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과 임차관계에 대한 인식 전환… 도시혁신과 공유를 모두 실현

4차산업혁명시대의 핵심 가치 중 하나인 ‘공유경제’는 이미 우리사회에 많은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그중에서도 우리가 삶을 영위하는데 있어 필수적인 요소인 ‘공간’의 개념과 가치를 변화시키고 있다는 점은 주목해야할 대목이다.

공간은 전통적으로 ‘한정적인 자원’을 대표해왔으며, 소유개념에 기반한 한계가 뚜렷했다. 모두가 필요로 하나, 모두가 소유할 수는 없었던 것이 공간이었다. 또한 누군가에 의해 소유됨으로써 공간의 활용과 가치는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었다. 살인적인 집값과 각종 주거문제도 결국은 한정된 공간을 소유하는데서 비롯된 문제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공간이 지닌 한계를 깨트리는데 있어 공유경제가 해법으로 떠오르고 있다. 누군가가 독점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함께 활용할 수 있게 되면서, 그 가치 또한 무궁무진해지고 있는 것이다. 새로운 기술력과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뿌리내리고 있는 공유경제 모델들을 통해, 다가올 미래 우리의 공간을 더욱 가치 있게 만들 수 있는 해법을 찾아본다. [편집자주]

정수현 앤스페이스 대표는 공간의 인식 전환과 도시혁신을 강조했다./사진=김경희 기자
정수현 앤스페이스 대표는 공간의 인식 전환과 도시혁신을 강조했다./사진=김경희 기자

시사위크=서종규 기자  “공간의 소유자와 사용자가 권한과 책임을 나누는 방식을 추구하고 있어요. 운영자와 건물주간 파트너십을 통해 공간을 활성화하는 것을 넘어 성과를 나누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이는 도시혁신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정수현 앤스페이스 대표는 공간의 전환과 일반적인 임차관계에 대한 인식을 전환해 도시혁신을 이룰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러한 인식 전환을 통한 도시혁신이 공유경제의 이상향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앤스페이스는 정수현 대표가 2013년 설립한 공간밸류업컴퍼니 벤처기업으로, 작게는 유휴공간을 공유공간으로 전환하고, 크게는 건물, 도시의 가치를 높이는 것을 추구한다. 앤스페이스는 현재 임차공간의 유휴시간대를 공유공간으로 활용하는 플랫폼 ‘스페이스클라우드’와 인근 시세 대비 저렴한 임대료와 장기간 거주를 보장하는 사회주택 ‘앤스테이블’ 등을 운영 중이다.

정 대표는 교육업 관련 프리랜서로 일하던 중 교육장소를 섭외하는 과정에서 큰 어려움을 겪어왔다고 한다. 이는 정수현 대표가 공간밸류업컴퍼니를 창업하게 된 계기였다. 정 대표는 창업 당시 ‘공유경제’를 추구하며 창업을 시작하지는 않았지만, 사업을 진행하며 공유경제의 가치를 알게 됐다고 한다.

“사실 공유경제를 표방하며 창업을 시작하지는 않았어요. 프리랜서 시절 장소를 섭외하며 어려움을 겪었는데, 저와 같은 어려움을 겪는 분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또한 이 같은 수요에 비해 공간을 단기간 이용하는 것은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됐죠.”

“남의 공간을 빌려쓰다 보니, 공간의 공유와 관련해 창업을 생각해냈습니다. 창업 후 사업을 진행하며 공유경제가 대두된 것에 덕을 본 것도 있는 것 같고, 그에 따른 가치도 깨닫게 된 것 같아요.”

정 대표는 임차관계에 대한 인식 전환으로 공실률을 줄여 도시혁신을 이룰 수 있다고 강조했다./사진=김경희 기자
정 대표는 임차관계에 대한 인식 전환으로 공실률을 줄여 도시혁신을 이룰 수 있다고 강조했다./사진=김경희 기자

◇ “임차관계에 대한 인식 전환 필요” 

정 대표는 도심 내 늘고 있는 공실률에 대해 일반적인 임차 관계에 대한 인식 전환을 강조했다. 단순히 공간을 임차해주고 임대료를 받는 관계가 아닌, 협력적인 상생 관계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임차인을 단순히 임대료를 받는 대상이 아닌, 공간을 함께 운영하는 파트너로 인식해야 합니다. ‘세입자가 망하면 나도 망할 수 있다’는 인식이죠. 이러한 협력적 관계 구축된다면 신뢰도가 높은 임차관계가 장기간 지속되고, 도심 내 공실도 줄어들 것으로 봅니다.”

