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로가기
공간, ‘공유’가 답이다
ARS PARKING, 지지부진하던 공유 주차장 성과 낸 비결은? 이용자 편리성에서 출발했더니 이용실적 쑥쑥
[공간, ‘공유’가 답이다 ①] 공유 주차장, 해법은 있었다
2019. 10. 11 by 권정두 기자 swgwon14@sisaweek.com

4차산업혁명시대의 핵심 가치 중 하나인 ‘공유경제’는 이미 우리사회에 많은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그중에서도 우리가 삶을 영위하는데 있어 필수적인 요소인 ‘공간’의 개념과 가치를 변화시키고 있다는 점은 주목해야할 대목이다.

공간은 전통적으로 ‘한정적인 자원’을 대표해왔으며, 소유개념에 기반한 한계가 뚜렷했다. 모두가 필요로 하나, 모두가 소유할 수는 없었던 것이 공간이었다. 또한 누군가에 의해 소유됨으로써 공간의 활용과 가치는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었다. 살인적인 집값과 각종 주거문제도 결국은 한정된 공간을 소유하는데서 비롯된 문제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공간이 지닌 한계를 깨트리는데 있어 공유경제가 해법으로 떠오르고 있다. 누군가가 독점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함께 활용할 수 있게 되면서, 그 가치 또한 무궁무진해지고 있는 것이다. 새로운 기술력과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뿌리내리고 있는 공유경제 모델들을 통해, 다가올 미래 우리의 공간을 더욱 가치 있게 만들 수 있는 해법을 찾아본다.

ARS PARKING은 앱 없이도 전화 한 통으로 공유 주차장 이용이 가능하다. /주차장만드는사람들
ARS PARKING은 앱 없이도 전화 한 통으로 공유 주차장 이용이 가능하다. /주차장만드는사람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복잡한 서울의 도심문제를 상징하는 단어를 떠올려보자. 아마 ‘주차난’이란 단어를 떠올리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다. 대규모 지하주차장 시설을 갖춘 대단지 아파트의 경우엔 덜하지만, 상당수 주택가나 번화가에서 차는 곧 골칫거리가 되곤 한다. 가령, 주말 저녁에 서울 홍대나 이태원으로 차를 끌고 가야 한다면 시동을 걸기도 전에 머리부터 아플 것이다.

웃지 못 할 상황이 벌어지는 것도 예삿일이다. 차를 댈 곳이 없어 아수라장이 된 번화가의 인근 주택가에 주차공간이 비어있는 상황이 대표적이다. 혹은 비싼 유료주차장 근처에 떡하니 세워져있는 불법주차 차량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이러한 상황들을 순수하게 공간의 활용이라는 측면에서만 바라보면 납득이 쉽지 않다. 공간에 대한 소유의 개념이 더해져야 비로소 이해할 수 있는 상황이다. 지금 당장 비어있는 주차공간이더라도, 누군가가 소유하고 있는 공간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은 차를 댈 수 없다. 그리고 그 순간만큼은 이 공간의 가치가 무용지물이 된다.

ARS PARKING은 거주자우선주차구역을 기반으로 한 공유 주차장 사업에서 돋보이는 이용실적을 내고 있다. /주차장만드는사람들

◇ 주차하고 전화 한 통이면 ‘끝’

이러한 ‘아이러니’를 조금이나마 해소할 수 있는 공유경제 모델은 바로 ‘공유 주차장’이다. 특히 ‘주차장만드는사람들’이 선보이고 있는 공유 주차장 ‘ARS PARKING’은 철저하게 이용자의 편의성에 중점을 두며 공유 주차장 안착에 기여하고 있다.

ARS PARKING의 이용방법은 무척 간단하다. ARS PARKING존으로 표시된 주차공간 중 빈 곳에 차를 주차한 뒤 전화 또는 앱으로 주차등록을 하면 된다. 출차 및 결제도 역시 마찬가지로 전화 또는 앱을 이용해 간편하게 마칠 수 있다. 운영 중인 주차구역에 대한 정보도 앱 뿐 아니라 전화를 걸어 문자를 받는 방식으로 확인 가능하다.

지자체 차원에서 거주자우선주차구역을 기반으로 운영하는 공유 주차장이다 보니, 주차요금은 민간 유료주차장에 비해 무척 저렴하다. 또한 자신에게 배정된 거주자우선주차구역을 공유 주차장으로 내놓은 주민은 주차장 이용에 따라 수익을 배분받고, 이를 다른 주차장 이용에 활용할 수 있다.

