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이 위기’다. 최근 부쩍 더 많이 들려오는 얘기다. 청년 인구의 수도권 이탈, 고령화 현상이 가속화 되면서 ‘지방 소멸위기론’까지 부상하고 있다. 실제로 노인만 남은 마을은 소멸 위기를 현실로 마주하고 있다. 마을, 나아가 지역의 붕괴는 지방자치 안정성을 흔들고, 나라의 근간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는 일이다. 엄중한 위기의식을 갖고 적합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미래를 담보하기 어렵다. <시사위크>에선 이 같은 시각 아래 현 위기 상황을 진단해보고 과제를 발굴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충남 공주시 제민천변 일대 중학동 등 원도심 마을을 중심으로 마을사업과 청년공동체 활성화 실험이 시도되면서 마을의 새로운 기류가 형성됐다. / 공주=이미정 기자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충남 공주는 ‘교육의 도시’로 명성이 높던 곳이다. 충청권의 첫 근대학교가 설립된 지역인 공주는 다수의 명망 있는 교육기관이 자리잡고 있다. 이에 타지에서 유학 오는 학생들도 상당했고 한때 공주 원도심 일대엔 ‘하숙문화’가 발달할 정도로 북적였다. 하지만 공주 역시 시대변화와 인구감소 풍파를 비껴가지 못했다. 인구가 줄면서 원도심 일대는 활기를 잃어갔다. 

그런데 2010년대 중반부터 새로운 기류가 감지됐다. 제민천변 일대 원도심 마을을 중심으로 다양한 도시재생사업이 시작되면서 변화가 일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청년들이 원도심 일대를 기반으로 다양한 마을사업과 청년공동체 활성화 실험에 나서면서 이전에 없던 활기가 생겨났다. 청년마을 프로젝트를 통해 지역에 정착하는 청년들도 등장했다. 

◇ 공주 제민천 원도심 일대에 모여든 청년

“이전까지는 공주에 단 한 번도 방문해 본 적이 없었죠.” 대구 출신인 박진서(28) 씨는 지난해 4월 충남 공주시에 처음 방문했다. 우연히 소셜네트워크시스템(SNS)를 통해 공주 청년마을 ‘자유도’의 3주 지역살이 프로그램을 접하고 참가하게 된 것이 계기가 됐다. 

박진서 씨가 참가한 프로그램은 ‘소도시 모험로그’로 문화예술, 지역혁신, 도시재생, 로컬비즈니스 등 다양한 삶이 공존하는 ‘공주 원도심’ 제민천 일대 마을에서 진짜 나를 찾는 로컬 라이프 탐색 프로젝트였다.

공주 청년마을 프로그램인 ‘소도시 모험로그’는 문화예술, 지역혁신, 도시재생, 로컬비즈니스 등 다양한 삶이 공존하는 ‘공주 원도심’ 제민천 일대 마을에서 진짜 나를 찾는 로컬 라이프 탐색 프로젝트다. / 자유도 
공주 청년마을 프로그램인 ‘소도시 모험로그’는 문화예술, 지역혁신, 도시재생, 로컬비즈니스 등 다양한 삶이 공존하는 ‘공주 원도심’ 제민천 일대 마을에서 진짜 나를 찾는 로컬 라이프 탐색 프로젝트다. / 자유도 

프로그램이 끝난 후 본가로 돌아갔던 박진서 씨는 지난해 5월 공주를 다시 찾았다. 청년마을 ’자유도’ 운영을 맡고 있는 청년기업인 퍼즐랩 측으로부터 “함께 일해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았기 때문이다. 관광학 전공자인 박진서 씨는 프로젝트에 참가하면서 로컬 관광에 대한 관심이 더욱 깊어졌고 제안을 흔쾌히 수락했다. 현재 그는 지역에 정착해 퍼즐랩 직원으로서 마을호텔과 다양한 청년 공동체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박진서 씨 외에도 청년마을 프로그램을 거쳐 정착한 이들은 또 있다. 박진서 씨는 “저는 소도시모험로그 2기 참가자는데, 당시 함께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청년 중엔 2명이 더 정착을 했다”며 “한 분은 창업으로, 또 다른 한 분은 저처럼 퍼즐랩에 왔다가 또 창업을 해서 지역에 정착했다”고 전했다. 

