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다. 인간 역시 이 같은 진리를 결코 벗어날 수 없다. 숨이 다한 인간은 이내 흙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우리 인간이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각종 물건들은 어떨까. 인간의 삶을 더욱 윤택하게 만들어주는 물건들이지만, 우리는 그 끝에 대해선 잘 알지 못한다. 아주 잠깐, 너무나 쉽게 사용한 물건들 중 상당수가 인간보다 더 오래 지구에 머문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이들은 많지 않다. 인간의 일상을 채우고 있는 무수히 많은 물건들, 그것들의 끝을 따라가 본다. [편집자주]

간편하게 시력을 향상시켜주는 콘택트렌즈는 적절한 폐기 방법이 널리 알려져 있지 않다. / 이미지=게티이미지뱅크, 그래픽=권정두 기자
간편하게 시력을 향상시켜주는 콘택트렌즈는 적절한 폐기 방법이 널리 알려져 있지 않다. / 이미지=게티이미지뱅크, 그래픽=권정두 기자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안경은 인류 역사상 위대한 발명 중 하나로 손꼽힌다. 인간에게 있어 더할 나위 없이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시력’을 향상시켜주는 도구이기 때문이다. 특히 안경의 존재는 인류 발전의 보이지 않는 조력자 역할을 했다. 수많은 학자와 기술자들에게 안경이 없었다면 인류발전은 훨씬 더뎠을 것이다.

오랜 세월 인류와 함께해 온 안경은 패션 아이템으로도 자리매김했지만, 한편으론 귀와 코에 걸치는 형태에 따른 필연적인 불편함도 지니고 있었다. 그런데 이러한 불편함 없이 시력 교정 효과를 볼 수 있는 또 하나의 획기적인 도구가 있다. 바로 ‘콘택트렌즈’다.

◇ 콘택트렌즈, 폐기 방법은 ‘깜깜이’

안구에 직접 착용하는 콘택트렌즈는 그 역사가 짧은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그렇지 않다. 16세기 레오나르도 다빈치에 의해 개념이 정립되기 시작했고, 1888년 스위스에서 최초의 콘택트렌즈가 개발 및 출시됐다. 하지만 유리로 만들어진 초기의 콘택트렌즈는 효용성이 떨어지다 보니 안경에 밀릴 수밖에 없었다. 존재감을 발휘하기 시작한 것은 20세기 들어 플라스틱 소재로 만들어지면서부터다. 기술력이 급격히 발전한 현대 들어서는 콘택트렌즈가 더욱 각광받고 있다.

콘택트렌즈는 크게 하드렌즈와 소프트렌즈로 나뉜다. 둘의 가장 큰 차이점 중 하나는 사용기간인데, 하드렌즈는 수년간 사용할 수 있는 반면 여러 종류가 존재하는 소프트렌즈는 최대 수개월까지만 사용 가능하다. 상대적으로 보급률이 더 높은 것은 구매 및 착용이 더 간편한 소프트렌즈이며, 특히 하루만 사용하는 일회용 콘택트렌즈도 널리 쓰이고 있다.

한편으론 눈동자를 커보이게 하거나 색깔 또는 모양을 넣은 패션용 콘택트렌즈 시장도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소프트렌즈 형태인 패션용 렌즈는 마찬가지로 사용 가능 기간이 짧고, 일회용도 많이 쓰인다.

문제는 시력 교정용 또는 패션용으로 간편하게 콘택트렌즈를 사용하고 난 이후다. 정확한 폐기 방법이 널리 알려지지 않은데다, 크기가 작고 두께 또한 얇다보니 세면대나 변기 등에 버려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미국 애리조나주립대학 환경보건공학센터 롤프 할덴 연구팀이 2018년 미국화학학회 학술회의를 통해 발표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콘택트렌즈 사용자 400여명 중 15~20%가 사용 후 변기나 하수구에 버린다고 답했다. 힐덴 연구팀은 이러한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미국에서 하수처리시설로 흘러드는 일회용 콘택트렌즈가 한 해 22톤에 달한다고 밝혔다.

그런데 콘택트렌즈는 기본적으로 플라스틱 소재로 만들어진다. 사용기간이 짧은 소프트렌즈의 소재 역시 플라스틱에 해당하는 하이드로겔과 실리콘 하이드로겔이다. 따라서 세면대나 변기 등에 버려진 콘택트렌즈는 미세플라스틱이 돼 환경 뿐 아니라 인간을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특히 콘택트렌즈는 하수처리 과정에서 생분해되지 않을 뿐 아니라 필터를 통해 걸러지는 것도 쉽지 않다.

실제 할덴 연구팀 조사 및 실험 결과 하수 침전물에선 콘택트렌즈와 및 그 파편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또한 콘택트렌즈는 오랜 시간 미생물에 노출돼도 분해되지 않았으며, 표면의 결합만 약화됐다. 이에 대해 할덴 연구팀은 “렌즈 플라스틱이 구조적 강도를 일부 잃으면 물리적으로 분해된다. 이것은 더 작은 플라스틱 입자로 이어져 궁극적으로 미세플라스틱을 만들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콘택트렌즈의 정확한 폐기 방법은 정부나 판매처 등을 통해 공식적으로 정립 및 안내되고 있는 것이 없다. 안전한 사용방법은 제품에 표시돼있고,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별도로 자료를 배포해 안내하기도 했지만, 폐기 방법은 뒷전으로 밀려나 있다. 제조사 차원에서 폐렌즈 수거 캠페인이 시행되기도 했으나 일회성에 그쳤다.

그렇다면, 다 쓴 콘택트렌즈는 어떻게 버려야 할까. 현재로선 콘택트렌즈를 일반쓰레기로 배출하는 것이 가장 적절한 방법이다. 소재와 크기 등의 특성상 플라스틱으로 분리배출해도 재활용이 어렵기 때문이다.

너무나도 간편하게 시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콘택트렌즈. 이제는 그 편리함만 누릴 것이 아니라 별도의 수거를 통한 처리 등 최선의 폐기 방법도 마련해야 하지 않을까.

 

근거자료 및 출처
Don't throw those contact lenses down the drain
2018. 8. 19. 미국 애리조나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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