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 생산, 의료, 보안 등 다양한 산업분야에서 AI의 도입은 이제 필연적인 흐름이 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기업들 대다수가 아직 AI 도입을 망설이고 있는 상황이다./ 그래픽=박설민 기자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일상생활을 넘어 전 분야에서 인공지능(AI) 도입의 필요성이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특히 국방, 생산, 보안, 의료, 헬스케어 등 거의 모든 산업 분야에서 AI의 도입은 이제 필연적 흐름이라는 것이 IT업계의 관측이다. 하지만 ‘IT 강국’으로 꼽히는 우리나라 대다수 기업들은 여전히 AI 도입을 망설이고 있는 상황이다. 어째서일까.

◇ 韓기업, AI도입률 15%에도 못 미쳐… “비싼 가격, 인력 부족 원인”

실제로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이하 KISDI)에서 지난 6월 발간한 ‘주요 산업별 인공지능(AI) 도입 현황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기업들의 대다수가 AI를 도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KISDI가 여론조사기관 한국 갤럽에 의뢰해 AI의 경제적 파급효과가 크다고 판단되는 5대 산업 △제조 △교통·물류 △금융 △공공·안전 △의료 산업계 기업체 368개(종사자 수 20인 이상)를 대상으로 AI 도입 현황을 조사한 결과, 조사 대상의 약 14.7%만이 AI를 도입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산업 부문별로는 공공·안전부문과 교통·물류부문에서 각각 23.7%, 17.8%를 기록하며 그나마 평균 AI도입률보다 높게 나왔다. 하지만 AI 도입 시 가장 큰 혜택을 받을 것으로 예상됐던 의료부문의 경우 8.5%로 전체 산업 분야 중 AI 도입률이 가장 낮았다.

IT업계 관계자 및 전문가들은 이처럼 국내 기업들의 AI 도입률이 낮은 주요 원인은 ‘높은 도입 비용’과 ‘인력 부족’이라고 지적한다. 대기업 등 자금적 여유가 충분한 기업의 경우, 성과 향상을 위해 AI를 도입할 여력이 충분하지만 중견·중소기업들의 경우 AI를 도입·관리할 인력과 자금적 여유가 부족하다는 것.

IT업계 전문가들은 기업의 AI도입을 저해하는 요소로 ‘비용 문제’를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도입 비용 측면뿐만 아니라 관리 시 발생하는 비용도 중견, 중소기업에겐 큰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픽=박설민

이는 설문 조사 통계에서도 증명되는 사실이다. 실제로 앞서 언급한 KISDI 통계 자료에 따르면 AI를 도입하지 않은 기업들 중 AI 기술 도입에 장애가 되는 내부요인으로 ‘높은 도입 비용’이라고 답한 비율은 전체의 41.3%에 달했다. AI 전담 인력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도 전체 응답자 중 단 6.5%에 불과했으며, AI 도입 활성화를 위해 가장 필요한 정책으로도 ‘AI인력양성(32.1%)’가 꼽혔다.

아울러 AI를 도입한다 하더라도, 이후 발생할 수 있는 사고 및 법적 책임, 사회적 리스크 등 역시 기업들이 AI 도입을 망설이게 만드는 주된 원인으로 꼽혔다.

해당 보고서를 작성한 KISDI 김경훈 연구위원은 “AI 도입 시 우려사항으로 ‘AI 시스템이 만든 의사결정 및 행동의 법적 책임’이 31.7%(1순위 기준)로 가장 높았다”며 “다음으로 ‘AI의 잘못된 의사결정’(23.4%), ‘AI 사이버보안 취약성’(18.2%) 순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제조부문에서는 ‘AI의 잘못된 의사결정’이 24.0%로 가장 높은 비중을 나타냈다”며 “나머지 부문에서는 모두 ‘AI 시스템이 만든 의사결정 및 행동의 법적 책임’이 가장 크게 우려되는 사항으로 도출됐다”고 밝혔다.

