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케아의 사내 어린이집은 단순히 직원들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 다양한 효과를 내고 있습니다. /게티이미지뱅크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이케아’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역시 북유럽이죠. 스웨덴에 뿌리를 둔 이케아는 ‘북유럽 감성’의 대명사와도 같습니다. 그럼 북유럽하면 무엇이 떠오르시나요? 아마 가장 많은 답변은 ‘복지 천국’일 겁니다. 전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곳, 삶의 질이 뛰어난 곳으로 꼽히죠.

이케아코리아의 사내 출산·육아 지원제도에 대해 취재를 하게 된 것도 이케아, 그리고 이케아의 고향이 지니고 있는 ‘이미지’에서 시작됐습니다. 그저 막연한 이미지일지, 저 멀리 북유럽에서 건너온 무언가 특별한 것이 있을지 궁금했죠. 

◇ 한국 진출 때부터 심혈 기울인 이케아의 사내 어린이집

그렇게 취재를 시작했을 때부터 이케아에서 가장 자랑스럽게 내세운 것이 있습니다. 바로 ‘사내 어린이집’입니다. 이케아가 한국에 발을 들여놓을 때부터 많은 공을 들였다며, 어디에 내놓아도 밀리지 않는다는 자신감과 자부심이 상당했습니다.

저 역시 현재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내고 있고, 사정상 한 차례 전원도 경험해보았는데요. 그렇다보니 이케아의 자랑을 더 깐깐하게 들여다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내심 의구심도 없지 않았죠. ‘좋은 어린이집’이라는 결코 쉽지 않은데다, 기준이 복잡하고 까다롭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시설이 좋다고, 혹은 보육교사가 좋다고 좋은 어린이집이 되는 건 아니니까요.

그렇게 이케아의 사내 어린이집은 샅샅이 파헤치다보니 어느새 ‘우리나라에도 이런 직장과 사람들이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케아 고양점 사내 어린이집의 모습입니다. /이케아

이케아의 사내 어린이집은 ‘화려하다’는 표현이 부족하지 않을 만큼 뛰어난 인프라를 자랑합니다. 아이들 대비 보육교사 비율이나, 보육교사들의 근무여건 및 처우, 아이들 급식 등 질적으로도 훌륭하죠. 아이 중심적인 보육의 방향성도 부모 입장에선 충분히 만족스러운 요소이고요. 

여기까지만 해도 충분히 훌륭합니다만, 제가 봤을 때 아주 특별하다는 생각까진 들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저와 비슷한 또래의 아이를 키우고 있는 사내 어린이집 이용 직원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특별한 무언가를 확인할 수 있었죠.

이번에 취재를 진행하면서 이케아 고양점에 근무하며 사내 어린이집을 이용 중인 직원 두 분과 직접 이야기를 나눠 볼 수 있었는데요. 따로따로 이야기를 나눈 두 직원은 놀랍게도 모두 이케아의 훌륭한 출산·육아 지원제도, 특히 사내 어린이집에 반해 이직을 결심했다고 합니다. 

평소 일과 가정의 균형, 가족과 보내는 시간, 육아 등을 그 무엇보다 중요한 가치로 여겨온 사람들이 이케아가 갖춰 놓은 제도 및 인프라에 이끌려 이케아의 가족으로 합류한 거죠. ‘아이를 키우는 가정’을 핵심 타깃으로 하는 이케아에겐 너무나도 필요한 인재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야기를 나눈 직원 조석래 씨는 평소 거주하는 지역에서 아동학대 등 흉흉한 사건들이 자주 발생하다 보니 아이를 낳은 뒤 어린이집에 보내는 문제가 큰 고민거리였다고 합니다. 풀기 쉽지 않은 그 고민은 이케아로의 이직을 통해 훌훌 떨쳐버릴 수 있었죠. 덕분에 직장에 더욱 공을 들일 수 있던 그는 비교적 짧은 시간에 승진하는 등 이케아의 훌륭한 인재로서 좋은 역량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사실, 부모에게 아이는 그 어떤 힘든 일도 해낼 수 있게 하는 동기부여가 되기도 하지만, 반대로 일이 손에 잡히지 않게 만드는 존재가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케아 사내 어린이집을 이용하는 대다수 직원들은 후자와 거리가 멀죠. 그만큼 일에 집중할 수 있고요.

