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비닐봉투 사용 금지를 골자로 하는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안 시행이 한 달을 채 남기지 않은 가운데 적극적인 홍보가 이루어지지 않아 소비자와 업계에 혼란이 야기될 전망이다./ 게티이미지뱅크
편의점 비닐봉투 사용 금지를 골자로 하는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안 시행이 한 달을 채 남기지 않은 가운데 적극적인 홍보가 이루어지지 않아 소비자와 업계에 혼란이 야기될 전망이다./ 게티이미지뱅크

시사위크=연미선 기자  “오늘 처음 알았어요, 한 달 뒤에 편의점 비닐봉투 사용이 금지된다는 사실을. 올바른 방향의 정책이지만, 사람들 사이에 불필요한 마찰이 일어나는 요인이 될 수도 있어 보이네요. 정책 홍보에 노력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A씨(50대·남)는 편의점을 꽤 이용하는 편이다. 퇴근하고 맥주 한 잔 하고 싶을 때나 저녁에 축구경기를 볼 때 집 앞 편의점에 나가서 맥주와 주전부리들을 사오곤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한 달 뒤부터 편의점 비닐봉투 사용이 금지된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

지금까지 환경부담금 50원을 내면 구매할 수 있었던 비닐봉투는 내달 24일부로 새롭게 적용되는 일회용품 규제에 따라 사용이 금지된다. 편의점 등 종합소매업체와 제과점 등은 이날부터 일회용 봉투 대신 △종이봉투 △다회용 봉투 △종량제봉투 등을 판매할 수 있다.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이 외에도 △종이컵, 일회용 플라스틱 빨대 금지 △우산 비닐 금지 △일회용 플라스틱 응원 용품 금지 등을 골자로 한다. 지난해 환경부 주재로 개정‧공포돼 내달 말 시행을 앞두고 있다. 새롭게 적용되는 일회용품 규제를 위반할 경우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하지만 시행을 한 달 앞두고도 해당 규제에 대해 소비자들은 대부분 모르는 눈치였다.

이에 업계를 비롯한 환경부 측에서는 계도기간이 필요하다는 말도 나온다. 일정기간 동안은 과태료를 받지 않고 제도가 잘 안착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비판적인 시각도 있다. 개정안 공포 후 1년이 가까워지는데 그동안 준비를 했어야 했다는 지적이다.

소비자 대다수, “일회용품 규제 정책 들어본 적 없어”

“사실 이런 정책에서 비롯되는 (일부 소비자들의) 불만은 정부에게 향하는 것이 아니라 일차적으로 관련 업종에서 종사하고 있는 노동자에게로 향합니다. 저도 아르바이트를 하는 동안 봉투값 때문에 뭐라고 하는 사람들을 정말 많이 만났거든요.”

다양한 아르바이트 경험이 있는 B씨(20대·여)는 일회용품 규제 정책 홍보가 전혀 되고 있지 않다는 점을 지적했다. 기자가 만난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해당 정책에 대해서 모르고 있었지만, 시행 후 편의점 비닐봉투 사용이 금지됐다는 안내를 받아도 수긍하고 넘어갔을 것 같다’는 반응이 많았다. 하지만 동시에 적절한 홍보 없이 정책이 바로 시행될 경우 ‘편의점 직원에게 불만 표출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제기했다.

편의점 아르바이트 경험이 있는 C씨는(20대·남) “50원을 내고 비닐봉투를 구매할 때에도 ‘언제부터 그랬냐’, ‘공짜로 달라’, ‘왜 비싸졌냐’고 묻는 사람들이 수두룩했다”며 “정책 시행 전에 적절한 홍보와 계도기간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일회용 비닐봉투를 대체할 봉투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된다. 한 소비자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편의점을 꼭 집 앞에서만 가지는 않는다. 다른 지역에서 편의점을 방문할 경우 만약 ‘종량제 봉투’에 구매한 물건을 담게 된다면, 일종의 낭비가 될 수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일회용 비닐봉투를 대체할 종량제 봉투는 소비자들이 가정 내 일반쓰레기를 배출할 때 재활용할 수 있다. 하지만 종량제 봉투에는 사용할 수 있는 지역이 정해져 있어 거주지역 외에서 봉투를 구매할 경우 쓰임새에 한계가 있다.

◇ 편의점 업계 “적극적 홍보 필요해”

편의점 업계는 계도기간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정책을 알리는 데 있다는 분위기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아무래도 초기에는 혼란이 많이 있을 것 같다. 편의점을 방문하시는 분들은 계획하고 오시는 게 아니기 때문에 잘 알려질 수 있도록 홍보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업계에서도 일회용 비닐봉투를 대체할 종이봉투나 다회용 봉투를 마련하고 있긴 하다. 좋은 취지로 진행하는 정책인 만큼 (규제가 시행되면) 계산대에 안내 멘트를 붙이는 등 적극적으로 협조할 계획”이라며 “다만 아직 관련 정책에 대해서 잘 모르시는 소비자 분들이 많다. (규제가 잘 안착되기 위해서)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한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환경부가 계도기간 검토에 나선 가운데 비판이 쉽게 사그라들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일회용품 정책이 또 후퇴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5월 환경부는 6월에 시행이 예정돼있던 일회용컵 보증금제 시행을 12월로 6개월이나 늦췄다. 또한 지난 1월에는 식품접객업 일회용품 사용을 일시적으로 허용했다가 4월 들어 다시 금지했다. 해당 규제에 대한 과태료 부과도 유예됐다. 환경부는 이에 대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결정이었다고 설명했다.

일회용 비닐봉투는 자연 상태에서의 분해가 어렵기 때문에 일회용품 사용 규제가 ‘꼭 필요한 정책’이라는 시각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적극적 홍보가 되고 있지 않다는 점 △준비 기간이 1년이나 있었음에도 제도 시행을 코앞에 둘 때까지 손을 놓고 있었다는 점에서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근거자료 및 출처
(참고) 1회용컵 보증금제 시행 관련 환경부 입장
2022.05.20 환경부
식품접객업 매장 내 1회용품 사용규제 전부 알려드릴게요!
2022.04.14 환경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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