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조계종 보유 65개 사찰에서 문화재 관람료 면제가 시행됐다. 이날 충북 보은군 법주사에서 열린 매표소 명칭 변경 행사에는 법주사 주지인 정도스님, 조계종 총무부장 호산스님, 이종배 국민의힘 의원,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참석했다. / 대한불교조계종 뉴시스
4일 조계종 보유 65개 사찰에서 문화재 관람료 면제가 시행됐다. 이날 충북 보은군 법주사에서 열린 매표소 명칭 변경 행사에는 법주사 주지인 정도스님, 조계종 총무부장 호산스님, 이종배 국민의힘 의원,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참석했다. / 대한불교조계종·뉴시스

시사위크=조윤찬 기자  4일부터 대한불교조계종 산하 65개 사찰이 문화재 관람료를 징수하지 않게 됩니다. 이날부터 정부가 사찰 측에 관람료 비용을 지원하도록 하는 내용의 ‘문화재보호법 일부 개정안’이 시행되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문화재 관람료 때문에 사찰과 등산객들의 갈등이 있어왔는데요. 해당 제도 시행으로 갈등이 사라질지 기대가 모아지고 있습니다.

Q. ‘문화재보호법 개정안’은 어떤 내용인가요?

A. ‘문화재보호법 일부개정안’은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법안입니다. 지난해 4월 15일 본회의를 통과했고, 오늘(5월 4일)부터 시행됐습니다. 개정안은 사찰이 탐방객들을 상대로 징수하던 문화재관람료를 감면하는 대신 국가가 그 비용을 대신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사찰이 문화재 관람료 징수를 폐지할 경우 국가나 지자체가 이를 지원할 수 있도록 한 법적 근거인 것이죠.

다만 신설된 조항은 국가지정문화재에 대해서만 규정했습니다. 사찰이 보유한 시·도지정 문화재 관련해선 규정하지 않았습니다.

정청래 의원은 해당 개정안 발의 당시 “문화재관람료에 대한 국민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어 국민의 정당한 요구와 문화재보호 당위성을 함께 충족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정책과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취지를 설명한 바 있습니다.

Q. 그동안 조계종 사찰들은 어떻게 문화재 관람료를 받아 왔나요?

A. 조계종에 따르면 입장료를 징수하고 있는 사찰은 총 70개입니다. 국가지정문화재가 있는 사찰 65개, 시·도지정문화재가 있는 사찰 5개죠.

현행 ‘문화재보호법’ 49조는 국가지정문화재 관리단체나 소유자가 관람자에게 관람료를 징수할 수 있다고 규정했습니다. 관람료 금액은 관리단체가 정합니다. 그래서 조계종 측은 사찰마다 관람료를 다르게 받아왔다고 설명했습니다. 적게는 2,000원 수준도 받고, 7,000원 수준을 받는 곳이 있다고 알려졌습니다.

기존에도 관람료 면제 대상이 있었습니다. 조계종은 △7세 미만 어린이 △65세 이상 노인에게 요금을 받지 않았고, 2021년부터 △국가유공자 △보훈보상대상자 △5·18민주 유공자 △특수임무유공자 △기초생활 수급자 △임산부(보호자 1인 포함) △장애인 등으로 면제 대상을 확대했습니다.

Q. 관람료를 둘러싸고 어떤 논란이 있었나요?

A. 1962년에 ‘문화재보호법’이 제정되고 나서 사찰들은 문화재를 일반에 공개하고 관람료를 받아왔습니다. 1970년부터 정부에 의해 국립공원 입장료와 문화재 관람료를 통합해 징수하는 방안이 시행됐고, 2007년에는 국립공원 입장료가 폐지됐습니다.

그러나 조계종 측은 “문화재관람료는 문화유산을 지키는 최소한의 비용”이며 “문화재 유지보수를 위해 사용한다”는 이유로 계속 관람료를 징수해왔습니다. 조계종은 ‘문화재보호법’이 관람료 징수를 보장하고 있다는 입장입니다.

2006년 12월 조계종은 입장문에서 “조계종은 문화재를 보유한 사찰이 507곳이 됨에도 불구하고 문화재 보유사찰의 13%만이 문화재 관람료를 징수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대부분의 사찰들은 입장료를 받지 않는다고 강조한 겁니다.

조계종에 따르면 관람료는 △문화재 보수·관리 △사찰 주변 탐방로 정비 △스님들의 교육과 수행 등에 사용됩니다.