공주시 청년마을 ‘자유도’는 청년기업인 퍼즐랩이 운영하고 있는 청년마을 사업이다. 자유도는 행정안전부의 지난해 ‘청년마을 만들기’ 공모사업에 선정되면서 출범했다. 청년마을 사업은 지역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는 청년들에게 활동공간과 주거기반을 마련하고 지역살이 체험, 지역 자원 발굴, 청년창업 등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 모든 것이 이뤄지는 마을… 공주 청년마을 자유도·마을호텔 로컬 실험 

공주시 청년마을 ‘자유도’는 참여 청년들이 자유로운 선택의 과정을 통해 마을 커뮤니티 내에서 자유롭게 상상하고 실험할 수 있도록 다채로운 프로젝트를 지원한다. 주요 프로그램으론 △하루 동안 공주를 돌아보는 마을생활 설명회 ‘타운 오프닝 데이’ △마을에서 머물며 자신의 일을 하는 워크스테이 ‘로그인 공주’ △지역살이를 체험하는 ‘소도시 모험로그’ △ 지역 생활기술 역량 강화 프로그램 ‘짓다캠프’ △청년리빙랩 프로그램 ‘로컬 디자인 프로젝트’ 등이 있었다. 

공주 자유도에선 가볍게 머물며 자신의 일을 하는 워크스테이 ‘로그인 공주’ 프로그램이 운영됐다. 공주 원도심에서 개인 일을 해도 좋고, 마을 주민들과 함께 협업 프로젝트를 해도 좋고,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눠도 되는 개인의 자유도에 맞게 자유롭게 움직이는 프로그램이다. / 자유도
공주 자유도에선 가볍게 머물며 자신의 일을 하는 워크스테이 ‘로그인 공주’ 프로그램이 운영됐다. 공주 원도심에서 개인 일을 해도 좋고, 마을 주민들과 함께 협업 프로젝트를 해도 좋고,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눠도 되는 개인의 자유도에 맞게 자유롭게 움직이는 프로그램이다. / 자유도

청년들이 새로운 가치를 찾는 공간(공유숙소·공유오피스·교육관·팝업공간) 등도 지역 내 자원을 활용돼 마련됐다. 자유도 공유숙소 ‘버드나무빌’은 사대부고 학생들이 하숙을 했던 숙소를 리모델링해 만들어졌다고 한다.

이 같은 청년마을 프로그램엔 지난해 742명이 참여했다. 이들 중 일부는 다양한 형태로 지역 정착했다고 한다. 퍼즐랩이 집계한 프로그램 참가자의 지역정착 현황을 살펴보면 △취업 6명(청년마을 주관단체 및 지역기업 취업) △창업·창직 3명 △커뮤니티 4명(신규 소모임 형성) △프로젝트 16명(지역 자원을 활용한 신규 프로젝트) △관계인구 40명(지역 기업 및 프로젝트 협업 관계 실무 △기타 1명(지역 예술인 등록) 등으로 나타났다. 

2022년 청년마을(12월 23일 기준) 프로그램의 참여자는 435명(외지인 비율 70%)으로 나타났다. 전년보다 참여자수가 감소한 것은 이태원 참사로 인해 페스타를 진행하지 못한 영향이 컸다고 한다. 올해 현황은 최종 집계가 되지 않았으나 현재까지 현재 지역 취업·창업자 4명으로 나타났다. 이 외에 유휴공간을 활용한 추가 공간과 지역 내 외부 협력기간, 이주 및 관계인구수가 증가하는 양상이 나타났다고 퍼즐랩 측은 설명했다.

◇ 유동 인구 늘고 지역경제 활기… “늦게까지 문 여는 가게 생겨” 

이처럼 청년들이 모여 다양한 프로젝트가 시행되고 공동체가 조성되면서 지역의 분위기도 바뀌기 시작했다. 지난 8일 기자는 공주 하숙마을에 인근에서 ‘로컬이 미래다’라는 주제로 열린 ‘청년마을 성과공유제’ 현장을 방문했다가 공주 원도심 일대를 둘러볼 수 있었다. 

“사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저녁 7시쯤이면 가게의 불이 꺼져 있었다. 그런데 최근 몇 년간 제민천 일대를 중심으로 도시재생사업이 진행되고 동네책방, 카페, 게스트하우스 등이 들어서면서 마을의 분위기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밤늦게까지 영업을 하는 가게들도 생겨났다. 원래 인근 대학교 학생들은 제민천 인근을 스쳐 지나가기만 했는데 이제는 그 학생들이 이 동네에서 걸어 다니기 시작했다.”

이날 ‘청년마을 성과공유회’ 일환으로 시행된 마을 역사투어를 진행한 서동민 가가책방 대표는 마을 일대 변화를 이렇게 소개했다.

