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의 끝을 아십니까 ⑦ 캠핑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다. 인간 역시 이 같은 진리를 결코 벗어날 수 없다. 숨이 다한 인간은 이내 흙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우리 인간이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각종 물건들은 어떨까. 인간의 삶을 더욱 윤택하게 만들어주는 물건들이지만, 우리는 그 끝에 대해선 잘 알지 못한다. 아주 잠깐, 너무나 쉽게 사용한 물건들 중 상당수가 인간보다 더 오래 지구에 머문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이들은 많지 않다. 인간의 일상을 채우고 있는 무수히 많은 물건들, 그것들의 끝을 따라가 본다. [편집자주]

자연을 즐기는 캠핑도 환경오염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그래픽=권정두 기자
자연을 즐기는 캠핑도 환경오염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그래픽=권정두 기자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가을, 캠핑의 계절이 돌아왔다. 덥지도 춥지도 않은 온도, 푸른 하늘과 살랑이는 바람이 자연스레 캠핑을 떠올리게 한다. 집을 떠나 호텔이나 리조트, 펜션이 아닌 자연 속에 텐트를 치고 보내는 시간은 힐링 그 자체다.

우리나라는 최근 수년간 캠핑을 즐기는 사람들이 부쩍 많이 늘었다. 특히 코로나19로 해외여행이 어려워지고 방역이 중요해지면서 캠핑이 대안으로 떠올랐고, 그 열기가 계속되고 있다. 이와 함께 캠핑장이 늘어나는 한편 시설들도 좋아지고, 캠핑 관련 시장이 크게 성장하는 등의 변화도 포착된다.

이 같은 캠핑의 가장 기본적인 묘미는 자연 속에서 보내는 시간이다. 캠핑은 대부분 도심을 벗어나 산이나 계곡, 바다 등 자연 속에서 이뤄지며, 빡빡한 일상에서 벗어나 자연을 즐기는데서 출발한다. 빽빽한 아파트 단지 속에서의 캠핑, 꽉 막힌 도로 옆에서의 캠핑은 상상하기 어렵다.

이처럼 자연이 없는 캠핑은 존재하기 어렵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우리의 캠핑은 자연에 씁쓸한 발자국을 남기고 있다.

캠핑을 위해 가장 기본적인 장비라 할 수 있는 텐트부터 그렇다. 종류와 소재가 다양한 텐트는 대체로 재활용이 어렵다. 각 부분 별로 다른 소재가 적용되는데다, 기본적으로 합성섬유가 많이 쓰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텐트는 대부분 따로 분리수거가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일반쓰레기 또는 대형폐기물로 버려진다. 이후 소각 또는 매립되는데, 이때 상당한 환경오염을 일으킬 수밖에 없다. 이는 캠핑의자 등 다른 여러 캠핑 장비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텐트 등이 일회용품인 것은 아니다. 하지만 자연을 즐기기 위해 사용하는 캠핑 장비들이 최종적으로 버려지면서 필연적으로 자연에 좋지 않은 영향을 남기게 된다는 점은 간과해선 안 될 사실이다. 또한 캠핑 용품 시장은 다른 시장에 비해 친환경을 위한 노력이 부족한 것도 분명한 현실이다.

캠핑하면 빼놓을 수 없는 ‘불멍’, 즉 모닥불 피우기도 환경적인 측면에선 그리 좋은 행동은 아니다. 나무를 태울 때 이산화탄소 등의 온실가스 발생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나무를 태울 때 발생하는 온실가스는 석탄이나 석유 등을 사용할 때 발생하는 것과 차원이 다른 측면이 존재한다. 석탄이나 석유의 경우 땅 속에 있던 것을 꺼내 연료로 사용한다는 점에서 환경오염 문제가 더 심각하다. 

이에 비해 나무는 광합성 과정에서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며 산소를 배출한다. 나무를 태울 때에는 이때 흡수했던 이산화탄소가 배출되는 것으로, 석탄이나 석유에 비해 환경오염 문제의 심각성이 비교적 덜하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불멍’이 친환경적인 행위인 것 또한 결코 아니다. 이미 일상생활에서 탄소발자국을 남기는 것이 불가피한 현실을 고려하면, 나무를 태우는 것 또한 가급적 자제하는 게 환경적으로 바람직하다. 

30개 사이트가 꽉 찬 캠핑장에서 모든 팀이 각각 10kg씩만 나무를 태워도 300kg이다. 전국적으로 확대하면, 하루 수십 톤 단위의 나무가 ‘불멍’을 위해 캠핑장에서 태워지는 셈이다. 꼭 필요한 연료로서가 아니라, 그저 감성과 낭만을 위해서 말이다.

뿐만 아니다. 캠핑을 하면서 편의상 여러 일회용품을 사용하는 경우도 많다. 물론 오늘날 우리 인간은 존재 자체로 탄소를 발생시키는 현실을 피할 수 없으며, 그렇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는 없다. 다만, 자연을 즐기기 위한 캠핑이 궁극적으로 자연을 해치는 일이 될 수 있다는 문제의식을 마냥 외면해서도 안 될 것이다. 캠핑이 주는 힐링의 시간이 소중한 만큼, 보다 친환경적인 캠핑 문화를 조성 및 발전시켜 나가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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