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기술의 발전으로 ‘시각장애’의 장벽이 허물어질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관련 기술이 국내외 산업·과학계에서 끊임 없이 개발되고 있기 때문이다./ 생성형 AI로 제작한 이미지
인공지능(AI) 기술의 발전으로 ‘시각장애’의 장벽이 허물어질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관련 기술이 국내외 산업·과학계에서 끊임 없이 개발되고 있기 때문이다./ 생성형 AI로 제작한 이미지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인공지능(AI) 기술의 발전은 의료 분야에서도 혁신을 가져오고 있다. 특히 노화·장애 등 일상생활 속 불편을 해결할 해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AI를 이용한 고령자·장애인안내 보조 앱(App), 신형 의료 보조기기 등이 새롭게 등장하면서다.

특히 AI가 ‘시각장애’의 장벽을 허물어 줄 것이란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관련 기술이 국내외 산업·과학계에서 끊임 없이 개발되고 있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비행기 조종사 등 그동안 시각장애인이 불가능했던 업무에 참여할 가능성도 생길 것으로 기대된다.

◇ AI로 성능 향상된 ‘인공시각장치’, 韓연구진이 해냈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기술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인공시각장치’다. 인공시각장치란 말 그대로 전기자극을 체내 신경에 가해 시각을 회복하도록 돕는 기기다. 전기자극이 가해지는 위치에 따라 △뇌 자극형 △시신경 자극형 △망막 자극형 등으로 구분된다. 하지만 현재까지 개발된 인공시각장치는 기술력 부족으로 구현 수준이 상당히 낮은 상황이다.

이 가운데 최근 국내 연구진들은 AI기반 인공시각장치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주목할 만한 연구 중 가장 최근에 발표된 것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의 성과다. KIST 뇌융합연구단은 지난 20일 AI를 활용해 인공시각장치의 인지효율을 정밀하게 예측할 수 있는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얼굴 인식 정확도 측정을 위한 사람 대상 인지 실험과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인공지능 (머신러닝) 방법 개념도./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얼굴 인식 정확도 측정을 위한 사람 대상 인지 실험과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인공지능 (머신러닝) 방법 개념도./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임매순 뇌융합연구단 책임연구원이 이끄는 연구팀은 한국인 400명의 얼굴 이미지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AI 머신러닝 모델을 학습시켰다. 인간의 자연스러운 얼굴 인식 능력을 모사할 수 있도록 설계하기 위함이다. 특히, 인공시각 치가 제공하는 저해상도 흑백 이미지에 최적화된 AI 모델을 개발해 실제 인공시각 환경에서 적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연구팀이 개발한 AI모델의 성능 평가를 위해 저해상도로 변환된 3,600개의 얼굴 이미지에 대해 인식 정확도를 측정했다. 이를 정상 시력을 가진 36명을 대상으로 720개의 얼굴 이미지에 대한 인지 실험 결과와 비교했다. 그 결과, 연구진이 개발한 AI 모델은 인간과 유사한 인식 정확도를 보였다.

임매순 책임연구원은 “이번에 개발된 AI모델이 얼굴 인식뿐만 아니라 실생활 이미지 분석에도 적용될 경우, 보다 실용적인 인공시각 시스템 개발이 가능할 것”이라며 “향후 AI 기반 인공시각 품질 예측 모델의 적용 범위를 확대하고 현재 개발 중인 새로운 인공시각 기술에도 적용해 임상시험 및 상용화를 앞당길 것”이라고 밝혔다.

시각장애인은 자신의 잠재력을 발휘하는데도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해외 교육계에선 시각장애인을 위한 AI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생성형 AI로 제작한 이미지
시각장애인은 자신의 잠재력을 발휘하는데도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해외 교육계에선 시각장애인을 위한 AI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생성형 AI로 제작한 이미지

◇ 시각장애인들에게 교육의 기회 제공하는 AI

시각장애인은 자신의 잠재력을 발휘하는데도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어린이, 청소년 시각장애인의 경우 맞춤형 교육의 기회를 얻기 힘들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기자가 만났던 관현맹인전통예술단의 김지연 단원의 경우, 판소리를 하기 위해 발림 동작 묘사를 하나하나 노트에 적어 공부해야 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해외 교육계에선 시각장애인을 위한 AI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방글라데시 에덴 모힐라 칼리지(Eden Mohila College)의 우라 애쉬핀 연구원은 2023년 연구에서 “AI는 접근성, 독립성, 참여를 강화하는 혁신적인 도구를 제공함으로써 시각장애 학생의 교육을 혁신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우라 애쉬핀 연구원은 이를 증명하기 위해 120명의 교육자와 시각장애인,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그 다음 3개 학교 대상 시각장애인용 AI교육기기를 제공한 후 교육 효과 증진도 관찰했다.

