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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 ‘공유’가 답이다
공간 공유 넘어 나눔의 가치 추구하는 ‘이유있는주방’ 고객과 점주, 공유주방의 선순환 정착이 목표
[공간, '공유'가 답이다 ④] 공간 안에서 모두가 행복해지기를 꿈꾸다
2019. 11. 08 by 서종규 기자 seojk1136@sisaweek.com

4차산업혁명시대의 핵심 가치 중 하나인 ‘공유경제’는 이미 우리사회에 많은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그중에서도 우리가 삶을 영위하는데 있어 필수적인 요소인 ‘공간’의 개념과 가치를 변화시키고 있다는 점은 주목해야할 대목이다.

공간은 전통적으로 ‘한정적인 자원’을 대표해왔으며, 소유개념에 기반한 한계가 뚜렷했다. 모두가 필요로 하나, 모두가 소유할 수는 없었던 것이 공간이었다. 또한 누군가에 의해 소유됨으로써 공간의 활용과 가치는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었다. 살인적인 집값과 각종 주거문제도 결국은 한정된 공간을 소유하는데서 비롯된 문제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공간이 지닌 한계를 깨트리는데 있어 공유경제가 해법으로 떠오르고 있다. 누군가가 독점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함께 활용할 수 있게 되면서, 그 가치 또한 무궁무진해지고 있는 것이다. 새로운 기술력과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뿌리내리고 있는 공유경제 모델들을 통해, 다가올 미래 우리의 공간을 더욱 가치 있게 만들 수 있는 해법을 찾아본다.

정준수 이유있는주방 대표는 공유주방 안에서 모두가 행복해지는 것이 공유경제의 진정한 지향점이라고 강조했다./이유있는주방

시사위크=서종규 기자  “좋은 음식으로 고객이 행복하고, 고객이 행복하면 점주님들이 행복하고, 점주님들이 행복하면 제가 행복하고…”

지난달 정식 오픈한 공유주방 업체 ‘이유있는주방’의 정준수 대표는 줄곧 이 부분을 강조했다. 정 대표는 자신이 세운 공유주방에 입점한 점주들뿐 아니라 공유주방에서 음식을 구매하는 고객과 주변 상인들 모두가 행복해지는 것을 원한다고 했다.

특히 정 대표는 주방이라는 공간을 ‘공유’하는 것을 넘어 ‘나눔’의 가치를 추구한다고 했다. 단순히 공간을 공유하는 것이 아닌, 공간 안에서 모든 것을 나누고 모두가 행복해지는 게 공유경제의 진정한 지향점이라는 생각이다.

그렇다고 고객에게 직접 배달되는 음식을 등한시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이유있는주방은 ‘배달중심’의 공유주방으로, 배달음식으로 집밥을 대체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또한 배달음식의 위생과 품질을 비롯해 다양한 메뉴를 한 번에 주문하기 어려운 점 등 배달음식 소비자의 고민 해결을 위한 포부도 지니고 있다.

이유있는주방은 배달중심의 공유주방으로, 배달음식이 맛과 위생을 중심으로 집밥을 대체해야한다는 철학을 가지고 있다./서종규 기자 

◇ 집밥 보완재 되려면… “점주는 요리, 회사는 마케팅”

“저는 사실 요리에 대해 잘 알지 못해요. 하지만 경영과 마케팅은 잘 알죠. 저는 점주님들에게 요리에만 집중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마케팅 등 전략은 회사가 하는 것이죠.”

“공유주방의 장점으로는 초기자본 부담이 적다는 점과 진입 및 퇴출 장벽이 낮다는 점 등이 있습니다. 여기서 더 나아가 공유주방에 들어온 점주들이 더 잘 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공유주방 사업자의 진정한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케팅을 잘 모르는 점주들을 위해 회사가 컨설팅 등을 제공하고, 청결 유지를 통해 깨끗한 이미지를 구축하는 겁니다.”

정 대표는 20년간 재직하던 대기업을 퇴직한 후 공유주방 사업에 뛰어들었다. 정 대표는 모든 직장인들이 그렇듯, 본인 또한 잠재적 자영업자였다고 했다. 퇴직 후 그는 많은 요식 자영업자들을 만났다. 그들 중엔 뛰어난 요리 실력에 비해 마케팅적 능력이 다소 부족한 이들이 적지 않았다. 그런 자영업자들을 위해 자신의 경험을 살리기로 한 것이다.

실제 정 대표는 대기업 재직 시 경영지원실장(CFO)을 역임했다. 이 같은 경험을 바탕으로 공유주방 입점 점주들에게 메뉴나 주변 상권 등을 분석해 마케팅 전략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앞으로 배달음식은 단순히 집밥을 때우는 것을 넘어서야 합니다. 배달음식에 대한 수요가 더욱 많아질 테니까요. 배달음식이 오히려 더 집밥처럼 여겨져야 하죠. 그런데 배달음식 사업 성공을 위해 비용절감만 신경 쓰면 집밥을 대체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고객을 위해 더 좋은 재료로, 더 청결한 환경에서, 더 맛있고 건강한 요리를 해야 하는 것이 가장 기본입니다.”