지난 8일 충남 공주에서 열린 ‘청년마을 성과공유회’ 마을 역사투어 프로그램에서 서동민 가가책방 대표가 마을 곳곳의 역사와 지역 변화를 소개했다. / 이미정 기자
지난 8일 충남 공주에서 열린 ‘청년마을 성과공유회’ 마을 역사투어 프로그램에서 서동민 가가책방 대표가 마을 곳곳의 역사와 지역 변화를 소개했다. / 이미정 기자

중학동 일대 지역은 제민천 하천을 중심으로 2층짜리 오래된 건물들이 자리잡고 있는 마을이다. 수십 년을 자랑하는 역사를 자랑하는 건물이 대부분이었다. 마을 곳곳의 공간과 건물에는 오래된 역사만큼이나 다양한 이야기들이 존재했다. 역사적 가치가 높은 오래된 건물, 독특한 건축양식이 돋보이는 주택 건물, 정감어린 그림이 그려진 담벼락 등. 마을은 안온한 분위기는 자아냈다.

오래된 건물을 재탄생시킨 곳도 눈에 띄었다. 게스트하우스로 리모델링된 한옥, 아기자기한 상점과 동네 책방, 공방가게, 카페 등이 시선을 끌었다. 서동민 대표도 2019년 서울 생활을 접고 내려와 이 마을 일대 오래된 건물 안에 작은 책방을 열었다. 이날 철제문을 열고 들어간 두 평 남짓 책방 공간엔 책과 방문객들이 남긴 포스트잇이 가득했다. 공간 중앙엔 큰 탁자가 자리잡고 있었다. 

서 대표는 이곳을 무인 책방으로 운영하고 있다. 방문객이 없을 때는 문을 자물쇠로 잠가 놓는다고 한다. 서 대표는 이용 방법에 대해 “책방 입구에 적힌 전화번호로 연락을 하면 이용 방법을 안내해드린다. 방문객들은 이 공간에서 머물고 싶다면 자유롭게 활용하면 된다”고 전했다.

공주 제민천 인근 마을에 오래된 건물 사이로 신축 건물도 눈에 띄었다. / 이미정 기자 
공주 제민천 인근 마을에 오래된 건물 사이로 신축 건물도 눈에 띄었다. / 이미정 기자 

마을 내엔 신축 한옥건물도 간혹 눈에 띄었다. 신축 한옥집에 자리 잡고 있는 ‘곡물집’은 토종 곡물에 매력을 느껴 공주에 정착한 청년 사업가가 문을 연 카페다. 이 가게는 각종 토종 곡물을 활용한 다양한 음료와 제품을 팔고 있다. 곡물경험 브랜드를 표방하며 다양한 토종 곡물에 담긴 이야기도 전달하고 있다고 한다. 

마을 곳곳엔 마을 행사나 소모임, 공연 등을 알리는 포스터도 다수 붙어있었다. 자유도의 청년마을 프로그램 뿐만 아니라 음악회 등 다양한 행사가 안내돼 있었다. 활발한 문화행사와 커뮤니티 활동이 최근까지도 지역 내에서 일어나고 있음을 짐작케 했다. 

이날 마을투어 행사를 함께 한 20대 청년 김하영 씨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다시 한 번 방문해보고 싶다”는 소감을 전했다. 김하영 씨는 청년마을 사업에 호기심을 품고 이날 서울에서 공주로 홀로 내려왔다고 한다. 마을 돌면서 느낀 인상을 묻자 “뭔가 편안했다”며 “예쁜 곳도 많았고 가보고 곳도 많아 매력적이라고 느꼈다. 나중에 꼭 한 번 다시 와야지 생각했다”고 말했다. 

◇ 마을 전체가 호텔이 되다… ‘로컬 실험’의 경제적 효과

이렇게 마을의 변화엔 지역에 애정이 깊은 로컬크레이터의 역할이 컸다. 퍼즐랩을 이끄는 권오상 대표도 그 중 하나다. 그는 2018년 공주 봉황동 일대 오래된 한옥을 보고 반해 다니던 공기업에 사표를 내고 공주에 내려왔다. 오래된 한옥을 개조해 게스트하우스를 연 뒤 지역에 정착한 권 대표는 숙박공간을 중심으로 다양한 지역 자원 공간과 연계해 마을호텔(마을스테이) 사업을 시작한 뒤 청년마을 사업으로 영역을 확장했다.