<AI 기술 도입에 장애가 되는 내부 및 외부요인(%) /Source: Google Flourish>

◇ 기업의 AI도입, 선진국과 격차 벌어져… “인력양성 및 지원정책 등 필요”

문제는 우리나라 기업체들 역시 AI에 대한 도입의지가 크지 않다는 점이다. 

한국개발연구원 (KDI) 경제정보센터에서 1월 발표한 ‘AI(인공지능)에 대한 기업체 인식 및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까지 AI 전문인력이나 조직을 갖추지 않은 기업들 중 향후 5년 내에도 여전히 ‘AI 전문인력과 기술·솔루션 모두 도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한 기업 비율은 무려 71.5%에 달했다. ‘AI 전문인력을 채용할 것’이라고 답한 기업체도 9.8%에 불과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될 경우, 글로벌 AI시장뿐만 아니라, 산업 시장 전반에서 우리나라 기업들의 경쟁력이 크게 뒤처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우려하고 있다. 전 세계 IT 강국들에 비해 우리나라 기업들의 AI 도입률은 현저히 저조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유럽위원회가 지난해 7월 발표한 보고서 ‘European enterprise survey on the use of technologies based on artificial intelligence’에 따르면 EU기업의 약 42% 최소한 1개의 AI기술을 보유·운용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상당히 부진한 AI도입률을 보였던 의료부문의 경우 무려 47%의 EU기업들이 의료 기업에서 AI를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KDI는 “AI가 데이터 중심의 특정 업체가 아닌 중소기업을 포함해 모든 기업이 사용할 수 있는 범용 기술로 전환될 수 있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며 “그렇지 않으면 정부의 투자만 있고 기업체는 사용하지 않는 활용 가치 없는 AI 기술이 될지도 모른다”고 우려를 표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기업체들의 AI도입을 활성화하기 위한 대응책은 무엇이 있을까. 전문가들은 기업의 AI 도입과 활용 과정에 상존하는 복합적 애로사항을 해소하기 위한 종합적이고 실효성 있는 정책 수단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AI 도입을 꺼려하는 기업 환경 개선을 위해 AI 도입·활용에 필요한 자금 부담 완화와 연구개발 및 활용 사업에 대한 지원이 확대돼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사진=Gettyimagesbank

산업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기업의 AI 도입 및 활용 확대를 위한 정책과제’ 보고서에서 “AI 전문인력 부족 해결을 위한 석사 이상 전문인력 양성이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기업에 필요한 주요 AI전문 인력이 단기간 교육훈련이 아닌 다년간 고등교육을 통해서 양성할 수 있는 석사 이상 전문가라는 점에서 최근 시작된 AI 대학원 지원 사업과 같은 전문인력 양성 정책 확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아울러 AI 도입을 꺼려하는 기업 환경 개선을 위해 AI 도입·활용에 필요한 자금 부담 완화와 연구개발 및 활용 사업에 대한 지원도 확대 필요하다고 봤다. 이를 위해선 AI 수요 기업에 대한 AI 서비스 구매 바우처 지원 사업 및 AI 기술을 활용한 신제품 개발정책자금 지원 사업의 지속·확대 등이 이어져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산업연구원 측은 “기업들의 AI 도입 활성화를 위해선 AI 투자 유인 제고, 인프라 확충, 개인정보 관련 규제 개혁 등 기업의 외부환경과 제도적 기반 개선이 필요하다”며 “AI에 대한 연구개발 및 설비투자 조세지원 확대를 통해 투자 대비 수익률이 낮은 문제와 시장의 불확실성이 큰 애로사항을 해소하여 기업의 인센티브를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AI 국가전략에 포함된 공공데이터 전면 개방, 공공-민간 데이터 지도의 연계, AI 허브의 컴퓨팅 자원 지원, AI 집적단지 조성, AI 거점화 전략을 차질 없이 추진해 AI 기술 인프라 관련 애로사항을 해결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포괄적 네거티브 규제 로드맵, AI 관련 기본법제 마련 등 기존 로드맵에 기반해 개인정보보호 및 보안, 자료 사용에 관한 애로사항의 실효적 해소방안 마련도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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