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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이 사라진다
[마을이 사라진다⑨] 고향세, 지방소멸 극복 대안될까 
2020. 09. 21 by 이미정 기자 wkfkal2@sisaweek.com

‘지방이 위기’다. 최근 부쩍 더 많이 들려오는 얘기다. 청년 인구의 수도권 이탈, 고령화 현상이 가속화 되면서 ‘지방 소멸위기론’까지 부상하고 있다. 실제로 노인만 남은 마을은 소멸 위기를 현실로 마주하고 있다. 마을, 나아가 지역의 붕괴는 지방자치 안정성을 흔들고, 나라의 근간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는 일이다. 엄중한 위기의식을 갖고 적합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미래를 담보하기 어렵다. <시사위크>에선 이 같은 시각 아래 현 위기 상황을 진단해보고 과제를 발굴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지자체들의 재정 부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고향사랑기부제(이하 고향세)’가 주목을 받고 있다.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지방 인구의 수도권 이탈이 이어지면서 지방자치단체들의 재정난도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재정자립도가 10% 미만까지 떨어진 지자체도 수십 곳에 달하는 실정이다. 이에 지자체들의 재정 부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여러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고향사랑기부제(이하 고향세)’가 지방 소멸 해소와 재정 확보 방안 중 하나로 주목을 받고 있다. 과연 실효성이 있을까.  

◇ 21대 국회서 고향세 관련 법안 잇따라 발의  

고향세는 타 지역 거주민이 본인의 고향이나 원하는 지방자치단체에 기부를 하면 세액 공제 등 일정한 세제 혜택을 주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제도다. 21대 국회가 출범한 뒤, 고향세와 관련된 법안들이 잇따라 발의되고 있다. 

21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고향세와 관련해 총 6건의 법안이 발의됐다. 지난 6월 이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고향사랑 기부금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 발의한 것을 시작으로, 김태호 무소속 의원과 김승남·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비슷한 취지의 법안을 내놨다.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8월 고향세 도입을 위한 패키지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해당 패키지 법안은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조세특례제한법 일부개정법률안 △지방세특례제한법 일부개정법률안 △소득세법 일부개정법률 등으로 구성됐다.

이들이 낸 법안은 큰 틀에서 비슷한 내용을 담고 있다. 지자체가 기부금을 모금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기부자에게 세액 공제 및 지역 답례품 혜택을 주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물론 세부적인 내용에선 조금씩 차이는 있다. 예컨대, 김승남 의원이 발의한 법안에선 모금 대상을 개인에서 법인까지 확대했다.

이들 의원들은 해당 법안이 열악한 지방 재정을 확충하고,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재정불균형 해소 및 지역경제 활성화를 촉진시킬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이원욱 의원은 법안 제안 이유에 대해 “최근 고령화·저출산으로 인한 인구감소로 지방소멸 가능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며 “지방이 처한 열악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방법으로 고향사랑 기부금 도입이 논의돼 왔으나 그간 여러 이유로 인해 도입이 지연돼 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고향사랑 기부금이 도입되면 도시민은 자신의 고향이나 원하는 지자체를 지정해 기부하면 세제혜택과 함께 지역의 특산품 등을 답례품으로 받을 수 있고, 지방자치단체는 지역경제를 살릴 수 있는 재원을 마련할 수 있어 일거양득의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 십수년째 논의 제자리걸음… 이번엔 다를까  

고향세는 2007년 대선공약으로 거론되면서 처음 등장했다. 당시 2007년 대통령 대선에서 문국현 창조한국당 후보가 도시민의 주민세의 10%를 ‘고향납세’의 이름으로 고향으로 보내 농업과 농민을 보호하자는 취지로 해당 공약을 제시한 바 있다. 이후 18·19대 국회에서도 관련 법안이 발의됐지만 제대로 된 논의조차 되지 못했다. 수도권 지자체의 반발과 중앙정부 세수 위축에 대한 우려가 걸림돌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던 중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19대 대선에서 고향사랑 기부제를 공약으로 제시하면서 고향세 논의가 다시 급부상했다. 해당 고향세는 도시민이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자체에 기부하면 10만원까지는 전액 세액공제하고, 10만원을 넘는 금액에 대해서는 16.5%를 소득세와 지방소득세에서 공제해주는 내용을 뼈대로 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고향세를 100대 국정과제에도 포함시키면서 도입에 기대감도 커지기도 했다.  

하지만 20대 국회에선 고향세 관련 법안이 15건이나 발의됐음에도 논의는 지지부진했다. 결국 해당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법안은 자동 폐기됐다.

