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지난해 우리나라 인구는 약 20만명이 ‘또’ 줄었다. 3년 연속 인구 감소다. 지난해 출생아수는 25만명을 간신히 넘겼다. 전국 17개 시·도개 중 6곳은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20%를 넘는 초고령사회로 진입했다. 저출생, 고령화, 그리고 인구 절벽은 우리의 냉혹한 현실이다.

이런 가운데, 이 심각한 문제를 총괄하고 있는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최근 나경원 전 의원이 부위원장에서 ‘해임’되는 사태를 겪었다. 대통령 직속 기관인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대통령이 위원장을 맡고, 전반적인 실무는 부위원장이 담당한다. 사실상 위원회를 진두지휘할 수장이 해임된 것이다. 그것도 취임한지 딱 석 달 만에 벌어진 일이었다.

이 같은 사태의 표면적인 시발점은 지난 5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이뤄진 나경원 전 의원의 발언이었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자격으로 기자간담회에 나선 그는 결혼하면 4,000만원을 대출해주고, 첫 자녀 출산 시 무이자로 전환하고, 둘째·셋째 출산 시 원금 일부 또는 전액을 탕감해주는 헝가리의 출산장려 정책을 제시하는 등 과감한 정책 추진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자 대통령실은 정부 기조와 어긋나는 발언이라며 싸늘하게 선을 그었다. 이후 나경원 전 의원이 사의를 표명하고 사표까지 제출했음에도 해임하는 강경한 조치를 내렸다.

나경원 전 의원의 언급이 정말 그렇게 잘못된 것이었을까. 나경원 전 의원의 언급은 우선 막말이나 실언은 물론, 사실과 다른 허위도 아니었다. 적극적인 정책으로 출산율 제고 효과를 본 다른 나라 사례를 통해 우리에게 필요한 정책적 방향성을 제시하는 것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으로서 충분히 할 수 있는, 또 해야 하는 언급이었다. 꼭 헝가리의 모델을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더라도, 그만큼 파격적이고 적극적인 정책이 우리에게 필요하다는 점은 분명한 사실이다.

물론 장관급의 중요한 위치에 있는 인사가 정부 기조와 발을 맞추지 않고 독단적인 언급으로 혼란을 초래한 점은 문제로 지적될 수 있다. 다만, 그것이 해임까지 해야 할 정도로 중대한 잘못인지는 곱씹어 봐도 물음표가 가시지 않는다.

그렇다. 나경원 전 의원의 언급은 표면적인 이유에 불과했다. 이번 사태의 진짜 배경은 전당대회를 앞둔 여당 내 당권경쟁이라는 점을 누구나 알 것이다. 일련의 과정에서 치열한 정치적 공방이 연일 이어졌고,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애초부터 잘못된 인사였다. 나경원 전 의원이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에 임명됐을 때부터 차기 당권경쟁과 관련된 설왕설래가 끊이지 않았다. 나경원 전 의원 역시 당대표 출마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는 등 소위 ‘자기 정치’를 놓지 않았다. 새 정부 첫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의 ‘단명’은 시작부터 예고된 일이었고, 결과는 틀리지 않았다.

우리 앞에 드리운 심각한 현실을 생각하면, 이번 사태가 더욱 씁쓸하지 않을 수 없다. 제 역할을 다해도 모자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정치놀음에 흔들리고 있으니 말이다. 

앞으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인선은 절대 감투 나눠주기식으로 이뤄져선 안 된다. 권력욕이 강한 유력 정치인의 스펙쌓기용으로 전락해서도 안 된다. 주어진 임기 동안, 맡은 바 역할에 온전히 충실할 수 있는지가 가장 첫 번째 기준이어야 한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의 ‘잃어버린 3개월’이 부디 교훈만큼은 남기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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