그러나 사찰 방문객이 아닌 등산객이나 단순 통행하는 사람들에게도 관람료를 받아 15년 넘게 논란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사찰들은 국립공원 입장료를 받았던 위치에서 관람료를 징수하고 있었습니다. 매표소가 사찰과 1㎞ 넘게 떨어진 곳에 있어 왜 돈을 내야 하는지 납득을 못하겠다는 반응들도 다수 나왔죠.

사찰을 상대로 소송이 진행되기도 했습니다. 등산객들이 전남에 있는 천은사를 상대로 소송을 한 겁니다. 지난 2013년 광주고등법원은 천은사의 문화재를 관람할 의사가 없는 사람들에게 문화재 관람료를 징수했다면서 “통행의 자유를 침해한 민법상 불법행위”라고 판결했습니다. 법원은 사찰 측에 “관람료 1,600원을 환불해주고 위자료 10만원을 지급하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법원 판단에도 사찰들은 관람료를 계속 받아왔습니다.

Q. 문화재 관람료가 면제되는 사찰은 어디어디인가요?

A. 조계종이 관람료를 징수하는 국가지정문화재 사찰은 65개, 시도지정문화재 사찰은 5개로 모두 70개입니다. 

이 중 전등사, 용주사, 신륵사, 신흥사, 청평사, 낙산사, 백담사, 월정사, 삼화사, 구룡사, 법주사, 영국사, 마곡사, 동학사, 갑사, 신원사, 무량사, 관촉사, 수덕사, 직지사, 동화사, 파계사, 운문사, 용연사, 은해사, 수도사, 대전사, 불국사, 석굴암, 분황사, 기림사, 보경사, 불영사, 해인사, 쌍계사, 옥천사, 범어사, 통도사, 내원사, 석남사, 표충사, 봉정사, 부석사, 금산사, 금당사, 안국사, 실상사, 백양사, 화엄사, 천은사, 연곡사, 태안사, 흥국사, 향일암, 선암사, 송광사, 운주사, 대흥사, 무위사, 도갑사, 선운사, 내소사, 내장사, 자재암, 용문사 등 65개 사찰은 관람료가 면제됩니다.  

이에 따라 기존 ‘관람료 매표소’는 ‘불교문화유산 관람안내소’로 바뀝니다. 관람료 징수를 하지 않고 관람 안내 역할을 한다는 겁니다. 

하지만 보문사, 고란사, 보리암, 백련사, 희방사 등 5개의 사찰에는 국가지정문화재는 없고 시도지정문화재가 있습니다. 이 5개 사찰들은 관람료 징수를 유지합니다. 조계종 산하에서 관람료를 받는 사찰은 5개가 남게 됩니다.

Q. 향후 시도지정 문화재도 관람료가 면제될까요?

A. 시도지정문화재는 광역시·도 지원대상입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시도에도 협의를 할 예정이다. 국가 정책 방향을 설명하고 협조를 구할 수는 있겠지만 상하관계는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Q. 관람료 면제 효과로 관람객이 증가하면 사찰 관람료 지원에 따른 예산도 증가하나요?

A. 관람료가 면제되면 관람객 역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선 정부 지원금액도 향후 증가하게 될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실제 조계종 측은 향후 관람객 수 증가가 예상되는 만큼 정부 지원금 조정 논의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다만 문화재 관람료 면제 정책이 오늘(4일)부터 시작되는 만큼 당장 예산의 증가 가능성을 논하기는 이른 감이 있습니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올해 ‘국가지정문화재 관람료 지원’ 예산으로 421억원(지원 기준 마련 2억원, 관람료 비용 지원 419억원)을 확보했습니다. 

문화재청 측은 전체 관람객 수로 지원금을 산정하지는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전년도 유료 관람객 수를 기준으로 지원 금액을 산정하고 있다. 기존에도 무료로 입장하던 사람들이 있어서 전체 관람객 수만큼 지원하지는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정부 지원금을 신청할 때 사찰들이 최근 3년간 유료 관람객 숫자를 제출하게 된다. 아직 신청한 곳이 없어서 관람객 데이터는 파악되지 않았다. 신청은 6월 30일까지 받는다. 사찰이 정부로부터 관람료를 받고 싶으면 신청하면 된다”고 덧붙였습니다. 

당장 내일부터 황금연휴가 시작되는데요. 과연 문화재 관람료 면제로 인해 사찰을 찾는 관광객이 크게 늘어날 지 관심이 집중됩니다. 

 

근거자료 및 출처

“소중한 불교문화유산, 국민에게 더 가까이” 

2023. 05. 01 조계종

국립공원 입장료 폐지와 문화재관람료 단독징수에 따른 입장

2006. 12. 26 조계종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국회의원의 불교폄훼

2021. 12. 03 조계종
문화재보호법 제49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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