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이 위기’다. 최근 부쩍 더 많이 들려오는 얘기다. 청년 인구의 수도권 이탈, 고령화 현상이 가속화 되면서 ‘지방 소멸위기론’까지 부상하고 있다. 실제로 노인만 남은 마을은 소멸 위기를 현실로 마주하고 있다. 마을, 나아가 지역의 붕괴는 지방자치 안정성을 흔들고, 나라의 근간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는 일이다. 엄중한 위기의식을 갖고 적합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미래를 담보하기 어렵다. <시사위크>에선 이 같은 시각 아래 현 위기 상황을 진단해보고 과제를 발굴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우리나라 지방자치제도가 일대 변화를 맞고 있는 가운데 지역 균형발전 해법을 찾는 문제가 화두로 떠올랐다. /게티이미지뱅크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올해로 우리나라의 지방자치제도가 부활한지 30주년을 맞았다. 우리나라 지방자치제는 1961년 군사정권 하에 중단됐다가 1991년 지방의회 부활로 다시 재개됐다. 지방자치제는 지난해 말 ‘지방자치법 전부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일대 변화를 맞고 있는 모습이다. 

◇ 지방분권이 ‘지방소멸위기’도 해결할까

해당 개정안은 △주민 중심 지방자치 구현 △지방의회 독립성 및 투명성 강화 △대도시 등에 특례시 부여 기준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한다. 지방 정치권에선 이번 법 개정을 계기로 ‘지방분권’과 ‘풀뿌리 민주주의’가 실현되는 발판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높다. 

지방분권은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후 활발히 논의돼왔다. 문재인 대통령은 “연방제에 버금가는 강력한 지방분권제를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중앙정부에 집중된 재정·행정 권한을 적극 이양해 자치분권과 균형발전을 실현하겠다는 포부였다. 지난해 법 개정으로 주민 참여 및 지방의회 독립성 강화의 발판이 마련된 점은 분명 의미 있는 일이다. 

그렇다면 지방분권이 ‘균형발전’의 해법이 될 수 있을까.

한국고용정보원이 지난해 발표한 ‘지역소멸위험지수(2020년 5월 기준)’ 자료에 따르면 전국 228개 시·군·구 중 46%인 105곳이 소멸위험지역으로 분류됐다. 이 같은 소멸 위기 지역은 매년 늘고 있는 추세다. 저출산·고령화·수도권 인구 이탈로 전국 지자체 중 절반 이상이 소멸 위기를 직면하고 있다. 인구 감소로 세수가 줄면서 재정자립도가 떨어지는 지자체도 수두룩한 게 현실이다.  

지난 19일 오후 2시 서울 동작구 흑석동에 위치한 서울도시정책부동산연구소에서 마강래 교수를 만나, 지역 균형발전과 지방의 생존전략에 대해 다각도로 이야기를 들어봤다.  /사진=김경희 기자

이런 가운데 지방분권이 지역소멸 위기를 해소할 수 있는 기반이 될 수 있을까. 한 도시계획학자는 2018년 출간한 저서<지방분권이 지방을 망친다>를 통해 “지자체 간 격차가 큰 상황에서 지방분권은 자칫하면 불평등을 더욱 키울 수 있다”는 주장을 펼쳐 지방행정 및 학계에 반향을 일으켰던 바 있다. 

이 같은 주장을 한 이는 마강래 중앙대학교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다. 기자는 지난 19일 오후 2시 서울 동작구 흑석동에 위치한 서울도시정책부동산연구소에서 마강래 교수를 만나, 지역 균형발전과 지방의 생존전략에 대해 다각도로 이야기를 들어봤다. 

마 교수는 수년간 ‘지역 간 격차’와 ‘지방소멸 위기’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고 해법을 연구해 온 학자다. 2017년에는 학생들과 수년간 지역 곳곳을 답사하며 암울한 현실을 목격한 후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고민과 대안을 담은 <지방도시 살생부>라는 저서를 출간했다. 그는 이를 시작으로 총 3권의 지방 시리즈 책을 출간했다. 

