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이 위기’다. 최근 부쩍 더 많이 들려오는 얘기다. 청년 인구의 수도권 이탈, 고령화 현상이 가속화 되면서 ‘지방 소멸위기론’까지 부상하고 있다. 실제로 노인만 남은 마을은 소멸 위기를 현실로 마주하고 있다. 마을, 나아가 지역의 붕괴는 지방자치 안정성을 흔들고, 나라의 근간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는 일이다. 엄중한 위기의식을 갖고 적합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미래를 담보하기 어렵다. <시사위크>에선 이 같은 시각 아래 현 위기 상황을 진단해보고 과제를 발굴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지역 살리기 정책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는 가운데 ‘로컬크리에이터’가 지역 사회에서 새로운 변화를 이끄는 주축으로 떠올랐다. / 게티이미지뱅크
지역 살리기 정책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는 가운데 ‘로컬크리에이터’가 지역 사회에서 새로운 변화를 이끄는 주축으로 떠올랐다. / 게티이미지뱅크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지역 살리기 정책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과거의 관(官) 주도 하향식 정책에서 벗어나 지역 주도 상향식 정책으로 전환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소멸위기에 직면한 지역 내에선 주민이 참여하는 상향식 마을재생 발굴 사업도 활발해지는 모습이다. 여기에 지역의 문화적 특성 및 자원 등에 혁신적 아이디어를 더해 지역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이들도 지역에 속속 등장했다. 이른바 ‘로컬크리에이터’로 불리는 이들이다.

◇ 로컬크리에이터, 그들은 누구인가 

로컬크리에이터는 2010년대 중반 이후 자유롭고 창의적인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 청년들이 지역으로 이주해 다양한 가치를 찾는 활동을 하면서 국내에서 조금씩 개념화되기 시작했다. 현재까지 정의된 개념을 보면 ‘지역의 문화적 특성이나 자원 등에 혁신적 아이디어를 접목해 지역 문제를 해결하거나 새로운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사람’으로 요약된다. 

이러한 사람들을 칭하는 용어는 로컬크리에이터, 지역혁신가, 청년혁신가, 로컬창업가, 로컬플레이어, 공간기획자 등 다양했다. 그러다 2010년대 후반부터 ‘로컬크리에이터’가 널리 쓰이기 시작했다. 2020년부터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가 지역가치 창업가를 발굴하는 ‘로컬크리에이터 활성화 지원 사업’에 나서면서 공공 영역에서 쓰이기 시작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중기부는 로컬크리에이터를 ‘지역의 자연과 문화 특성을 소재로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결합해 사업적 가치를 창출하는 창업가’로 정의했다. 세부적인 개념으론 △지역의 자원과 특성을 기반으로 하는 자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접목해 창업하는 자 △지역경제 활성화를 도모하는 자 등으로 정의됐다. 다만 로컬 연구 영역에선 로컬크리에이터는 단순히 창업자로만 지칭되지 않는다. 지역 내에서 자원을 이용해 새로운 가치를 발굴하고 지역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들로 폭넓게 이해된다.  

이러한 로컬크리에이터들은 모여 조직단체나 기업 형태를 이루기도 한다. 시민사회 싱크탱크인 희망제작소는 ‘로컬크리에이터 관점에서 바라본 청년정책’ 연구보고서를 통해 이러한 형태의 기업을 ‘로컬벤처’라고 칭했다. 해당 보고서는 로컬벤처에 대해 “사회공헌과 사회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창업한 벤처기업으로 소설벤처의 성격을 가지만 지역에 초점을 맞추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며 “지역성을 담는 사회적경제기업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로컬크리에이터와 로컬벤처의 특징에 대해 “지역의 고유자원을 발굴해 그들의 시각으로 재해석해 혁신적인 창업 형태를 가지고 ‘나다움’의 가치를 추구하고 그 안에서 경제적 기회를 찾는다는 공통점이 있다. 또 자신의 개성으로 비즈니스모델을 개발하며, 이는 지역문제를 해결하는 데 직간접적으로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요약했다.

