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퍼저축은행은 지난해 1,072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 페퍼저축은행
페퍼저축은행은 지난해 1,072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 페퍼저축은행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저축은행업권에 침울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다. 지난해 저조한 성적표를 거둔 곳이 속출한 영향이다. 자산 덩치가 큰 저축은행사들도 고전을 겪고 있다. 특히 10대 저축은행사 중엔 페퍼저축은행의 부진이 두드러졌다. 다만 페퍼저축은행 측은 올해엔 실적이 개선세를 보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조달비용 상승과 충당금 적립 확대에 무더기 손실

경영공시에 따르면 자산 상위 10개 저축은행(SBI·OK·한국투자·웰컴·애큐온·페퍼·다올·신한·상상인·OSB)의 지난해 순이익은 모두 큰 폭으로 감소세를 보였다.

10대 저축은행 중 5곳인 애큐온·페퍼·다올·상상인·OSB저축은행은 적자 실적을 냈다. 지난해 애큐온저축은행은 -633억원 △페퍼저축은행 -1,072억원 △다올저축은행 -82억원 △상상인저축은행 -750억원 △OSB저축은행 -274억원 순이다. 

손실 규모는 페퍼저축은행이 가장 컸다. 페퍼저축은행은 지난해에만 1,072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며, 전년(513억원)과 비교해 1585억원 가량의 이익이 줄었다.

이에 대해 페퍼저축은행 측은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조달비용 급증과 부동산 경기 침체로 인한 개인사업자 주택담보대출 충당금 추가 적립의 영향”이라며 “외부 경제 환경의 부정적 변화가 실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저축은행업계는 조달비용 및 연체율 상승에 더해 충당금 적립 부담까지 커지면서 전반적으로 실적에 타격을 입은 상황이다. 페퍼저축은행의 지난해 이자비용은 전년보다 55.3% 증가한 2,261억원으로 집계됐다. 대출채권 손실은 1,272억원으로 전년(831억원)보다 441억원 늘어났다. 지난해 페퍼저축은행의 충당금적립액은 1,723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중 대손충당금 적립액은 1,696억원으로 전년(1,231억원) 대비 37.77%(465억원) 증가했다. 

적극적으로 충당금을 쌓았지만 주요 건전성 지표는 좋지 못했다. 지난해 말 기준 페퍼저축은행의 고정이하여신비율은 12.86%까지 치솟았다. 이는 전년(4.71%) 대비 8.15%p(퍼센트포인트) 치솟은 수준이다. 연체율은 2022년 말 4.12%에서 지난해 말 기준 9.39%까지 올랐다. 

◇ 고정이하여신비율 12%대 돌파… 건전성 관리 숙제 

특히 부동산 업종 관련 연체율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부동산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말 기준 13.24%에 달했다. 2022년 말 기준 0%대였던 연체율은 지난해 들어 크게 치솟은 상황이다.

건설·부동산업 여신 연체율도 크게 올랐다. 건설업 대출 연체율은 2022년 말 2.29%에서 지난해 말 15.52%까지 올랐고 부동산업 대출은 1.07%에서 9.79%로 치솟았다.

페퍼저축은행은 호주에 본사를 둔 글로벌 금융사 페퍼그룹의 한국 자회사다. 최근 몇년간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면서 두각을 드러내왔다. 

그러나 업황 악화로 수익성은 물론 외형 성장에도 브레이크가 걸렸다. 지난해 말 기준 페퍼저축은행의 자산은 4조7,188억원으로 전년 말(6조2,554억원) 대비 1조5,366억원 줄었다. 업황 악화로 보수적인 영업 전략을 펼친 영향으로 풀이됐다.

대규모 적자를 낸 만큼 페퍼저축은행의 경영진의 어깨는 무거울 전망이다. 페퍼저축은행의 수장인 장매튜 대표는 2013년부터 회사를 이끌고 있는 업계 최장수 CEO다. 취임 이후 회사의 성장세를 이끌어온 그가 위기 관리에 있어 리더십이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이런 가운데 페퍼저축은행 측은 현재 손실이 가능한 수준이며, 향후 실적은 개선세를 보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페퍼저축은행 관계자는 “2016~2022년 동안 2,247억원의 순익이 발생했고, 자본도 2023년 말 기준 총 3,644억원에 달해 이번 손실은 충분히 감당 가능한 수준”이라며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유상증자를 실시하는 등 모기업도 전폭적으로 지원을 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부동산PF 대출 규모는 2,000억원대로 상대적으로 크지 않아 부실 위험과는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페퍼저축은행 관계자는 “올해 기준금리가 안정화되고 있고 부동산 경기도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어 실적도 점차 개선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페퍼저축은행은 지난달 유상증자를 통해 페퍼그룹으로부터 100억원의 자금을 수혈받았다. 이는 지난해 5월 200억원을 조달받은 지 10개월 만이다. 

해당 기사는 2024년 4월 9일 오후 5시 58분께 출고됐으나 페퍼저축은행 측의 입장 추가 반영 요청으로 4월 9일 오후 7시 47분께 수정하였음을 알려드립니다. 

▲(수정 후) 이어 “부동산PF 대출 규모는 2,000억원대로 상대적으로 크지 않아 부실 위험과는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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