마 교수는 “내가 생각했던 지방이 아니었다. 쇠퇴가 너무 진행된 상태였고, 일자리도 빨리 사라지고 있었다”며 답사 당시 느꼈던 경험을 회상했다. 그는 저서 <지방도시살생부>를 통해 “향후 2040년쯤이면 우리나라 지방자치단체 30%가 인구감소로 제 기능을 할 수 없을 것”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또한 중추 거점도시에 인구를 모으는 이른바 ‘압축 전략’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 “지역 간 격차 커, 자칫하면 빈익빈 부익부 더 심화” 

그는 현재 시점의 지방분권 논의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을 보였다. 그는 “지방분권은 주민자치와 민주적 가치 실현 차원에서 매우 중요하다. 앞으로 우리가 가야 할 방향인 것도 맞다. 하지만 지역 간의 격차가 큰 상황에서 분권은, 가난한 지자체는 ‘더 가난하게’, 부자 지자체는 ‘더 부자’로 만드는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심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마 교수의 주장에 따르면 지방분권이 실현되면 지자체들은 자율성과 독립성이 강화된다. 인구가 많고 재정이 풍부한 대도시권 지자체들은 이러한 역량을 토대로 더 좋은 도시인프라를 구축하고 복지서비스를 마련해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노력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에너지를 가진 대도시로는 자연스럽게 인구가 쏠린다.

반면 중소지방도시는 어떻게 될까. 과연 인구가 적고 재정자립도가 떨어지는 가난한 지자체는 부자 지자체와의 경쟁에서 생존할 수 있을까. 마 교수는 고개를 저었다. 물론 경쟁은 지자체들의 잠재적인 역량을 키울 수 있다. 다만 마 교수는 그 경쟁에 참여하는 플레이어 간의 기량 차이가 크다면, 공정한 경쟁이 될 수 없다는 점을 꼬집었다. 마 교수는 “현재 균형발전을 위해서 중앙정부 역할이 중요하다”며 “먼저 균형부터 맞춘 뒤에 분권을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지역 간 균형발전 전략은 어떤 관점에서 접근해야 할까. 지역 간 격차를 해소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지역마다 국토적 입지와 인구, 자원 등 각자 처한 상황이 다르다. 한정된 예산을 갖고, 저출산과 고령화 소멸 위기에 처한 지역을 단기간에 살리기는 어려운 일이다. 

◇ “수도권에 맞설 초광역 대도시권 키워야” 

마 교수는 국토의 균형을 맞추려면 수도권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초광역 대도시권’을 키우는 전략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마 교수는 “수도권집중이 너무 심해져서 집적의 불경제를 발생시키고 있다”며 “비수도권에서도 수도권만큼은 아니더라도, 집적이익을 얻고 일자리도 유치를 하는 모델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선 기존의 행정구역을 뛰어넘는 초광역적 시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우리나라의 행정구역은 17개 광역시·도, 226개 기초자치단체로 나눠진다. 그간 지자체들은 생존을 위해 인구를 뺏고 뺏기는 쟁탈전을 벌여왔다. 이는 ‘제로섬’에 기반한 악순환 구조만 심화시키고 있다는 게 마 교수의 지적이다.

마강래 교수는 국토의 균형을 맞추려면 수도권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초광역 대도시권’을 키우는 전략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진=김경희 기자

마 교수는 지방이 살아남기 위해선 지자체들 간 뭉치는 통합·네트워크 전략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마 교수는 “이를 위해선 이전보다는 넓은 단위의 공간계획이 필요하며, 작은 지자체들이 뭉치는 것을 넘어, 초광역적 연계·통합전략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경제·지리적으로 연계성이 있는 광역권이 중추 대도시권을 중심으로 뭉치는 전략이다. 예컨대, 영남권에선 부산을 중심으로 울산·경남이 뭉칠 수 있다. 이들 지역 인구를 모두 합친 규모는 800만명에 달한다.

그가 주장한 초광역적 연계전략은 최근 부상한 ‘메가시티론’과 맥을 같이 하고 있다. 메가시티는 핵심도시를 중심으로 일일 생활이 가능하도록 기능적으로 연결된 대도시권을 말한다. 서울·인천·경기 등 수도권이 이러한 메가시티에 해당된다. 

최근 지역권에서도 수도권처럼 하나의 생활권으로 묶을 수 있는 메가시티 구축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부산과 울산·경남도가 추진하고 있는 ‘동남권 메가시티’ 구축프로젝트다. 여기에 대구시와 경북도는 행정구역을 하나로 묶는 대구·경북 행정통합을 시도 중이다. 메가시티가 구축이 되면, 산업·경제혁신, 인재혁신 전략들이 다각도로 논의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초광역권 구축 전략에는 중요한 과제가 있다. 거점과 주변 지역들과의 연계와 상생 전략이다. 마 교수는 “거점만 이익을 가져가지 않고, 주변 쇠퇴지역 사업과 연결해 이익을 나눌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도시-중소도시-농어촌 지역 간의 연계 개발 사업을 발굴하거나, 지역 상생발전기금을 조성해 낙후지역에 재배분 하는 방법 등이 고려될 수 있다고 말했다. 

마 교수는 “지금은 균형발전을 위해서 지역이 뭉치고 힘을 모을 때”라며 “광역화된 시각을 가지고 상생 네트워크 체계를 구축한다면, 아직 희망은 남아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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