그런데 이번에 다시 21대 국회에서 재논의가 시작된 셈이다. 행정안전부는 올해 중점 과제로 고향세를 선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오랫동안 표류했던 제도이다 보니, 도입 가능성을 놓고 희외론이 적지 않다. 제도 실효성을 놓고도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고향세는 최근 최근 10년간 여러차레 국회에서 논의됐지만 번번히 국회의 문턱을 통과하지 못했다. 제도의 실효성을 두고도 논란이 적지 않았다. / 시사위크 

우선 제도 도입 효과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는 쪽에선 일본의 성과를 근거로 제시하고 있는 모양새다. 국내 고향세 제도는 일본의 고향세(후루사토 납세)를 벤치마킹하고 있다.

◇ 일본 고향세 정착했으니, 우리도 성공?

일본은 2008년 지자체 간 재정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고향세 제도를 도입했다. 일본 고향세는 고향이나 원하는 지자체에 기부하면 기부금액 중에서 2,000엔을 제외한 금액에 대해 주민세·소득세를 공제해주는 제도다. 도입 초기엔 실적이 미미했지만 최근 몇 년간 기부금이 사상 최대를 기록하며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일본 총무성에 따르면 2018년 고향세 납세 총액은 5,127억엔(약 5조5,443억원)에 달한다. 2017년(3,653억엔)보다 40%나 증가한 규모다. 시행 첫해인 2008년 기부금 총액이 81억(831억원) 불과했던 점과 비교하면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모습이다. 납세건수는 2018년 기준 2,322만여건으로 전년(1,730만여건)보다 34% 증가했다. 

이에 법안을 발의한 일부 의원들은 일본의 고향세 정착성과를 예로 들며 제도 도입을 주장하기도 했다. 전재수 의원은 법안을 제안하면서 “일본에서는 지방자치단체 간 재정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2008년부터 기부금 형식의 고향세 제도를 도입해 애향심을 고취시키고 재정이 열악한 지방자치단체의 세수를 증대시키는데 상당한 효과를 얻은 것으로 알려진다”고 말하기도 했다. 

고향세 제도의 효과적인 도입을 위해선 활용 방안과 부작용을 줄이기 위한 세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제도 도입을 위해선 보다 세밀한 논의가 우선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상호 한국고용정보원 연구위원은 <시사위크>와의 전화통화에서 “고향세가 지역 사회를 관심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을 것 같다”면서도 “지금의 지방 소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이 되기엔 어려움이 있어 보인다”고 진단했다. 그는 제도 도입에 앞서, 세밀한 실태조사와 활용 방안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연구원은 “현재 고향세에 대해 어느 정도의 국민이 관심이 있을지, 얼마나 기부금 재원이 모여질지, 낸다면 얼마나 낼지 등에 대해선 기본적인 실태조사 연구가 제대로 되지 않는 상태”라며 “이러한 조사 결과가 근거로 제시된다면 보다 생산적인 논의가 가능할 것 같은데 현재는 아쉬운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 “구체적인 계획과 체계적인 연계 방안 필요해” 

올해 ‘고향세’ 관련한 연구 논문을 낸 조진우 도로교통연구원 연구원도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고향세가 지방재정 개선의 보조적인 방법일 뿐 이라며 재정개선을 위한 보다 근본적인 방안 모색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고향세는 지방 재정 확충의 주가 될 수는 없다”며 “보조적인 수단이나, 때로는 상징적인 의미로는 활용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울러 고향세가 지자체들의 과도한 경쟁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내놨다. 조진우 연구원은 “특색이 있는 지역이나 답례품을 잘 주는 곳으로 기부금이 쏠릴 경우, 오히려 예산이 특정 지역에만 편중되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며 “기부금을 확보하기 위해 과도한 답례품 경쟁을 할 소지도 있고, 자칫하면 지자체들 간의 싸움으로 번질 수 있다”고 있다. 실제로 일본에서는 고액 답례품 경쟁 논란이 일자, 2017년부터 이를 제동 걸고 나서기도 했다. 

그는 기부자와 지역을 연계시킬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조연구원은 “기부자가 해당 지역에 관심을 계속해서 이어갈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만들어지면 좋을 것 같다”며 “예를 들어, 기부자에게 지역 축제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는 체험 기회를 준다면 지역에 대해서도 좋은 인상을 갖게 될 뿐 아니라, 지역 내에서 소비도 촉진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의 고향세 논의 과정에 대해선 안타까움을 표했다. 그는 “고향세로 재원을 마련해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나 계획은 생략된 채 그저 ‘법안이 필요하니 만들자’라는 논의에만 머물러 있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