권오상 대표는 8일 열린 성과공유회에서 퍼즐랩을 마을경험설계 회사로 정의했다. 권 대표는 “마을 소상공들과 함께 하는 마을호텔 브랜드인 ‘마을스테이’ 사업을 하고 있다. 마을 내에 존재하는 숙박·식사·카페·갤러리 등 개별공간이 하나의 테마파크 내에 있는 시설들처럼 일관적인 시스템을 갖고 맞이하는 통합적인 체류경험을 제공하고자 한다”고 소개했다. 

그렇다면 청년기업 퍼즐랩의 3년간 마을스테이 사업 운영은 지역에 어떤 영향 미쳤을까. 그는 결과를 크게 네 가지로 설명했다. 우선 운영 공간의 경우, 2018년 1곳에서 2020년 기준 8개로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고용의 경우, 퍼즐랩 및 협력파트너사 신규 고용을 포함 시 35명이 일자리를 얻었다고 전했다. 

마을스테이 사업에 따른 방문자수는 △연간 숙박객 3,000명 이상 △장기 체류프로그램 600명으로 집계됐다. 매출의 경우, 2020년 매출이 1억8,000만원에 그쳤으나 2021년엔 7억900만원으로 1년 만에 크게 늘었다. 같은 기간 지역 매출은 6억600만원에서 23억8,900만원으로 산출했다. 청년기업들의 마을사업들이 체류 인구 유입, 지역 경제 활성화에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는 얘기다. 

권 대표는 “스몰데이터로 산출하니, 우리가 100원 번다면 지역은 300원을 번다는 계산이 나왔다”며 마을사업의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를 전했다.

행정안전부가 주관하는 ‘청년마을’는 올해로 5년째를 맞았다. 2018년 목포 ‘괜찮아마을’을 시작으로 2019년 서천 ‘삶기술학교’, 2020년 문경 ‘달빛탐사대’의 시범기간을 거쳐 지난해부터 전국으로 확대돼 추진되고 있다. 올해까지 모두 27개의 청년마을 사업이 전국 곳곳에 시행됐다. 

권오상 퍼즐랩 겸 자유도 대표는 “마을 소상공들과 함께 하는 마을호텔 브랜드인 ‘마을스테이’ 사업을 하고 있다”며 3년간의 사업 성과를 소개했다. / 이미정 기자
권오상 퍼즐랩 겸 자유도 대표는 “마을 소상공들과 함께 하는 마을호텔 브랜드인 ‘마을스테이’ 사업을 하고 있다”며 3년간의 사업 성과를 소개했다. / 이미정 기자

최근 성과공유회 현장에선 공주 외에도 전국 곳곳의 청년마을 사례를 다수 접해 볼 수 있었다. 각 지역 자원과 특색을 살린 다양한 프로그램과 각 활동가들의 지역에 대한 애정, 각자의 운영성과도 경험 가능했다. 

이 중 1호 청년마을인 ‘괜찮아마을’의 사례가 눈길을 끌었다. ‘괜찮아마을’은 나다운 삶을 살 수 있는 청년들의 고향을 지향하는 마을이다. ‘괜찮아마을’ 운영자인 홍동우 대표는 “21세기 청년들에겐 고향이 없다”며 “(대부분의) 21세기 청년들은 아파트에서 태어나 여러 번 이사를 거친다. 부모님 세대처럼 돌아갈 고향이 존재하지 않는다. (지친) 청년들에게 마음의 고향을 만들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여행사업을 했던 홍 대표는 지인이 목포 옛 여관 건물을 20년간 무상 임대해주면서 지역에 정착했다. 이후 해당 공간 자원을 활용한 콘텐츠를 발굴하는 과정에서 청년마을 프로그램도 기획됐다. 2018년 행정안전부의 시민주도 공간 활성화 프로젝트 공모에 선정되면서 첫발을 내딛었다. 

괜찮아마을은 첫해 목포의 빈집 다섯 곳에서 60명의 청년을 6주간 머물게 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프로그램 참가자 60명 중 30여명이 지역에 정착한 것으로 이목을 끌었다. 현재까지도 괜찮아마을 프로그램은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 홍 대표는 “지역에 정착한 친구들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으면서 경제공동체가 만들어지기 시작했다”며 “그리고 이제는 경제공동체가 지역공동체에 녹아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청년마을 사업은 단기간에 대규모 인구 유입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정책은 아니다. 하지만 청년들이 지역에서 새로운 가치를 찾고 기회를 발굴해, 이를 지역과 나누는 과정에서 분명 긍정적인 성과는 감지됐다. 청년마을사업이 수도권과 지역의 경계를 허물고 사람과 사람을 잇고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는 사업으로 발전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