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다. 인간 역시 이 같은 진리를 결코 벗어날 수 없다. 숨이 다한 인간은 이내 흙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우리 인간이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각종 물건들은 어떨까. 인간의 삶을 더욱 윤택하게 만들어주는 물건들이지만, 우리는 그 끝에 대해선 잘 알지 못한다. 아주 잠깐, 너무나 쉽게 사용한 물건들 중 상당수가 인간보다 더 오래 지구에 머문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이들은 많지 않다. 인간의 일상을 채우고 있는 무수히 많은 물건들, 그것들의 끝을 따라가 본다. [편집자주]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한때 ‘부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골프는 최근 대중화 흐름이 뚜렷하게 확인된다. 지난해 국내 골프인구는 515만명으로 추산되며, 이는 2017년 387만명 대비 33% 증가한 수치다. 특히 젊은 층을 중심으로 골프 인구가 늘어나는 추세도 분명하게 나타나고 있다. 방송이나 유튜브 등에서 골프를 다루는 콘텐츠가 늘어나고, 또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점도 골프 대중화의 방증이다.

이 같은 골프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는 자연과 함께 즐기는 스포츠라는 점이다. 골프장은 모두 잔디와 나무로 이뤄져있고, 산이나 바다 등 수려한 풍경을 자랑하는 곳도 많다. 물론 도심 속 골프연습장이나 실내 골프연습장, 스크린골프 등도 있지만, ‘진짜 골프’는 자연에서 이뤄진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골프는 자연 훼손하고, 환경을 파괴하는 스포츠로 꼽힌다.

우선 골프장을 건설하는 과정에서부터 자연 훼손 및 환경 파괴가 불가피하다. 자연적으로 조성된 들판에서 골프를 친다면 크게 문제될 것이 없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특히 산지를 깎아 골프장을 건설하는 경우가 많은 우리나라에서는 이 문제가 더욱 크다. 또한 골프장을 운영하는 과정에서도 잔디관리를 위해 많은 농약을 사용하는 등 환경 문제가 잇따른다.

각종 골프 용품들이 초래하는 쓰레기 문제 또한 결코 가볍지 않다. 먼저, 골프채는 각 부분별로 다른 소재들이 쓰이다보니 분리배출시 해체를 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이에 골프채는 통상 재활용 분리배출이 아닌 폐기물로 배출되고 있는 실정이다. 

골프공은 문제가 더 심각하다. 골프공은 폴리부타디엔, 설린, 우레탄 등 여러 소재가 복합적으로 사용되며 표면 역시 다양한 소재로 코팅되곤 한다. 기능 향상을 위한 신소재 개발 및 적용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무엇보다 각 소재들이 겹겹이 구조를 이루고 있어 분리배출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골프공은 별도의 재활용 불기배출 없이 종량제봉투에 담아 배출하도록 돼있으며, 이후 소각 또는 매립돼 커다란 환경 문제를 남기게 된다.

뿐만 아니다. 골프장에서는 골프공을 잃어버리는 일이 흔하게 벌어지는데, 이때 골프공이 주변 야산이나 바다로 향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실제 지난해 6월 SBS가 수중취재팀을 통해 강릉의 한 앞바다를 확인한 결과 5분 사이에 80개를 수거할 수 있었을 정도로 많은 골프공이 있었다. 인근에 운영 중인 골프장의 해저드(연못)에 빠진 공이 배수로를 통해 유출된 것으로 추정됐다. 2020년 10월엔 제주에서 발견된 200m 길이의 수중동굴에서 역시 골프공이 발견되기도 했다.

이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이야기도 아니다. 영국의 일간지 데일리 메일은 2019년 1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수중 정화 활동을 통해 2년간 5만개가 넘는 골프공을 수거한 10대 소녀의 이야기를 전한 바 있다. 

이렇게 야산이나 바다에 마구 버려진 골프공은 오랜 세월 썩지 않고 미세플라스틱으로 쪼개져 생태계를 위협한다. 인간 역시 여기서 자유로울 수 없다. 여러 단계의 먹이사슬을 거쳐 인간을 위협하는 것이 얼마든지 가능하기 때문이다.

골프는 품위 있는 스포츠의 대표주자로 꼽힌다. 하지만 환경문제에 있어서만큼은 품위를 찾아보기 어렵다. 골프채를 활용한 업사이클링이나 친환경 소재로 만든 골프공 등 움직임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아직 걸음마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골프가 지니고 있는 심각한 환경문제에 대한 고민, 이제는 시작해야 할 때다.

 

근거자료 및 출처
분리배출 재활용 가이드라인
2018. 7. 3. 환경부
[단독] 부대 앞 강릉바다 골프공 ‘수두룩’… 공군 뒤늦게 “회수망 설치”
2021. 6. 22. SBS
제주 외돌개 앞바다서 200m 길이 수중동굴 발견…골프공 나와
2020. 10. 15. 연합뉴스
New plastics peril: Teenage diver and her father spend TWO YEARS hauling more than 50,000 golf balls out of ocean off California to stop them poisoning sea creatures
2019. 1. 18. 영국 데일리 메일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