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여의도=이민지 기자 보편적 출생등록제도의 일환인 출생통보제가 시행된 지 약 1년이 다 되어가지만, 아직까지 외국인 부모 아래에서 태어난 아동의 경우 출생통보제의 대상이 되지 못하고 있다.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에는 그 대상을 ‘국민’으로만 표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21년 법무부에서 외국인 자녀 출생등록제를 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4년째 추진되지 않고 멈춰있는 상태다. 이에 출생 등록조차 못한 이주배경아동은 학교에서 교육 받을 권리, 아플 때 병원에 가서 치료 받을 권리 등 아동이 기본적으로 가져야 하는 권리를 갖지 못하고 있어 개선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24일 서울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취약‧위기 이주배경 아동‧청소년의 권리 실태와 대책’ 주제로 초록우산 제27차 아동복지포럼이 개최됐다. 이날 발표자로 참석한 재단법인 동천 권영실 변호사는 “대한민국은 국가 중심의 법체계를 가지고 있어 국민이 아니면 배제되는 권리들이 대부분”이라며 “유엔 아동권리협약은 모든 아동이 출생 즉시 등록돼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한국은 협약국으로서 아동권리협약을 준수할 의무가 있기에 아동이라면 국적과 체류자격 유무와 관계없이 모든 권리를 보장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유엔 아동권리협약 제6조는 ‘당사국은 가능한 최대한도로 아동의 생존‧발달을 보장’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출생신고조차 되지 않은 이주배경아동이 사실상 한국에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성장하기에는 많은 장벽이 존재한다. 권영실 변호사는 “한국은 유엔 협약국으로 모든 아동이 차별 없이 보육시설에 접근할 권리와 의무 교육을 보장할 권리를 지닌다”며 “교육기본법에서 권리 주체를 국민으로 한정하고 있어 이주 아동들은 입학통지서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본적인 보건의료서비스를 받는 부분에 있어서도 이주배경아동들은 차별을 경험하고 있다. 권 변호사는 “아직 미등록 이주 아동이나 난민 신청 아동 등은 국민건강보험법 가입에서 배제”되고 있다며 “가입이 된 아동들도 건강보험료가 매우 높다는 문제를 가지고 있다. 보험료를 납부 못해 체납하게 되고, 체납하면 결국 보험 보장을 못 받게 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민건강보험 적용대상을 확대하고, 내국인과 동일하게 재산 소득에 비례한 보험료를 책정해야 한다”며 “보건복지부에서 보험 적용 안 되는 대상을 위해 실시하고 있는 ‘외국인근로자 등 의료지원 사업’ 역시 선정 요건을 완화하고 지원 규모를 확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동권리협약 제26조와 27조는 ‘모든 아동이 사회보험을 포함한 사회보장제도의 혜택을 받을 권리를 지닌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을 비롯한 각종 수급 관련 법률이 대상자를 ‘국민’으로 한정짓고 있어 이주배경아동은 사회보장권조차 가지지 못하는 현실이다.
권영실 변호사는 “사회보장권은 인간다운 생활을 하기 위한 최저 기준”이라며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나 주거급여‧의료급여‧생계급여 등 각종 수급 관련 법이 모두 국민에만 한정돼 있다. 아동이 있는 가구라면 그 점을 고려해 대상자에 포함될 수 있도록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계속해서 “최근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에서는 상호주의 원칙이 특히 도움이 필요한 취약계층의 기본적 인권에 대한 접근을 거부하는 타당한 근거가 될 수 없기에 사회보장 정책을 재검토해 출신 국가에 관계없이 한국에 거주하는 모든 사람이 기본적인 사회적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2024년 국내 체류 중인 외국인 주민 수는 약 265만명으로 집계되며, 아직까지 정확한 이주배경아동이 몇 명인지는 파악되지 않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