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지연구소, 브롬가스의 신규 자연 발생 기작 규명

극지연구소(KOPRI)는 북극 대기 경계층의 오존을 파괴하는 브롬 가스의 새로운 자연 발생 기작을 규명했다고 17일 밝혔다. 사진은 미국 알래스카 배로우에서 관측된 브롬 폭발 현상./ 극지연구소
극지연구소(KOPRI)는 북극 대기 경계층의 오존을 파괴하는 브롬 가스의 새로운 자연 발생 기작을 규명했다고 17일 밝혔다. 사진은 미국 알래스카 배로우에서 관측된 브롬 폭발 현상./ 극지연구소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극지연구소(KOPRI)는 북극 대기 경계층의 오존을 파괴하는 브롬 가스의 새로운 자연 발생 기작을 규명했다고 17일 밝혔다.

북극에서는 매년 봄, 대기 중 활성 브롬의 농도가 급증하는 ‘브롬 폭발(Bromine Explosion)’ 현상이 관측된다. 브롬 가스는 지표면에서 1~2km 상공에 있는 북극 대기 경계층(Boundary layer)의 오존을 급격하게 파괴하고 대기 중 수은을 지표면과 바다로 내려보낸다. 이는 극지 생태계의 잠재적 위험 요소로 꼽힌다.

브롬은 지구 바다 어디에나 미량 존재한다. 하지만 브롬 폭발은 북극에서만 일어나는 독특한 현상이다. 기존에는 태양광을 받아야만 기체로 바뀌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번 연구에서 빛이 없는 환경에서도 얼음이 어는 과정에서 브롬이 가스로 전환될 수 있음이 새롭게 밝혀졌다.

극지연구소 김기태·안용윤 박사 연구팀은 고려대학교, 이탈리아 국립연구위원회 극지과학연구소(CNR-ISP) 와 국제 공동연구를 통해 ‘동결농축효과(Freeze concentration effect)’를 기반으로 한 브롬 가스 전환 과정을 규명했다. 

물이 얼 때, 얼음 결정 표면이나 결정들 사이 경계에는 완전히 얼지 않고 액체와 유사한 성격을 가진 준액체층(Liquid-Like Layer)이 형성된다. 여기에 물에 있던 특정 성분들이 모여 원래보다 수천~수만 배 높은 농도로 농축된다. 이를 동결농축효과라고 한다. 

김기태 극지연구소 박사는 “이 농축 과정에서 브롬이 특수한 화학반응을 거쳐 브롬 가스로 전환되는 기작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신형철 극지연구소 소장은 “얼음에서 일어나는 독특한 화학반응이 극지에서 특정 성분을 이동·축적 시키는 핵심 기작임이 다시 한번 입증됐다”며 “거대한 극지의 변화를 이해하기 위해 눈으로 보이지 않은 작은 세계를 살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성과는 국제학술지 ‘워터리서치(Water Research, Elsevier)’ 10월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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