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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기자의 육아일기
[‘초보아빠’ 권기자의 육아일기⑰] ‘아이동반 가족주차장’을 제안합니다
2018. 11. 06 by 권정두 기자 swgwon14@sisaweek.com
지하주차장은 아이들에겐 위험천만한 장소 중 하나입니다. /그래픽=이선민 기자
지하주차장은 아이들에겐 위험천만한 장소 중 하나입니다. /그래픽=이선민 기자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11월입니다. 6월의 첫 날 태어난 제 딸아이가 어느덧 생후 5개월에 접어들었습니다. 겨우 여름과 가을을 보냈을 뿐인데 아이는 정말 몰라보게 컸네요.

요즘은 이사 뒷정리로 정신없는 날들을 보내고 있습니다. 새집에 필요한 가구와 생활용품을 고르고, 조립하고, 정리하는 일로 분주합니다. 그 와중에 아이까지 봐야하니 피곤함은 배가 되네요.

지난 주말에도 커튼과 탁자 등을 구입하기 위해 집에서 가까운 백화점에 다녀왔습니다. 역시나 주차장 입구부터 줄이 길게 늘어섰더군요. 지하 1층부터 지하 7층까지 주차장인 백화점이었는데, 전광판엔 모두 붉은 글씨로 ‘혼잡’ 또는 ‘만차’라고 적혀있었습니다. 주차장에 진입하는 것만으로도 많은 시간이 들었죠.

아이를 태운 채 언제 만날지 모를 빈자리를 찾을 수 없어 우선 아내와 아이를 먼저 내려준 뒤 저 혼자 주차 자리를 찾아 나섰습니다. 때마침 정말 운 좋게 나가는 차를 발견했고, 생각보다 빨리 주차를 할 수 있었습니다.

오늘 제가 다뤄보고자 하는 것은 바로 이 주차문제입니다.

아이가 태어난 뒤, 저희의 주된 외출 장소는 백화점 또는 대형마트가 됐습니다. 아마 다른 부모 분들도 공감하실 겁니다. 집에 있자니 답답하고, 어딜 가자니 마땅한 곳이 없죠.

그렇게 다니면서 개인적으로 자주 느낀 문제가 주차입니다. 단순히 자리가 없는 문제만을 말하는 건 아닙니다. 대부분의 대형시설은 지하주차장을 운영하고 있는데요, 지하주차장은 밀폐된 공간이다 보니 공기가 좋지 않을 수밖에 없습니다. 메케한 공기가 확 느껴지고, 심한 곳에선 숨을 참기도 합니다.

이런 공기는 당연히 어린 아이들에게 더 좋지 않습니다. 게다가 저희처럼 아주 어린 아기들의 경우 소음에 놀라고, 울음까지 터뜨리는 일도 종종 있습니다. 또한 혼자 걸을 줄 아는 3~5살 정도의 어린 아이들은 언제 어디로 튈지 모르고, 운전자 시야에 잘 보이지 않아 더욱 위험하죠.

아이로 인해 필연적으로 짐이 많다는 점은 불편함을 더하게 합니다. 기저귀 등 각종 필수품이 든 가방은 물론 덩치 큰 유모차도 꺼내야 합니다. 어쩔 수 없이 출입구에서 먼 곳에 주차를 한 경우엔, 아이 걱정과 불편함으로 도착도 하기 전에 지치게 됩니다.

이런 생각을 더 깊게 만든 건 여성전용주차장입니다. 정확히는 ‘여성우선주차장’이고요. 장애인전용주차장과 함께 가장 접근성이 좋은 곳에 위치해있습니다. 아이를 최대한 빨리 지하주차장의 나쁜 공기와 위험에서 벗어나게 할 수 있는 주차자리입니다. 하지만 운전자인 제가 남성이다 보니 선뜻 차를 대긴 어렵더군요. 강제성이 없다는 것은 알지만요.

앞서 제가 언급한 내용들은 여성전용주차장이 만들어진 주요 배경 중 하나입니다. 여성이 아이를 동반하는 경우가 많으니, 그에 따른 불편함을 덜어주겠다는 것이죠. 아울러 범죄로부터의 안전 보장과 주차에 미숙한 초보 여성운전자에 대한 배려도 여성전용주차장의 탄생 배경입니다.

하지만 아이동반에 대한 배려 목적엔 다소 맹점이 있는 게 사실입니다. 우선, 아빠 혼자 아이를 데리고 온 경우 주차 공간 배려를 받을 수 없습니다. 아직 제가 경험한 적은 없습니다만, 생각만 해도 불편함이 클 것 같습니다. 또 아빠가 운전자인 경우, 아내 및 아이와 함께 있음에도 여성우선주차장에 차를 대는 것이 껄끄럽게 여겨지곤 합니다.

제가 제안해보고자 하는 것은 ‘아이동반 가족주차장’입니다. 여성우선주차장 설치 목적 중 아이동반 및 임산부 배려의 대상을 확대하는 거죠. 여성의 안전 등을 위한 여성우선주차장은 일부 남겨두고요.

물론, 아빠가 차를 대고 오면 되지 않느냐는 반박이나 실효성 의문이 제기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출산이 심각한 사회적·시대적 과제라는 점을 생각하면, 아이가 있는 가정에 대한 이 정도 배려와 시도는 크게 어려운 일이 아니지 않을까요?

임산부 때부터 아이가 태어난 뒤 3년까지 해당 가정에 주차 편의를 제공한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현재 출생아수 추이로 계산해보면, 전국적으로 150만 가구도 되지 않을 겁니다. 모든 주차장이 아닌, 대형시설에만 적용되는 것이기도 하고요. 크게 비용이 드는 것도 아니고, 특별한 노력이나 절차도 필요하지 않습니다. 아이동반 가정이란 것을 확인해주는 표시만 배부하면 됩니다.

현재 여성우선주차장이 그렇듯 강제성을 띄긴 어렵겠지만, 저출산 문제에 대한 관심을 키우는 등 이에 따른 사회적 효과는 작지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지하철에 임산부배려석을 운영하는 것과 같은 이치죠. 일부 한계도 없진 않겠으나, 가성비가 뛰어난 출산가정 지원책이 될 수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