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감 몰아주기 논란이 끊이지 않던 세방그룹에 변화가 포착됐다.
일감 몰아주기 논란이 끊이지 않던 세방그룹에 변화가 포착됐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오너일가 소유 SI계열사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의 전형을 보여 온 세방그룹에 유의미한 변화가 포착됐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중견그룹 및 SI계열사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이에 발맞춘 변화로 풀이된다.

‘로케트 건전지’로 잘 알려진 세방그룹의 이상웅 회장은 이앤에스글로벌을 둘러싼 문제로 내부거래 지적을 꾸준히 받아왔다. 이상웅 회장이 지분 80%, 여동생과 (주)세방이 각각 10%씩 보유한 이앤에스글로벌은 그룹 계열사의 전산관리 유지보수를 담당하고 있는 곳이다. 아울러 이앤에스글로벌은 (주)세방의 최대주주로서 그룹 지배구조에 있어서도 핵심적인 역할을 맡고 있다.

문제는 이앤에스글로벌의 내부거래 의존도가 무척 높았다는 점이다. 2017년 이앤에스글로벌은 96억원의 영업수익을 올렸는데 이 중 86억원이 그룹 계열사를 통한 용역수익이었다. 그 비중이 88%에 달한다. 2016년과 2015년에도 내부거래 비중이 84%, 87%에 달하는 등 꾸준히 높은 수치를 이어왔다.

하지만 지난해 감사보고서에선 다소 간의 변화가 포착된다. 이앤에스글로벌은 2017년 (주)세방으로부터 31억원 상당의 용역수익을 올린 바 있는데, 지난해에는 18억원으로 감소했다. 세방전지를 통한 용역수익 역시 2017년 43억원이었던 것이 지난해 22억원으로 절반 가량 줄어들었다.

결과적으로 이앤에스글로벌이 지난해 그룹 계열사로부터 거둔 용역수익은 47억원이다. 2017년 86억원과 비교하면 44% 감소한 수치다.

단순히 내부거래 규모만 축소된 것도 아니다. 이앤에스글로벌은 지난해 72억원의 영업수익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 96억원에 비하면 소폭 감소한 수치지만, 내부거래 감소 폭보단 작다. 덕분에 88%에 달하던 내부거래 비중은 65% 수준으로 크게 내려갔다.

이앤에스글로벌의 이러한 변화는 출범 이후 줄곧 경제민주화를 강조해온 문재인 정부의 기조와 발을 맞추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공정거래위원회는 올해부터 중견그룹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겠다고 천명한 바 있다. 또한 일감 몰아주기에 가장 많이 활용되는 SI계열사에 대한 감시 강화도 강조했다.

실제 이앤에스글로벌 등 세방그룹은 내부거래 문제 해소를 위한 고민이 컸다. 앞서 외부 일감 수주 확대를 위해 노력하는 것은 물론 필요시 M&A까지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 같은 노력의 일환으로 지난해 정부가 발주한 용역사업을 수주한 것도 내부거래 비중을 낮추는데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여전히 과제는 남아있다. 뚜렷한 감소세를 보인 것은 의미가 있지만, 60%대의 내부거래 비중은 여전히 높은 축에 속한다. 지분구조상 이상웅 회장의 개인회사나 다름없다는 점에서 보다 획기적인 개선 방안이 요구된다. 이앤에스글로벌이 달리진 기조를 이어가며 경제민주화 대열에 합류할 수 있게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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