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대학 위기론’이 올해도 부상하고 있다. 특히 수시모집에서 합격을 하고도 등록하지 않는 학생들이 늘면서 어려움이 더 가중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 뉴시스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지방대학 위기론’이 올해도 부상하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와 서울·수도권 대학 선호 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입학정원 채우기에 비상이 걸린 지방대학이 속출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특히 수시모집에서 합격을 하고도 등록하지 않는 학생들이 증가해 어려움이 더 가중됐을 것으로 관측된다.

◇ 지역 대학 수시미등록 인원 3만3,270명… 전년보다 652명↑

종로학원이 전국 216개 대학 2023년도 지역별 수시 미등록 현황(2022년 12월 30일 오후 5시 각 대학 발표 기준)을 분석해 공개한 결과, 130개 4년제 지방대학의 2023학년도 수시전형 미등록 인원은 3만3,270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3만2,618명)보다 652명 늘어난 수치다. 

이는 서울권과 수도권의 수시 미등록자가 전년보다 감소세를 보인 것과 비교됐다. 서울권 대학 42개교의 수시 미등록자는 1,396명으로 지난해(1,800명)보다 404명 감소했다. 수도권 대학 44개교의 수시 미등록자는 1,705명으로 전년(1,852명) 147명 줄었다.

한 개 학교 단위 당 수시 미등록 인원은 서울권의 경우 평균 지난해 43명에서 올해 33명으로 줄고 수도권은 42명에서 39명으로 감소했다. 반면 지방권은 한 개 대학에서 지난해 251명에서 올해 256명으로 더 늘어나는 양상을 보였다.  

서울권과 지방대학 격차는 모집 정원 대비 미등록자 비율에서도 나타난다. 지방권 대학의 경우, 모집 정원 대비(17만8,441명) 대비 미등록자 비율이 18.6%에 달했다. 서울권 대학의 정원(4만6,558명) 대비 미등록자 비율이 3.0%에 그친 것과 비교됐다. 

서울권과 지방권 수시 미등록 비율 격차는 올해 15.6%p(퍼센트포인트)에 달한다. 이는 전년(14.8%p)보다 커졌다. 

17개 시도별로 보면 지역 내 수시모집 정원 대비 미등록 비율이 가장 높은 지역은 전남으로, 32.9%에 달했다. 이어 제주 지역(28.2%), 전북 지역(24.8%), 경북 지역(21.9%), 경남 지역 (20.5%), 충북 지역 (19.9%) 등 순으로 높게 나타났다. 이외 8개 지방 시도 지역은 대구 지역(5.9%)로 제외하고 12~19% 미등록 비율 수준을 보였다. 수도권인 경기(4.7%)와 인천(3.2%)로 낮은 수준을 보였다. 

수시모집에서 선발하지 못한 인원은 정시모집으로 이월된다. 즉 수시 미등록자가 많은 지역 대학일수록 정시모집 인원도 늘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가뜩이나 신입생 정원을 채우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 대학 입장에선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일각에선 대규모 미달 사태가 나오는 대학이 속출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커진다.

◇ 갈수록 커지는 서울과 지방대학 격차… 지역대학 입학생 정원 채우기 비상

이에 대해 종로학원 측은 “올해 수시모집 결과로 볼 때 서울, 지방권 모집은 수시 비중이 월등히 높은 지방권 소재 대학이 모집에서 더 큰 어려움을 겪는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종로학원이 216개 대학을 기준으로 조사한 결과, 2023학년도 전체 모집정원에서 서울권은 수시 선발비율이 60.5%, 수도권은 70.2%, 지방권은 86.0%로 나타났다. 지방권 대학이 수시선발 비중이 더 높은 상황이다. 

종로학원 측은 “지방권 소재 대학에 경쟁력 확보가 수시비중만 높인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닌 것으로 재해석해야 하는 시점”이라며 “결국 수시비중을 아무리 높인다 하더라도 수험생 지원, 최종 대학 선택에는 계획대로 작동이 되지 않는 상태”라고 지적했다. 이어 “결국 지방권 대학도 경쟁력 확보, 지자체, 기업 등과 연계된 획기적인 취업 대책 등의 마련이 해결방향으로 모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지방대학의 위기론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매년 대학 입학생 모집 시즌이 되면 대규모 미달 사태에 대한 우려가 지속돼왔다. 실제로 지역 대학의 입학생 충원율은 매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수도권‧지방대학 주요 교육지표 현황’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21년 지방대학의 입학생 충원율은 92.2%로 2019년(98.6%)보다 6.4%p 떨어졌다. 수도권 대학의 입학생 충원율이 2019년 99.3%에서 2021년 하락한 99.2%로 소폭 감소한 것에 그친 데 비해, 감소세가 두드러졌다. 

도 의원은 지난해 10월 이러한 현황을 공개하면서 “갈수록 심각해지는 지방대학 위기는 결국 지역 소멸과 국가적 위기로 이어질 것이다. 위기에 놓인 지방대학을 살리기 위해 교육부는 물론 전 정부 차원의 더 많은 지원과 보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벚꽃 피는 순서대로 대학이 망한다.” 수도권에서 거리가 먼 벚꽃 피는 지역에서부터 폐교 위기를 맞을 것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대학가의 오랜 속설이다. 이 속설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지역 대학가를 잠식하고 있다. 지역 대학들은 장학금 제도 등 각종 혜택을 앞세워 입학생 모집에 사활을 걸고 있다. 하지만 위기 극복을 위해선 강도 높은 구조 개편과 경쟁력 강화 방안이 모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근거자료 및 출처
2023학년도 전국 216개대 및 17개 시군구별 수시 미등록(이월) 분석자료
  종로대학
학생은 줄고, 지원은 적고... 생존위기에 놓인 지방대
2022.10.3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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