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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의 끝을 아십니까
이것의 끝을 아십니까 ②콘돔
피임·건강 지킴이 ‘콘돔’, 그 끝을 아십니까?
2020. 04. 07 by 권정두 기자 swgwon14@sisaweek.com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다. 인간 역시 이 같은 진리를 결코 벗어날 수 없다. 숨이 다한 인간은 이내 흙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우리 인간이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각종 물건들은 어떨까. 인간의 삶을 더욱 윤택하게 만들어주는 물건들이지만, 우리는 그 끝에 대해선 잘 알지 못한다. 아주 잠깐, 너무나 쉽게 사용한 물건들 중 상당수가 인간보다 더 오래 지구에 머문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이들은 많지 않다. 인간의 일상을 채우고 있는 무수히 많은 물건들, 그것들의 끝을 따라가 본다. [편집자주]

콘돔은 안전하고 건강한 성생활을 지켜준다. 하지만 사용한 콘돔은 무심코 버려지고 있다. /그래픽=김상석 기자
콘돔은 안전하고 건강한 성생활을 지켜준다. 하지만 사용한 콘돔은 무심코 버려지고 있다. /그래픽=김상석 기자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콘돔은 오늘날 가장 대표적이고 보편적인 피임도구이자 에이즈 등 각종 성병의 예방책이다. 안전하고 건강한 성생활을 위해 전 세계적으로 콘돔 사용이 권장되고 있다. 청소년들에 대한 성교육에 있어서도 콘돔의 중요성은 빠지지 않는다.

이처럼 콘돔은 그 중요성이 더할 나위 없이 강조되고 있으며, 실제로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그에 반해 사용한 콘돔에 대한 관심은 사실상 전무하다. 콘돔이 왜 중요하고 필요한지는 모두가 알지만, 역할을 다한 콘돔이 어떻게 버려지고 최종적으로 어떻게 사라지는지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

인간의 성생활을 보다 안전하고 건강하게 해주는 콘돔, 그 끝은 어떨까.

◇ 천연라텍스로 만드는 콘돔

콘돔의 끝을 따라가 보려면 먼저 콘돔이 무엇으로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알아야 한다. 우선, 중요한 신체부위에 사용되는 콘돔은 고무나무에서 추출되는 천연라텍스를 핵심 원료로 한다. 말레이시아 등 열대기후 지역이 주요 생산지다. 천연라텍스 원액은 화학약품 등 다른 원료들과 함께 배합 및 숙성 과정을 거쳐 콘돔 모양을 갖추게 되고, 윤활제가 도포돼 최종 포장된다.

즉, 콘돔의 기본적인 성분은 고무다. 다만, 산업현장이나 각종 생활용품에 많이 쓰이는 고무제품과는 차이가 있다. 콘돔은 천연라텍스가 주를 이루는 반면, 각종 고무제품은 다른 성분이 많이 섞인 합성고무가 주를 이룬다. 콘돔의 경우 인체무해성이 가장 중요한 반면, 고무제품은 강도나 탄성, 영속성 등에 초점이 맞춰져있기 때문이다.

산업현장 등에서 발생하는 대규모 고무쓰레기는 별도로 수거돼 처리 또는 재활용 된다. 타이어를 재활용해 푹신푹신한 놀이터 바닥을 만드는 것이 대표적이다.

콘돔 역시 엄밀히 말하면 분리수거해 재활용이 가능하다. 하지만 현실성이 현저히 떨어진다. 분리수거 자체가 사실상 어려운데다, 크기가 크지 않고 각 제조사 별로 성분이 조금씩 달라 재활용 효율성이 낮다. 일반 가정에서 발생하는 고무쓰레기 역시 이러한 이유에서 일반쓰레기로 배출하도록 돼있다.

일반쓰레기로 배출된 콘돔은 매립 또는 소각된다. 이때, 비닐·플라스틱 등에 비해 환경오염 요소가 덜한 편이다. 특히 매립 시 수백 년 동안 썩지 않는 비닐·플라스틱과 달리 수년~10년 정도면 분해가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최근엔 100% 식물성 원료로 생산돼 환경오염 요소가 극히 적은 콘돔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콘돔은 고무나무에서 추출된 천연라텍스로 만들어진다. /뉴시스
콘돔은 고무나무에서 추출된 천연라텍스로 만들어진다. /뉴시스

◇ 일반쓰레기로 버리면 되지만… 하수처리장 괴롭히는 콘돔

진짜 문제는 콘돔이 일반쓰레기로도 배출되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데 있다.

정확한 규모나 비율은 파악하기 어렵지만, 사용한 콘돔을 변기에 버리는 이들이 상당하다. 이는 관련 현장의 고충을 통해 뚜렷하게 확인된다. 정화조 청소업체와 하수처리장의 최대 고충은 각종 이물질인데, 물티슈·여성용품 등과 함께 콘돔 역시 그 주범으로 꼽힌다. 특히 다른 이물질보다 압도적으로 강력한 탄성을 지닌 콘돔은 하수처리장에서 각종 기계 고장을 일으켜 악명이 높다.

지방의 한 하수처리장 관계자는 “물티슈를 비롯한 각종 이물질은 하수처리장의 최대 고민거리다. 각 지자체가 변기에 이물질 버리지 않기 캠페인에 적극 나서고 있는 이유”라며 “콘돔의 경우 모델 등이 많은 상업지역을 담당하는 하수처리장에서 특히 더 큰 문제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콘돔이 강이나 바다로 흘러갈 경우, 매립·소각되는 것보다 더 큰 환경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물론 물에서도 수년 정도면 분해가 되고, 비닐·플라스틱처럼 미세 플라스틱 문제를 남기지 않는다. 그러나 투명하고 강력한 탄성을 지니고 있어 각종 수중생물의 생명을 위협하는 요인이 된다.

콘돔이 유용하고 중요한 만큼, 사용한 후 뒤처리도 중요하다. 오로지 순간의 편리함만 생각해 사용한 콘돔을 변기에 버려왔다면, 잠시 멈추고 쓰레기통을 찾도록 하자. 콘돔으로 인해 한결 편해진 피임과 안전해진 성생활을 생각하면 그 정도 수고는 감수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