이에 따라 로컬크리에이터와 로컬벤처는 침체된 지역에 변화를 가져다 줄 새로운 희망으로 떠오르고 있다. 실제로 긍정적인 사례도 포착되고 있다. 지역의 잠재된 특산물과 문화 가치를 발굴해 이를 상품화하거나 낡은 건물을 개조해 복합문화공간, 공방, 책방, 카페, 공유 오피스, 게스트하우스를 만들어 침체된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는 시도가 지역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또한 지역문화 및 커뮤니티, 지역살이 체험 프로그램을 기획해 외지 청년들의 지역정착을 이끌어내는 사례도 있다. 

◇ 지역문제 해결 희망으로… 로컬크리에이터·로컬벤처 역할론 주목  

이를 통해 긍정적인 가능성을 확인한 정부와 지자체에서도 최근 몇 년간 로컬크리에이터 육성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 대표적인 사업으론 중기부의 ‘로컬크리에이터 활성화 지원 사업’이 있다. 이 사업은 중기부가 로컬크리에이터를 발굴하고 육성하기 위해 시작한 사업이다. 중기부는 △지역가치 △로컬푸드 △지역기반제조 △스마트관광 △거점브랜드 △디지털문화체험 △자연친화활동 7가지 분야로 나눠 매년 신청자를 모집하고 선정해 사업화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이러한 사업을 통해서 2020년 280개의 로컬크리에이터를 육성했고 2021년엔 250팀이 만들어졌다.  

지난해 12월 7일부터 9일까지 충남 공주시 하숙마을에선 ‘청년마을 성과공유회’ 행사가 열렸다. 사진은 해당 행사에 청년마을 관계자 등이 참석한 모습. /자유도 인스타그램
지난해 12월 7일부터 9일까지 충남 공주시 하숙마을에선 ‘청년마을 성과공유회’ 행사가 열렸다. 사진은 해당 행사에 청년마을 관계자 등이 참석한 모습. /자유도 인스타그램

행정안전부(이하 행안부)가 주관하는 ‘청년마을 지원사업’도 로컬크리에이터 육성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청년마을 지원사업’은 지역 청년들의 유출을 방지하고 외지 청년들의 지역 정착을 지원해 청년들에게 새로운 삶의 기회를 주고 지역엔 활력을 높이는 목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사업이다. 

지역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는 청년들에게 청년 활동공간과 주거기반을 마련하고 지역살이 체험, 청년창업 등을 지원해 지역에 정착할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해당 사업 운영자는 청년단체와 청년기업이다. 행안부는 2018년 목포 ‘괜찮아마을’을 시작으로 2019년 서천 ‘삶기술학교’, 2020년 문경 ‘달빛탐사대’의 시범사업기간을 거쳐 청년마을 사업을 2021년부터 전국적으로 확대했다. 2021년과 지난해 각각 12개의 청년마을이 출범하면서 현재까지 27개의 청년마을이 탄생했다. 

