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연미선 기자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0.72명으로 한국은 유례없는 출산율 최저치를 목격하게 됐다. 2017년까지만 해도 1명대였던 합계출산율이 다음해부터 0명대로 진입하더니 현재에 이르게 된 것이다.

한 사회의 출산력을 나타내는 지표는 출산율뿐만 아니라 모두 악화일로다. 1년 동안 인구 1,000명당 아이가 얼마나 태어나는지를 계산하는 조출생률은 4.5명으로 집계됐다. 조출생률은 15명 이하일 경우 낮은 수준으로 평가된다. 출생아 수는 23만명으로 10여년 전과 비교해 반토막 난 수준이다.

이에 정부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지난달 19일 정부는 인구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하고 비상 대응 체제를 가동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단기 육아휴직을 도입하고, 육아휴직 급여 상한도 250만원으로 인상한다는 방침이다. 아빠 출산 휴가도 20일로 확대됐다. 돌봄 체계 마련을 위해 상생형 직장어린이집 확산을 추진하겠다고도 전했다.

또한 주거 문제와 관련해서도 대책을 냈다. 신생아특례대출 소득 기준을 한시적으로 폐지하고, 출산 가구 주택공급을 연 12만호로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이외 신혼‧출산‧다자녀가구 주택 최대 1만4,000호 공급, 결혼 특별세액공제 신설 등이 추진될 예정이다.

그러나 여론의 반응은 미적지근한 모양새다. 이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특히 OECD는 ‘2024 한국경제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출산율이 과도하게 낮다는 점을 짚으면서 원인을 종합적으로 지적하기도 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처럼 OECD도 일‧가정 양립이 가능해야 한다고 본다. 이와 관련해 OECD는 “(한국은) 직장 내 돌봄 시설과 공공 돌봄 시설이 수요에 비해 적고, 질이 좋지 않은 민간 돌봄 시설만 많은 상황”이며 “육아휴직을 실제 사용하는 경우가 적은데, 이는 △엄격한 사용 기준 △낮은 혜택 △인사고과에 불리하게 작용하는 점 등에서 비롯된다”고 짚었다.

여기에 더해 아이를 낳고 키우는 데 드는 직접적인 비용을 줄일 필요가 있다는 권고도 나왔다. OECD는 “특히 서울을 중심으로 부족한 주택공급이 주거 비용을 높이고 있고, 순위권 대학에 대한 강한 선호도가 사교육비를 늘려 양육 비용을 증가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많은 젊은 세대가 대기업 내 양질의 일자리를 위해 취업을 미루거나 중소기업 비정규직으로 시작하고 있다”면서 “부부의 안정적인 경제적 지위를 강화하기 위해 노동 시장의 이중구조 문제를 다뤄야 한다”고 덧붙였다.

출산 주체로서 여성의 삶에 대한 인식 제고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크다.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정재훈 교수는 지난해 12월 보고서를 통해 “먹고사는 문제는 아이를 낳고 기르는 생활에서 중요한 과제가 맞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면서 “학교를 졸업해 똑같이 사회생활의 첫발을 내디뎠지만, 임신‧출산‧육아에 따른 독박육아와 경력 단절로 이어지는 삶을 눈앞에 뻔히 보면서 아이를 낳겠다고 결심하는 여성의 수는 이제 많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아이를 낳아도 내 인생에서 ‘당해야 하는’ 불이익이 없다는 확신이 들어야 아이를 낳을 것”이라면서 “기성세대 여성들이 ‘당연히’ 낳았던 아이에 대한 기대를 더 이상 한국 사회 구성원들이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저출산‧저출생은 단순하게 지원금을 투입하면 결과가 산출되는 방식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일‧가정 양립과 주거 비용 지원뿐만 아니라 청년 취업, 양육비, 무엇보다 인식 제고가 종합적으로 이뤄져야 할 필요가 있다. 정 교수의 말마따나 필요조건으로서의 비용과 양육 환경 문제 해결뿐만 아니라 성평등한 돌봄이라는 충분조건을 빠뜨리면 저출산‧저출생은 해결되지 못한 과제로 영영 남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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