굳이 앱을 설치하지 않아도 전화만으로 주차등록과 출차 및 결제가 가능하다는 점은 ARS PARKING의 가장 큰 특징이자 장점이다. 유사한 주차앱들과 달리 스마트폰 조작이 익숙하지 않은 중장년층들도 아주 쉽게 이용할 수 있다. 또한 첫 이용 시에도 앱설치나 회원가입 등의 절차가 필요 없고, 인터넷 연결 장애가 발생해도 문제가 없다. 빤히 비어있는 주차공간을 두고도 앱을 설치하지 못하거나 회원가입이 서툴러 주차를 하지 못하는 상황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주차장만드는사람들의 김성환 대표는 “공유 주차장 사업에 나선 상당수 업체들의 출발점은 대부분 앱이다. 기술적인 측면에서 먼저 접근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철저히 이용자의 편리성이라는 관점에서 출발했다. 거주자우선주차구역을 활용한 공유 주차장을 평일 낮시간대에 이용하는 주이용자는 중장년층과 여성이다. 아무래도 스마트폰이나 앱 조작이 부담스러운 층인데, 이들도 어떤 어려움 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데 주안점을 뒀다”고 설명한다.

실제 ARS PARKING 이용자들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40대 이상 중장년층의 비율이 68.4%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거주자우선주차지역에 공유 주차장 모델을 적용하는 것이 당면과제인 지자체에게도 ARS PARKING이 지니는 장점은 뚜렷하다. 기존에 사용하고 있는 주차 관리번호체계를 그대로 활용할 수 있고, 개발 및 장비 설치에 들어가는 초기 투자비용은 없다.

ARS PARKING은 이용자의 편리성에 가장 중점을 두고 서비스를 구성했다. /주차장만드는사람들
ARS PARKING은 이용자의 편리성에 가장 중점을 두고 서비스를 구성했다. /주차장만드는사람들

◇ 실패로 점철됐던 공유 주차장, 관점을 바꾸다

사업이 처음부터 물 흐르듯 원만했던 것은 아니다. 서울 내 25개 자치구 대부분이 ARS PARKING 적용에 부정적이었다. 앞서도 거주자우선주차지역에 공유 주차장 적용을 시도했으나 이용실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등 실패했던 전력 때문이다. 김성환 대표는 “지자체로부터 기회를 얻는 것이 가장 큰 어려움이었다”며 “기존 업체들의 공유 주차장 이용실적이 전무하다보니 우리도 당연히 안 될 것이라는 인식이 강했다”고 말했다.

다행히 은평구가 ARS PARKING에게 기회를 제공하면서 지난해 3월 서비스를 선보이기 시작했고, 기존에 실패했던 업체들과 달리 유의미한 성과를 낼 수 있었다. 그 결과 ARS PARKING은 현재 금천구, 양천구, 중랑구, 노원구, 강동구 등과 추가 협약을 맺고 사업을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현재 약 2,000여면의 공유 주차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초기 월 120여건 수준이었던 이용건수도 월 3,000여건으로 증가한 상태다.

이처럼 ARS PARKING은 실패로 점철됐던 공유 주차장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고 있다. 특히 거주자우선주차구역을 활용한 공유 주차장 사업의 ‘이용실적’ 성과가 단연 돋보인다.

김성환 주차장만드는사람들 대표는 공유 주차장이 자리잡기 위해 지자체 차원에서 보다 근본적인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주차장만드는사람들

그렇다면 아직 걸음마 단계인 공유 주차장이 더욱 활성화 되고,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기 위해 무엇이 필요할까. 김성환 대표는 우선 각 지자체와 공유 주차장 업체들이 접근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한다. 주차장만드는사람들이 이용자의 편리성에 중점을 뒀듯, 각 지자체와 업체도 보다 근본적인 접근방식을 가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성환 대표는 “진정한 의미의 공유 주차장은, 거주자가 배정돼있는 상태의 주차공간이 공유되고 실제로 이용돼 별도의 주차장 건설 없이 주차장을 만든 효과를 얻는 것”이라며 “하지만 현재 몇몇 지자체는 공유 주차장 실적을 부풀리기 위해 거주자를 배정하지 않은 주차공간을 공유 주차장이라며 개방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처럼 공유 주차장 사업이 ‘보여주기’ 수준에 그치지 않기 위해선, 정책이 제대로 구현되고 있는지 검증하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주차장만드는사람들은 공유 주차장 사업이 더 큰 가능성과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보고 있다. 우선, 보다 편리한 공유 주차장 이용을 위해 IOT 기술 도입을 준비 중이다. 또한 민간시장도 가능성도 눈여겨보고 있다. 김성환 대표는 “현재는 거주자우선주차 공간을 활용하는 수준에만 국한돼 있는데, 민간시장이 훨씬 크고 많은 수익을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우리의 전망과 이에 따른 사업준비에 대한 내용은 아직 구체적으로 밝히기 어렵다”며 웃었다.

주차공간의 개념을 재탄생시키는 공유 주차장 사업은 최신 기술과 공유경제의 가치가 만나 구현된다. 하지만 기술과 가치에만 매몰되면 정작 가장 중요한 것을 놓치지 쉽다. 이용자의 편리성, 즉 실용성이다. 제 아무리 높은 기술과 훌륭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한들, 이용하는 사람이 없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ARS PARKING가 진정한 의미의 공유 주차장 성공기를 써나갈 수 있었던 해법, 바로 이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