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지난 25일 오전 충북 옥천군 고(故) 육영수 여사 생가를 방문해 입장발표를 하기 위해 발표문을 꺼내고 있다.  /뉴시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지난 25일 오전 충북 옥천군 고(故) 육영수 여사 생가를 방문해 입장발표를 하기 위해 발표문을 꺼내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손지연 기자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사전투표 폐지를 공언하며 ‘부정선거론’을 주장하는 보수 지지층에 편승하는 모습을 보이다 전날(25일) 돌연 사전투표 참여를 독려하고 나섰다. 그간 국민의힘은 사전투표 제도의 재검토 필요성을 언급해 왔다. 하지만 26일 선거대책위원회의에서는 “5월 29~30일 사전투표하면 김문수가 이(2)깁니다”라는 피켓팅을 하는 등 사전투표를 강조하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김 후보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간 지지율 격차가 줄어들자 전체 투표율을 끌어올리는 게 보다 유리하다는 전략적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김 후보는 지난 5월 3일 열린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대선 후보로 선출된 직후 수락 연설을 통해 “사전투표제도를 폐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사전투표 폐지’는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는 이들의 주장이다. 김 후보의 ‘사전 투표 폐지’ 발언은 윤 전 대통령 지지층의 강력한 지지로 대선 후보로까지 선출됐다는 점에서 자신의 지지 기반을 더욱 공고히 하려는 공약이었다. 

하지만 사전투표일(29~30일)이 다가오자 김 후보는 돌연 “걱정말고 사전투표 참여해 달라”며 “저도 참여하겠다”고 입장을 바꿨다. 김 후보는 전날(25일) 충북 옥천군 육영수 여사 생가를 방문한 뒤 현안 입장 발표를 통해 “만약 사전투표를 머뭇거리다 본투표를 못 하게 되면 큰 손실이다. 투표하지 않으면 나쁜 정권을 만들지 않겠나”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행 사전투표 관리 실태는 문제점이 여러 번 지적됐고 제도 개선 요구가 빗발쳤다. 그렇지만 이번 대선에서 당장 제도 개선이 이뤄질 수 없는 게 저희가 점검한 현실”이라며 “국민께 약속드린다. 당이 역량을 총동원해 사전투표 감시·감독을 철저히 하겠다. 그러니 걱정하지 말고 사전투표에 참여해달라”고 말했다. 

사전 투표 관리 부실을 지적하면서 ‘폐지’까지 거론했지만, 정반대 입장으로 선회한 셈이다. 사전투표 불참으로 인해 이재명 민주당 후보가 당선되면 안 되니 보수 지지층을 향해 최대한 참여해 달라고 읍소하고 있다. 

당 지도부도 사전투표 제도에 대해 과거와는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다. 권영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탄핵 국면이던 지난 2월 6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부정선거를 막기 위해 사전투표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많은 분들이 문제점을 지적하는 걸로 봐서 현재 시스템 대해 국민들이 의구심을 갖지 않도록, 사전투표는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저도 생각한다”고 밝혔다. 부정선거론에 경도된 강성 지지층 ‘달래기’에 나선 것이란 평가가 나온 바 있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6일 경기 용인시 죽전역 인근에서 열린 집중유세에서 권성동 원내대표와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6일 경기 용인시 죽전역 인근에서 열린 집중유세에서 권성동 원내대표와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권성동 원내대표는 사전투표를 3일 남긴 이날 오전 국회에서 현안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김 후보는 부정선거론에 기본적으로 동의하지 않는다”며 “본인도 (사전투표)하겠다고 말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선관위가 투표관리를 부실하게 해서 여러 의혹을 받는 것은 사실이고 그건 선관위 스스로 해소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우리 당의 입장은 지난 대선과 총선도 그렇고 사전투표를 독려하는 것이 당의 방침이다. 저도 다 사전투표 했다”고 말했다. 탄핵 국면에서 윤 전 대통령 지지층의 호응을 얻을 ‘사전투표 폐지’를 거론했지만, 대선을 앞두고 한 표가 급한 상황이 되자 ‘사전투표 독려’를 강조한 셈이다. 

이런 입장 선회는 김 후보와 이 후보의 지지율 격차가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CBS노컷뉴스 의뢰로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1명을 대상으로 지난 23~24일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의 지지율이 47%였고 김 후보는 39.6%를 기록했다. 지난주와 비교해 이재명 후보는 1.9%P(포인트) 하락했지만 김문수 후보는 3.2%p 상승하며 두 후보 간 격차는 12.8%P에서 7.7%P로 한 자릿수로 줄었다. 

오는 28일부터 실시되는 6‧3 대선 여론조사는 선거 당일까지 공표가 금지된다. 이른바 ‘여론조사 깜깜이’ 기간 직전 표심의 향방이 중요한데, 지지율 격차가 두 자릿수에서 한 자릿수로 좁혀졌다. 국민의힘이 사전 투표의 표심까지 모두 동원해 투표율을 높이는 데 힘쓰는 이유다.

(이번 여론조사는 통신 3사 제공 가상번호 무선·ARS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7.0%,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이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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