그 결과, 설문에 응답한 시각장애인의 90%가 텍스트 음성 변환 시스템 및 화면 판독기 등 AI 도구를 통해 교육 접근성이 크게 향상됐다고 답했다. 75%의 학생들은 AI기반 객체 인식 및 탐색 도구 덕분에 교실 내 이동성과 독립성이 향상됐다고 평가했다.

시각장애인 학생들의 수업 참여도도 크게 늘었다. AI도구를 사용하는 학교의 경우 그렇지 않은 학교와 비교해 시각장애인 학생들의 수업 참여도가 40% 늘었다. 또한 교사들의 업무 부담도 30% 줄어 학생과 교직원 모두 AI도입에 혜택을 받을 것으로 기대됐다.

우라 애쉬핀 연구원은 “AI기반의 텍스트 음성 변환 시스템, 객체 인식 도구, 실시간 내비게이션 보조 도구와 같은 기술은 시각장애학생이 교실 활동에 참여하는 것을 지원한다”며 “AI가 시각장애학생이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데 큰 도움이 될것으로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AI는 시각장애인의 직업 선택의 폭을 크게 넓혀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은 네덜란드의 AI회사 ‘엔비전 AI(Envision AI)’이 개발한 ‘Envision Glasses’를 착용한 시각장애인의 모습./ Envision AI
AI는 시각장애인의 직업 선택의 폭을 크게 넓혀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은 네덜란드의 AI회사 ‘엔비전 AI(Envision AI)’이 개발한 ‘Envision Glasses’를 착용한 시각장애인의 모습./ Envision AI

◇ 한계 넘는 AI, ‘시각장애인 파일럿’도 등장할까

아울러 AI는 시각장애인의 직업 선택의 폭을 크게 넓혀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AI의 지원과 장애인 노동 시장(2023)’ 보고서에서 “AI는 포용적이고 수용적인 환경을 조성할 잠재력이 있다”며 “장애인이 노동 시장에서 직면한 장벽 중 일부를 제거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유럽 국가들에선 AI를 활용해 시각장애인 고용을 높이는 사례가 등장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은 네덜란드의 AI회사 ‘엔비전 AI(Envision AI)’는 구글글래스를 기반, ‘Envision Glasses’를 개발했다.

이 기기는 이미지 알고리즘을 인식하는 AI를 적용해 시각장애인들에게 주변 상황을 설명해주는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Envision Glasses를 착용한 시각장애인이 문서를 읽으면 AI가 이를 분석해 글을 읽어준다. 또한 앞에 있는 사람을 인식한 후, 누구인지 말해준다. 이런 기술들이 상용화될 경우 업무 현장에서 시각장애인들의 능력을 높일 수 있다는 게 OECD 측 설명이다.

남아공 츠와네 공과대학교 연구진은 2020년 전기전자공학자협회(IEEE)에서 시각장애인을 위한 AI 기반 파일럿 시스템을 개발해 소개했다. 시각장애인을 위해 제작된 AI 조종스틱이다./ 생성형 AI로 제작한 이미지
남아공 츠와네 공과대학교 연구진은 2020년 전기전자공학자협회(IEEE)에서 시각장애인을 위한 AI 기반 파일럿 시스템을 개발해 소개했다. 시각장애인을 위해 제작된 AI 조종스틱이다./ 생성형 AI로 제작한 이미지

더 나아가 시각장애인들이 ‘파일럿’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길 수도 있다. 남아공 츠와네 공과대학교 연구진은 2020년 전기전자공학자협회(IEEE)에서 시각장애인을 위한 AI 기반 파일럿 시스템을 개발해 소개했다. 시각장애인을 위해 제작된 AI 조종스틱이다. 

연구팀에 따르면 해당 시스템은 마이크로 컨트롤러, 초음파 센서, GPS 등을 결합됐다. 초음파 센서는 특정 정의된 거리에서 음파를 쏘아 주변 환경을 탐지한다. GPS 모듈은 실시간 방향 및 탐색에 사용된다. 이렇게 얻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AI는 실시간으로 시각장애인 파일럿에게 항공기의 비행 상황을 전달한다. 또한 비상시를 대비해 스틱의 안정적 조종을 돕는다.

츠와네 공대 연구팀은 “지능형 워킹스틱은 실시간으로 항공기의 내비게이션과 추적을 가능하게 한다”며 “시각장애인 파일럿을 효과적으로 실시간 지원해줄 수 있을 것이라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오늘날 시각장애인들은 자신이 사는 환경을 제대로 볼 수 없기 때문에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며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수많은 시도가 이뤄질 것”이라고 전했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