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녹색성장지속가능대학원 전해원 교수팀 연구 결과
파리협정 달성 시 농경지 면적 12.8%↓… 개발도상국 ‘치명적’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국내 연구진이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이 오히려 전 세계 농업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갈수록 심화되는 기후변화와 식량난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데 큰 보탬이 될 전망이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녹색성장지속가능대학원의 전해원 교수팀은 파리협정의 1.5도 목표 달성이 전 세계 농경지와 식량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연구결과를 2일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베이징 사범대 페이차오 가오 교수팀과 공동으로 진행했다.
연구팀은 1.5도 목표 달성을 위한 기후 정책이 전 세계 농경지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고자 했다. 이를 위해 5제곱킬로미터(㎢) 단위로 전 세계 토지 변화를 예측했고 정밀하게 분석했다. 기존 연구들에서는 1.5도 시나리오에서 농경지가 오히려 늘어날 것이란 예측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연구팀은 기후 정책이 분야 간에 미치는 영향과 토지 이용 강도를 함께 고려하면 전 세계 농경지가 12.8%가량 줄어듦을 확인했다. 특히 남미 지역은 24%나 감소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됐다. 전체 농경지 감소의 81%가 개발도상국에 몰릴 수 있다는 결과도 나왔다.
더 큰 문제는 주요 식량 수출국의 수출 능력이 12.6% 줄어들었다는 점이다. 이는 식량 수입에 의존하는 국가들의 식량 안보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식량 생산 대국인 미국, 브라질, 아르헨티나의 농산물 수출 능력이 각각 10%, 25%, 4%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 같은 농경지 감소 원인은 토지 이용 변화 때문이다. 현재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핵심 전략은 ‘산림 면적 확보’다. 이를 위해서 나무를 심고 숲을 가꾸거나 화석 연료 대체용 바이오연료 작물 재배를 확대할 시 기존 농경지가 사라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
실제로 연구팀이 분석한 2100년 전 세계 토지 이용 체계 전망에 따르면 현재 기후위기 대응책을 시행할 경우 중밀도 농경지의 39.6%가 산림으로 전환됐다. 이 경우, 탄소 감축에는 성공하지만 주요 식량 공급처인 농경지를 잃게 된다.
전해원 교수는 “전 세계적 탈탄소화 전략을 세울 때는 여러 분야의 지속가능성을 두루 고려해야 한다”며 “온실가스 감축에만 집중한 나머지 지구생태계의 지속가능성이라는 더 큰 맥락을 보지 못하면 의도치 않은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개발도상국은 농경지가 줄어들고 수입 의존도는 높아지는 이중고를 겪을 수 있어, 탄소중립을 이루면서도 식량 안보를 지키기 위한 국제 협력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 성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클라이밋 체인지(Nature Climate Change)’에 3월 24일자로 게재됐으며 4월 표지 논문으로 선정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