이케아가 사내 어린이집을 운영하면서 얻는 무형의 효과는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또 다른 직원 박용훈 씨는 “아무래도 이케아의 구성원들은 이케아가 추구하는 가치나 방향에 대한 공감대가 있습니다. 그런 직장 동료가 곧 같은 어린이집 학부모이고, 또 어린이집 자체에도 이케아의 가치가 반영돼 있다 보니 더욱 만족스러울 수밖에 없죠. 나아가 회사생활에 있어서도 훨씬 유기적인 소통이 가능하도록 해줍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조석래 씨 역시 “평소 잘 몰랐던 다른 부서 직원과 사내 어린이집을 매개로 많이 가까워지기도 해요. 아무래도 같은 또래의 아이를 키우고, 아이들끼리 친하다보니 하원 후나 휴일에도 자연스럽게 함께 시간을 보내게 되더라고요. 그런데 이러한 관계는 개인적인 측면에서 만이 아니라 업무적으로도 상당히 큰 도움이 됩니다. 업무 특성상 협업이 많은데, 커뮤니케이션이 훨씬 더 원활해지죠. 사적으로 가깝지 않다면 알 수 없었을 그 부서, 그 직원의 고충까지 듣고, 이해할 수 있으니까요”라고 말했고요.

이케아의 출산·육아 지원제도, 특히 사내 어린이집에 이끌려 이직을 결심한 뒤 만족스럽게 생활 중인 박용훈(왼쪽) 씨와 조석래 씨. /이케아

즉, 이케아의 사내 어린이집은 단순히 아이를 키우는 직원들을 위한 편의 그 이상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투입되는 비용 그 이상의 효과를 발휘하고 있고요. 앞서도 언급했듯 단순한 비용이 아닌 재투자의 차원이고, 그것이 선순환을 이루고 있는 겁니다. 이케아가 필요로 하는 인재들을 확보하게 해주고, 직원들이 육아에 대한 걱정 없이 일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해주고, 이케아가 추구하는 사내문화를 형성하고 내부소통을 보다 강화하는 구심점 역할까지 해주고 있죠.

더욱 놀라운 것은 이케아가 이러한 사내 어린이집을 한국에 처음 진출한 2014년부터 이미 마련해놓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그때만 해도 우리나라는 지금보다 사내 어린이집이 훨씬 적었고, 인식도 지금보다 부족했죠. 

이러한 이케아의 사내 어린이집은 이미 국내외에서 좋은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몇 년 전, 저출산대책의 일환으로 사내 어린이집을 확충한 국내 굴지의 대기업 몇 곳이 이케아의 선례를 면밀히 살폈다고 합니다. 또 일본이나 인도의 이케아 현지법인에서도 한국 이케아의 사례를 참고해 매장을 신규출점 할 때 사내 어린이집을 구축하고 있다고 하네요.

이쯤 되면 이케아 사내 어린이집이 지닌 나비효과는 박수 받기 충분합니다. 사내에서 다양한 효과를 발휘하고 있을 뿐 아니라, 외부에도 좋은 롤모델이 되고 있죠. 

직원들이 큰 걱정이나 불편 없이 행복한 가정을 꾸리길 바라는 기업, 그런 기업에서 일과 삶의 균형을 이루며 좋은 연략을 발휘하고 있는 직원, 그리고 어쩌면 지금 우리 시대에 가장 필요한 가치를 공유하고 있는 그들의 문화. 부디 이케아 같은 곳이 더 많아지길 바랍니다. 그렇게 된다면, 절망적이기 만한 우리의 저출산문제도 희망의 빛이 보이지 않을까요.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