실제 올해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전국적으로 공실률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 2분기 기준 전국 중대형 상가의 공실률은 12%로 전 분기 11.7% 대비 0.3%p 늘었다. 2018년 3분기 10.6%를 기록한 후 7분기 연속 증가한 수치이자, 2002년 공실률 통계가 집계된 이래 최고치를 기록한 수치다. 전국 소규모 상가의 공실률 또한 전 분기 대비 0.4%p 오른 6%로 집계됐다.

정 대표는 공간의 소유권자들이 보유한 부동산에 대해 능동적으로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으며 이 같은 이유로 공실률도 높아지고 있는 추세라고 판단했다. 또한 대출을 통해 건물을 매입한 후 공실로 고민하는 건물주들을 접해왔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건물주들이 수익성을 내려놓고, 공간에 대한 인식을 전환함으로써 공실률을 낮출 수 있다고 강조했다.

“순현금으로 건물을 매입하는 사람은 아마 많이 없을 것으로 봐요. 대부분 대출을 통해 건물을 매입하는데, 공실률이 높다면 건물주의 고민이 깊어지겠죠. 특히 공간이 장기간 방치돼 있다면 그 가치 또한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수익을 내는 것은 중요하지만, 임대료에 대한 수익을 조금 포기하더라도, 공실을 공유공간으로 활용한다면 공간의 활력이 불어넣어질 것입니다. 이 같은 공간에 대한 인식 전환이 이어진다면 도심 내 상권과 인프라 등 활력이 이어질 수 있죠. 이 같은 프로그램이 도시혁신을 이룬다고 보고 있습니다.”

정 대표는 또한 공실에 대해 국가 차원의 선제적 대응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테면 공실을 공공기관에서 매입해 청년 창업주들에게 저렴한 임대료로 장기간 공급하는 방식이다. 이로써 공실률을 줄이고, 소규모 점포에 대한 활력도 불어넣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앤스페이스 직원들은 스스로를 도시 기획자로 칭한다. 정 대표는 공간 혁신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발굴하겠다는 계획이다./사진=김경희 기자
앤스페이스 직원들은 스스로를 도시 기획자로 칭한다. 정 대표는 공간 혁신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발굴하겠다는 계획이다./사진=김경희 기자

◇ 공간을 전환하는 ‘도시 기획자’

앤스페이스 직원들은 자신들을 ‘도시 기획자’라고 부른다고 한다. 정 대표는 앤스페이스가 유휴공간과 공유, 여기에 임차관계에 대한 인식을 전환해 도시혁신을 이루고, 이상적인 공유경제를 추구한다고 했다.

“저희 직원들은 모두 스스로를 도시 기획자라고 칭합니다. 공유의 개념을 단순히 공간을 나누는 이용의 형태가 아닌, 자산의 가치와 권리는 나누는 방식으로 확대하죠. 이를 통해 공실과 공간의 유휴시간대를 줄여나가는 것이 저희가 추구하는 궁극적인 도시혁신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수익성을 추구하기 보다는, 공간의 전환을 통해 시장에 메시지를 던지고 싶다고 했다. 실제 앤스페이스가 운영 중인 사회주택 ‘앤스테이블’은 세입자들의 임대료를 서울시가 출자한 공공형 리츠가 갖고, 앤스페이스는 리츠로부터 장기 운영권을 얻어 위탁 수수료를 받는 구조다. 여타 임차 관계 대비 수익성이 따르지 않는 구조인 셈이다.

“사회주택의 수익률이 높지 않지만, 공간을 방치해 놓는 것 보다는 공익적 측면에서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봅니다. 사회공헌적 측면과 회사가 추구하는 비전과도 부합해 사회주택 운영을 하고 있죠. 물론 마이너스 수익은 아닙니다. 다만, 회사는 수익률을 목표로 하기 보다는 공간의 전환을 통해 공유경제 시장에 메시지를 던지고 싶습니다.”

끝으로 정 대표는 비어있는 공간과 그것을 필요로 하는 수요자들을 연결시키는 것에 대한 사업을 지속하고, 도시를 혁신하는 프로그램 개발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운영 중인 스페이스클라우드, 앤스테이블 등과 같은 공간 혁신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발굴해 성장을 이어나가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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