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9 이태원 참사 3주기 기억식
시사위크|광화문=이민지·이주희 기자 10월 29일 오전 10시 59분, 광화문 북광장은 보라색 옷을 입은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로 가득했다. 차가운 바람이 불었지만, 광장을 채운 공기는 슬픔으로 뜨거웠다. 국경의 장벽을 넘어선 눈물이 광화문 광장 곳곳으로 번져갔다.
이날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3주기 기억식’은 지난 2022년 10월 29일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동 일대에서 발생한 대규모 압사 사고로 159명이 목숨을 잃은 지 3년 만에 진행된 정부의 첫 공식 추모식이다.
이번 추모식은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 △행정안전부 △서울시가 공동 주최했으며, 국내외 유가족 300명과 외국인 희생자 유가족 46명이 참석했다.
행사는 서울 전역에 울려 퍼진 ‘추모 사이렌’으로 시작됐다. 김민석 국무총리를 비롯해 우원식 국회의장, 오세훈 서울시장 등이 자리했으며, 참석자 전원은 1분간 이어진 사이렌 소리에 맞춰 묵념했다. 고요한 광화문 광장엔 사이렌 소리와 취재진의 카메라 셔터음만이 울려 퍼졌다.
이재명 대통령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일정으로 현장을 찾지 못한 대신 추모사 영상으로 유가족을 위로했다. 이 대통령은 “즐거워야 할 축제의 현장이 한순간에 아비규환으로 바뀌었던 그날의 참상을 결코 잊을 수 없다”면서 “그날 국가는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감히 어떤 말로도 위로가 될 수 없음을 알지만,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는 대통령으로서 참사 유가족과 국민들께 다시 한번 깊이 사과드린다”며 “미흡했던 대응, 무책임한 회피, 충분치 않았던 사과와 위로까지, 이 모든 것을 되돌아보고 하나하나 바로잡아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 역시 “이번 3주기 기억식은 정부와 유가족이 함께 마음을 모아 준비한 정부의 첫 공식 추모식”이라며 “정부는 이태원에서 고귀한 생명을 잃은 희생자들을 끝까지 기억하고 유가족이 겪은 아픔을 함께 보듬겠다”고 말했다.
무거운 표정으로 단상에 오른 송해진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지난 3년간 우리는 국가로부터 외면당했으나, 오늘 정부가 함께한 것은 의미 있는 일”이라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행정을 펼쳐 달라. 그것이 159명의 희생자에 대한 진정한 추모다”라고 당부했다.
이날 우원식 국회의장과 송기춘 이태원참사 특별조사위원장이 잇따라 추모의 말을 전한 뒤, 배우 문소리가 무대에 올랐다. 문소리는 이태원 참사로 잃은 가까운 동료를 떠올리며 울먹였고, 이 모습을 지켜보던 유가족들 또한 눈시울을 붉혔다.
시인 박소란과 가수 안예은은 각각 시 낭독과 노래로 추모의 뜻을 더했다. 이어 외국인 희생자 유가족 대표인 노르웨이 희생자 고(故) 스티네 에벤센 씨의 부모가 추모 메시지를 전했다. 이들의 말을 듣던 외국인 유가족들의 눈가에 다시금 눈물이 맺혔다.
행사는 시민대책회의 대표 5인의 공동선언문 낭독으로 마무리됐다. 이들은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 의지를 다시 한 번 되새겼다.
한편 현장에서는 작은 소동도 있었다. 한 유가족이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강하게 항의를 한 것이다. 오 시장은 유가족들이 지난 2023년 10월 서울광장 한쪽에 마련한 시민 분향소를 두고 갈등을 빚었으며, 당시 유가족에게 과태료를 부과한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