히 증가해 왔다.
이 같은 배경에 한국 운전면허증의 갱신과 관리가 쉬운 것이 이유가 될 수 있다. 도로교통공단의 한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한국의 고령자 운전면허 갱신은 치매 검사와 온라인 교육과 같은 절차만으로 해결된다”며 “그 이상의 도로 주행시험과 같은 절차는 아직 없다”고 밝혔다.
◇ 고령자 운전면허 관리, 해외는 어떻게 관리하나
한국교통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발간하고 해외의 고령자 운전면허 제도를 소개했다. 먼저 미국의 경우 고령 운전자라고 해서 운전면허를 자동으로 반납해야 하는 규정은 없다. 국가 전체를 아우르는 연방정부 차원에서의 관리 규정 또한 없다.
다만 주별로 독자적안 운영 법안은 따로 존재한다. 대략 23개 주에서 운전자의 신체 및 건강 상태를 확인할 수 있도록 고령 운전자들의 방문 갱신만을 허용하고 있다.
이와 함께 고령자를 대상으로 운전면허 갱신주기를 2년 정도로 단축하는 방법도 사용된다. 일리노이주의 경우 81세에서 86세 운전자의 경우 2년마다, 87세 이상 운전자는 매년 갱신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와 함께 도로 주행 시험을 요구하고 있다.
코네티컷주와 미시시피주를 포함한 7개의 주에선 시력·청력 검사 등 신체검사를 요구한다.
무엇보다도 미국의 의료전문가들이 운전자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상태가 운전에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될 시 운전자에게 조건부 운전 및 운전 금지를 권고할 수 있다.
이는 법적으로 운전 금지를 강제하는 것은 아니나 교통사고 발생 시 보험 적용을 거부당할 수 있으며, 추가적인 법적조치를 받을 수 있다고 한국교통연구원은 밝혔다. 국가 특성상 한국처럼 국가 차원의 건강보험이 없는 미국에서 보험 적용 거부는 개인에게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영국의 경우는 미국처럼 주마다 법령이 다르지 않고 국가 차원에서 이뤄진다. 그 내용이 한국과 비교했을때 빡빡한 편이다.
영국은 의료 조건부 면허와 연령 조건부 면허로 나뉜다. 의료조건부 면허는 정기적인 건강 검진을 통해 운전 적합성을 평가받아야 하며, 필요시 추가 의료 검사를 요구받을 수 있다. 가령 운전자에게 △기억력 문제 △청력손실 △이동성 문제 △간질 △심장질환 △파킨슨병 등 심각한 의학적 상태가 고령 운전자에게서 보고되는 경우 운전은 중단된다.
연령 조건부 면허는 주로 70세 이상의 고령자에게 발급되며, 3년마다 갱신이 필요함과 동시에 운전 적합성 평가를 받는다. 이 과정에서 자신의 건강 상태를 보고하고 필요시 추가 검사를 받아야 한다.
운전 능력 평가 절차는 세 단계에 걸쳐있다. 고령 운전자는 3년마다 신체적 능력을 평가받아야 한다. 예를 들어 운전자는 20.5m(미터) 거리에서 번호판을 읽을 수 있는지가 평가되며, 운전하는 차종에 따른 최소 시력도 요구된다.
이어 △단기기억 테스트 △주의력 지속성 검사 △문제 해결 능력 등 인지능력 평가 △갑작스러운 차선 변경 △급정거 △복잡한 교차로 통과 등의 상황에서의 운전 시험 또한 통과해야 한다.
다만 일각에선 나이가 많다고 해서 운전을 못 하게 하거나 면허를 뺏는 건 생계 곤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국이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고 있으며 은퇴 정년이 점점 늦어지고 있는 만큼 차량 운전은 꼭 필요하다는 것이다. 65세 이상 인구의 비율은 계속 증가해 지난 2019년을 기준으로 14.9%에서 지난해 18.2%까지 증가하는 행태를 띄고 있다.
이어 에너지경제신문이 리얼미터에 의뢰해 전국 18세 이상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조사에 응한 70대의 경우 면허 반납에 따른 보상과 혜택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34.3%를 기록한 바 있다.
60대인 시민 A씨는 <시사위크>와의 대화에서 “현 직장에서 은퇴를 앞두고 있지만, 은퇴 후에도 계속 일할 예정이라 차량 운전은 꼭 필요하다”며 “만약 강제로 차량 운전을 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일 시 이에 대한 대책이 꼭 마련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