정 대표는 1인가구가 점차 늘어남에 따라 배달음식 또한 더욱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배달음식이 단순히 집밥을 때우는 것이 아니라 대체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비용절감 등의 목적으로 조미료를 사용하는 것을 지양하고, 고객을 위해 더 좋은 재료와 청결한 환경으로 조리가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유있는주방 1층에 입점한 빚짜피자. 1층 외부 창문을 통해 길을 지나는 시민들도 주방 내부를 볼 수 있다./서종규 기자

“개인적으로 배달음식을 시켜먹을 때 가장 신경 쓰이는 부분이 위생이었어요. 저는 배달음식 주방이 오픈돼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배달음식을 시켜먹었다가 나중에 해당 식당을 방문해 주방을 얼핏 보고 놀랐던 적이 많기 때문이죠. 주방이 오픈돼 있다면 이는 테이크아웃 등의 매출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정 대표는 배달음식이 가지고 있는 한계점도 지적했다. 이는 그가 공유주방 사업에 뛰어든 이유이기도 하다. 첫 번째는 위생문제다. 개별 자영업자들이 높은 수준의 위생을 철저히 유지하기란 쉽지 않다. 이에 반해 공유주방은 개별 점주가 아닌 공유주방 업체 차원에서 보다 전문적으로 높은 수준의 위생 관리가 가능하다.

다양한 음식을 한 번에 시킬 수 없다는 한계도 공유주방이 풀 수 있다. 기존의 배달음식 시장에서는 피자와 짜장면이 먹고 싶은 경우 각각의 음식점에 배달을 시켜야 한다. 당연히 배달비도 두 번 낸다. 공유주방은 다르다. 마치 푸트코트에서 주문을 해 한 자리에서 먹듯, 입점해있는 다양한 음식점에서 한 번에 주문이 가능하다. 배달도 한 번에 온다.

이유있는주방에서는 음식을 구매하지 않더라도 스마트폰 충전기와 물 등을 모두 이용할 수 있다./서종규 기자

◇ 주방 외 모든 것을 나누다

“날씨가 추울 때는 이유있는주방에 들어와 따뜻한 차와 함께 휴식을 취할 수도 있고, 스마트폰 배터리가 부족한 분들은 언제든지 충전기를 이용할 수 있어요. 화장실도 마찬가지입니다. 공유주방에서 음식을 구매하지 않더라도 말이죠.”

서울 왕십리에 위치한 이유있는주방 1층에 들어서자 다수의 스마트폰 충전케이블이 눈에 들어왔다. 정 대표에게 이에 대해 묻자 충전기를 공유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이유있는주방 1층 카운터에 구비된 스마트폰 충전기./서종규 기자

스마트폰이 분신으로 여겨지는 현대인들에게 스마트폰 배터리는 무척 중요한 요소다. 특히나 이유있는주방 왕십리점은 버스정류장 바로 앞에 위치해있어 유동인구가 많은 곳이다. 정 대표가 스마트폰 충전기를 구비한 것은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시민 중 스마트폰 배터리가 부족한 시민들에게 충전기를 공유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물론, 길을 지나던 행인들에게도 이 충전기는 열려있다.

이외에도 시민들의 갈증 해소를 위해 물과 차 등을 구비했다. 이 역시 공유주방 내에서 음식을 구매하는 고객이 아니더라도 이를 이용할 수 있다. 입구에서부터 공유의 가치가 실현되고 있는 셈이다.

지난달 30일 기자가 방문한 이유있는주방의 2층 내부. 각 주방에는 다양한 요식 자영업자들의 입점이 예정돼 있다./서종규 기자

◇ 공간 공유를 넘어 모두의 행복으로

“공유경제는 참여하는 모든 이가 행복해야 해요. 단순히 공간을 공유하고, 사업자가 잘 되는 것은 공유경제가 추구하는 바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기존의 건물주와 다를 것이 없잖아요. 입점한 점주가 잘돼야 공유주방 사업자도 잘 된다는 생각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점주들이 잘 될 수 있도록 회사도 노력해야 하고요. 선순환을 이루는 것이 무척 중요하죠.”

정 대표는 단순히 공간을 제공하는 것이 공유경제의 가치는 아니라고 강조했다. 공유주방에 입점한 모든 점주를 포함해 음식을 소비하는 소비자, 그리고 사업자인 이유있는주방까지 모두 행복해지는 것이 진정한 공유경제라는 것이다.

“맛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컨설팅 등을 점주에게 제공할 예정입니다. 특히 위생과 청결을 위해 매니저가 매일 주방의 위생을 체크하고 있습니다. ‘이유있는주방에서 음식을 주문하면 깨끗하다’, ‘믿을 만하다’는 인식의 형성은 결국 회사를 성장시킬 겁니다. 그 안에서 브랜드를 가진 점주들의 성장도 이어지는 거고요. 이것이 상생이자 행복 아닐까요.“

끝으로 정 대표는 오픈된 주방에서 좋은 음식을 소비하는 소비자들의 행복이 점주의 행복으로 이어지고, 이 행복이 결국 이유있는주방과 주변 상권으로 이어지기를 바란다고 했다. 실제 기자가 직접 이유있는주방을 방문했을 당시 정 대표는 주변 상인들과 반갑게 웃으며 인사를 주고받기도 했다.

정 대표는 ”이제 시작“이라고 말했다. 또 이유있는주방을 통해 모두가 행복해지기를 바란다고 했다. 단순히 주방이라는 공간을 제공해주는 것을 넘어 그 공간 안에서의 나눔과 행복을 추구하는 이유있는주방의 ‘해피 바이러스’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