이 사업은 본격화한 지 몇 해 되지 않는 상황이지만 긍정적인 성과가 포착되고 있다. 해당 청년마을 사업을 통해 새로운 창업 아이템 발굴, 지역 정착 및 관계 인구 증가, 지역 커뮤니티 활성화 등 다양한 성과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충남 공주 청년마을인 ‘자유도’를 운영하는 권오상 퍼즐랩 대표는 <시사위크>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청년마을 사업에 대해 “주민과 민간의 중간에 있는 지역 중소업체를 발굴하는 가장 효율적인 사업”이라고 정의내렸다. 이 사업이 가진 차별성에 대해선 “그간 대부분 (도시재생 및 청년창업 지원) 정책은 사업아이템을 주로 평가해 예산을 주는 방식이었다. 어떤 사람이 어떤 생각을 갖고, 그 사업을 수행하는 지에 대해선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 하지만 청년마을 사업은 아이템을 보는 게 아니라 (청년들이) 지역하고 어떤 관계를 맺고 어떻게 해결하는 지를 중점적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이에 권 대표는 청년마을사업이 지역 문제 해결에 뜻이 있는 청년기업를 발굴하고 이를 육성하는 사업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다. 권 대표는 “마을과 사람을 키우는 사업이다. 이전에는 중앙에서 사람을 내려 보내는 방식으로 지역을 키우고자 했다. 사업 수행 주체는 대부분 전문가 집단이나 컨설팅회사 등이 됐다. 이들이 지역 당사자를 대상으로 지역 사업을 벌였다. 그런데 청년마을 사업은 지역 주민 당사자가 당사자를 불러들이는 사업이다. 지금까지는 국내에선 이러한 사업 방식은 없었다”고 말했다.

◇ 청년마을이 보여준 가능성… 다양한 로컬벤처 육성 계기 될까   

권 대표는 이러한 사업을 통해 청년 기업이 역량을 키우고 이를 검증받는다면 보다 큰 단위의 지역 활성화 사업의 수행주체가 될 수 있다고 봤다. 권 대표는 “이전까지는 청년단체나 기업들이 대규모 예산 사업엔 참여하기엔 어려움이 있었다. 그러한 역량을 갖춘 청년 기업도 많지 않았다. 대부분 전국단위 컨설팅 등 용역회사가 사업을 따갔다. 그런데 최근엔 지역에서 큰 규모의 용역에 참여하는 청년팀들이 늘기 시작했다. 최근 공주에서 2~3억 규모 도시역량강화 용역 사업 공모가 있었는데 3개 팀이 공모에 참여했다. 그런데 3개 팀이 모두 본사가 공주인 팀이었다. 이전 같으면 상상도 하지 못할 일이었다”고 말했다. 

청년마을은  2018년 목포 ‘괜찮아마을’을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전국에 27곳이 출범했다. / 행정안전부

다만 청년마을 사업과 로컬크리에이터, 로컬벤처 등이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선 현실적 벽도 높다.

가장 큰 문제는 정부 지원이 끝난 다음에 자생력을 확보할 수 있느냐다. 2021년까지 청년사업의 예산 지원 기간은 1년이었다. 2022년 사업팀부터는 3년간(매년 2억원씩 총 6억원) 지원으로 바뀌었지만 앞서 사업 참여자들은 단기간의 지원밖에 받을 수 없었다. 사업 지원이 끝난 팀들은 자체적인 비즈니스 모델로 사업을 운영하거나 지자체 사업을 통해 예산을 마련해야 한다. 

이에 청년마을 운영 주체들마다 지속가능성에 대한 고민이 적지 않았다. 지난달 8일 충남 공주 하숙마을에 인근에서 ‘로컬이 미래다’라는 주제로 열린 ‘청년마을 성과공유제’에서도 만난 청년마을 운영자 사이에서도 이러한 고민을 들어볼 수 있었다. 

우선 공간 확보에 대한 고민이 컸다. 청년마을 사업을 비롯해 다양한 로컬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선 공간이 확보돼야 한다. 참여자를 지역에 머무르게 할 수 있는 거주공간, 문화 및 교류 프로그램 운영 공간 등이 필요하다. 사업 초기엔 정부 지원 운영비로 충당하거나 공간을 지원받을 수 있다고 하더라도 이것이 지속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이날 현장에서 기자가 만난 태백 청년마을 광광스토리지 양세은 파트너도 이러한 문제에 대한 고민을 드러냈다. 그는 “가장 큰 고민은 공간의 확보”이라며 “일단 저희는 운이 좋게 도시재생지원센터 공간을 임대할 수 있어서 활동 공간을 마련할 수 있었지만 사업 목표대로 청년들이 지역에서 활발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지원하려면 다양한 공간이 필요하다. 태백에 정착하고자 했던 친구가 거주 공간을 찾지 못해 떠난 사례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 공간 확보·수익모델 발굴 과제… “성장할 때까지 기다려줘야” 

