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강남=연미선 기자 일본에서 온라인 오픈마켓 ‘큐텐재팬’을 운영하는 이베이재팬이 새로운 경영 방침을 발표했다. 구자현 이베이재팬 대표는 “3년 안에 기업가치 1,000억엔(9,800억원) 규모의 K뷰티 20개사, 100억엔(980억엔) 규모의 K뷰티 100개사를 만들기 위한 육성 프로젝트를 전개한다. 큐텐재팬이 그 마중물이 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 “K뷰티 선호도 확대… 큐텐재팬, 일본 내 K뷰티 시장점유율 1위”
14일 오전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는 중소 브랜드부터 인지도가 높은 대기업 브랜드까지 국내 화장품 판매사들로 북적였다. 글로벌 이커머스 기업 이베이재팬이 화장품 ODM 기업 코스맥스와 함께 ‘2025 큐텐재팬 K뷰티 메가 컨퍼런스’를 개최했기 때문이다. 이날 이베이재팬은 올해부터 도입될 새로운 경영 방침을 발표했다.
컨퍼런스에서는 구자현 이베이재팬 대표가 첫 번째 순서로 뷰티플랫폼 큐텐재팬의 성장에 대해 발표를 진행했다. 구 대표는 “이베이재팬이 2010년 6월 일본에서 큐텐재팬 운영을 시작한 이후, 현재 큐텐재팬 회원 수가 2,500만명을 넘어설 정도로 매년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면서 “특히 최근 일본에서 K뷰티가 인기를 얻고 있는데, 큐텐재팬은 일본 이커머스 시장에서 K뷰티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K뷰티 셀러와 기업‧브랜드에 일본은 세계 3위 뷰티 시장이라는 점, 최근 몇 년간 K뷰티 제품을 선호하는 소비자가 확대되고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시장”이라면서 “큐텐재팬은 Z세대를 비롯한 일본 젊은 층이 선호하는 플랫폼으로 K뷰티를 비롯한 다양한 K제품 셀러들이 큐텐재팬을 일본 시장 진출의 등용문으로 활용해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기반으로 이베이재팬은 기업가치 1,000억엔 20개사, 100억엔 100개사 규모의 K뷰티 브랜드 육성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이날 정오에 진행된 기자간담회서 구자현 대표는 “일본에서 이베이재팬은 한국 제품을 알리는 데 중요한 채널의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 “이미 IPO 등을 통해 기업가치가 높은 브랜드도 많기 때문에 함께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 성장 속도로 보면 충분히 나올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 “K뷰티를 K팝으로 소비하는 시대는 갔다… 이제는 라이프스타일로 녹아들어야”
최근 K뷰티 수출이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실제로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동안 국내 화장품 수출 규모는 전년 대비 20.6% 증가한 102억달러다. 이는 역대 최대 수출액을 기록한 2021년(92억달러)보다 10.9% 증가한 수준으로, 국내 화장품 수출 사상 최대 실적이다.
국가별 수출액을 살펴보면 중국이 25억달러로 가장 많았다. 2위는 19억달러를 기록한 미국이 차지했다. 일본은 10억달러 규모로 3위에 자리했다. 이들을 포함한 상위 10개국이 화장품 전체 수출액의 77%를 차지한다. 특히 일본은 전년대비 29.2% 큰 폭의 성장세를 보인 시장으로, 지난해 처음으로 일본으로의 화장품 수출액이 10억달러를 돌파했다.
14일 진행된 컨퍼런스에서 두 번째 발표를 맡은 강지철 베인앤컴퍼니 시니어 파트너는 “K뷰티의 성장은 K팝 등 문화와 함께 했다”면서도 “지금은 K컬쳐보다는 젠지(Gen Z) 중심의 라이프스타일로 녹아들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K팝으로 K뷰티를 소비하는 시기는 지났다. 오히려 빠르고 트렌디한 K뷰티 속성 자체로 소구되고 있다”면서 “이를 원하는 일본 소비자들은 ‘색다르고 트렌디한 브랜드라 관심을 가지는 것이지 어느 나라 브랜드인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면서 트렌디함에 대한 접근이 더 쉬운 이커머스로 모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구자현 이베이재팬 대표도 기자간담회서 “굳이 K가 붙기 때문에 인기가 있다기보다는 매력적인 디자인과 품질, 합리적인 가격, 고객이 원하는 마케팅에 따라 구매한 게 K뷰티 제품이었다고 봐야 한다”면서 “따라서 K뷰티에 대한 인기는 잠깐 붐이 일어난 게 아니라, 일상으로 침투했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구 대표에 따르면 일본 전체 뷰티 시장에서 보면 K뷰티가 차지하는 비중은 7% 수준이다. 일본 내 로컬 브랜드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 브랜드도 다양하게 들어와 있기 때문에 아직 메인이라고 칭할 만한 규모는 아니다. 다만 구 대표는 트렌드가 계속된다면 K뷰티의 점유율이 향후 10~15%까지 확장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편 큐텐재팬은 올해 4월부터 ‘K뷰티 지원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본사가 한국에 있는 인디 K뷰티 브랜드가 지원할 수 있다. 첫해인 올해 500개 브랜드를 대상으로 심사한 후 이 중 1차 단계에서 200개를 선정해 단계별로 연중 지속 지원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베이재팬은 “총 4단계의 육성 프로그램을 통해 최종적으로 일본 최상위 인기 브랜드로 성장시킨다는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