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손지연 기자 인권활동가 출신인 박진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사무총장이 취임 2년 9개월 만에 사의를 표하고 이달 말 인권위를 떠난다. 박 사무총장은 사퇴를 결심한 이유로 안창호 신임 인권위원장을 들었다.
박 사무총장은 30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인사청문회를 보면서부터 (사퇴 결심을) 마음먹기 시작했다”며 “(안 인권위원장이) 인권위의 기본적인 입장과 많이 다르다. 제 생각과 너무 멀다. 앞으로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없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박 사무총장은 “안창호 위원장이 생각하는 인권관이 국제 사회 기준에 부합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이런 분을 보좌할 사무총장으로서 저는 적임자가 아니다”라며 “안 위원장의 성소수자에 대한 발언에는 참혹함을 느꼈다”고 비판했다. 이어 “두 위원들의 그 비합리적인 요구를 온몸으로 막았던 송두환 전 위원장과 비교된다. 떠나는 게 맞다”고 덧붙였다.
독실한 개신교 신자인 안 위원장은 그간 자신의 저서와 강연 등에서 동성애와 차별금지법에 대한 반감을 드러낸 바 있다. 지난 9월 3일 국회에서 열린 국가인권위원장 인사청문회에서도 “동성애가 사회주의·공산주의 혁명의 핵심적 수단이라는 주장이 있다”며 “여러 가지 상황을 비춰 볼 때 가능성이 제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해 논란이 일었다.
박 사무총장은 ‘인권위원장이 새로 부임한 이후 우려했던 일들이 현실화되고 있냐’는 물음에 “인권위에 상임위원들과의 내홍이 있다”며 “상임위원회 자리 배치를 트집 잡았는데 왜 사무처 따위가 위원들과 자리를 같이하냐 이런 요구였다”고 밝혔다.
이어 “안 위원장이 들어온 이후 단 한 차례도 아직 상임위원회가 열리지 않았는데 이유는 두 상임위원이 자리 배치를 바꾸지 않으면 상임위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한 것 같다”며 “이런 부당한 요구들이 인권위를 흔들고 있다고 생각한다. 위원장은 그걸 막아야 된다. 저는 많은 순간 답답했다”고 토로했다.
인권위는 안 위원장이 신임 위원장으로 결정되면서 20여 년간 유지해 온 소위원회 만장일치 표결 관행이 폐지되기도 했다. 인권위는 지난 28일 제20차 전원위에서 ‘소위원회 의견 불일치 때의 처리’ 안건에 대한 표결을 거쳐 재적 인원 11명 중 찬성 6명, 반대 4명으로 통과시켰다. 이번 안건의 통과로 각 소위원회를 기존 3명이 아닌 4명의 위원으로 구성하고 진정 안건에 대해 의견이 2 대 2로 갈리게 될 경우, 해당 안건은 기각이나 각하가 가능해졌다. 지난 23년간은 3인의 만장일치로 의결해 왔다.
박 사무총장은 이를 두고 “운영규칙을 바꾸면서 합의제 정신 자체를 깨버린 것”이라며 “진정인의 이익에 부합하냐. 도대체 무엇을 위해서 이런 결정을 했느냐. 도저히 납득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이어 “실제로 인권위 창립 이후에 권고는 최악의 수치로 떨어졌다”며 “과연 이 정부가 인권에 대한 기대가 있나 싶을 정도로 곳곳에서 벽이 무너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