이외에도 정부 지원이 끝난 후 운영비를 어떻게 확보할 지에 대한 과제도 품고 있다. 이를 위해선 자체적인 수익모델 발굴도 필요한 상황이다. 일부 청년마을 운영 주체 중엔 비즈니스 모델을 통해 운영 공간을 넓히고 수익을 확보하는 사례도 있다. 청년마을 성과공유회 현장에서 긍정적 사례로 소개된 괜찮아마을과 강화유니버스 등이 대표적이다.

괜찮아마을은 전남 목포를 기반으로 탄생한 1호 청년마을이다. 사업 초기엔 무상임대를 통해 공간을 확보하며 기회를 얻었지만 점차 자체적인 공간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확장을 꾀하고 있다. 여행상품을 통한 비즈니스도 지속 확장하고 있다. 지역에 정착한 청년들과 경제공동체를 구축하며 지속적인 사업 확장을 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8일 괜찮아마을 운영자인 홍동우 대표(사진 왼쪽)와 강화유니버스 운영자인  김선아 청풍 협동조합 이사는 청년마을 성과와 지속가능성에 대한 의견을 개진했다. / 공주=이미정 기자
지난해 12월 8일 괜찮아마을 운영자인 홍동우 대표(사진 왼쪽)와 강화유니버스 운영자인  김선아 청풍 협동조합 이사는 청년마을 성과와 지속가능성에 대한 의견을 개진했다. / 공주=이미정 기자

강화유니버스는 10년간 지역에서 다양한 로컬 활동을 해온 협동조합 청풍이 주관하는 청년마을 사업이다. 청풍은 오랫동안 강화도를 무대로 활동하면서 쌓은 지역 주민 및 소상인공인과 탄탄한 관계를 바탕으로 안정적인 청년마을 운영 성과를 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부 지원이 끝난 후엔 프로그램을 유료로 전환했지만 높은 참여율을 이끌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게스트하우스 건물을 신축해 안정적인 공간도 확보했다고 한다.

물론 이제 막 사업을 시작한 청년마을 사업 운영자들이 이 같은 성과를 내긴 쉽지 않았다. 사업이 자생력을 갖추기 위해선 긴 시간 인내하고 노력해야 과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이 지역에 뿌리 내리기 위해선 정부, 지차체 뿐 아니라, 지역사회, 민간 기업들의 따뜻한 관심과 지원도 필요할 전망이다.

홍동우 괜찮아마을 대표는 지인이 목포 옛 여관 건물을 20년간 무상 임대해준 것을 계기로 지역에 정착했다. 해당 지인은 지역 활성화에 뜻이 있었던 분이었다고 한다. 

홍동우 대표는 “해당 무상임대 건물은 최근 괜찮아마을에 입주했다가 지역에 정착한 청년이 매입을 했다”며 “그 친구는 그 공간에 투자를 해 좋은 숙소를 만들어낼 수 있었고 좋은 뜻으로 공간을 빌려준 분은 보상을 얻어갈 수 있었다. 저는 이게, 사회가 청년들이 성장할 수 있게 기다려주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청년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공간을 만들어주고 청년이 이를 기반으로 성장을 하면 당사자나 지역에 보답을 하는 방식의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 질 수 있다는 얘기다.
 

근거자료 및 출처
로컬크리에이터 관점에서 바라본 청년정책– 지역기반 혁신가(로컬크리에이터) 활성화 지원사업과 청년마을만들기 지원사업을 중심으로(정보라 연구원)
2022.4.13 희망제작소
2022년 청년마을 만들기 지원 사업 공모
2022.1.4 행정안전부
2022.2.4

 

중소벤처기업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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