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가인증통합마크를 받지 않은 제품의 해외직접구매를 사실상 금지하는 방침을 철회한 가운데, 시장에서는 혼란만 가중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 게티이미지뱅크
정부가 국가인증통합마크를 받지 않은 제품의 해외직접구매를 사실상 금지하는 방침을 철회한 가운데, 시장에서는 혼란만 가중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 게티이미지뱅크

시사위크=연미선 기자  정부가 국가인증통합마크(KC)를 받지 않은 제품의 해외직접구매를 사실상 금지하는 방침을 사흘 만에 철회했다. 이를 두고 시장에서는 이커머스 업계에 오히려 혼란만 가중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 위해성 큰 80개 품목, 안전인증 없으면 국내 반입 금지

정부는 앞선 16일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개최된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서 ‘해외직구 급증에 따른 소비자 안전 강화 및 기업 경쟁력 제고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해당 방안은 소비자 안전 확보를 위해 정부가 위해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제품이 안전장치가 없을 경우 해외직접구매(이하 해외직구)로 국내 반입을 금지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우선 정부는 국민 안전‧건강 위해성이 큰 해외직구 제품에 대해 국가인증통합마크(이하 KC 마크) 등 안전 인증이 없으면 해외직구가 금지된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13세 이하의 어린이가 사용하는 어린이 제품 34개 품목 △미인증 제품 사용 시 안전사고 발생 우려가 큰 전기‧생활용품 34개 품목 △가습기용 소독제 등 생활화학제품 12개 제품 등 총 80개 품목이 포함됐다.

또한 유해성분이 포함된 제품이 무분별하게 국내로 반입되지 않도록 철저하게 관리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피부에 직접 접촉되는 제품의 경우 사용금지원료(1,050종)를 포함한 화장품 모니터링, 위생용품 위해성 검사 등을 통해 유해성이 확인된 제품의 국내 반입을 차단한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기존 금지 제품에 대한 관리도 강화겠다고 정부는 밝혔다. 특히 불법 의약품‧의료기기 등도 연간 적발 건수가 지난 2021년 678건에서 2022년 849건 급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의약품 등은 약사법 개정을 통해 해외직구 금지를 명확히하고, 법 개정 전까지는 현행처럼 위해 우려가 큰 의약품을 중심으로 집중 차단한다고 전했다.

◇ 비판 거세지자 ‘철회’ 밝힌 정부… “시장에 혼선만 준 것” 지적도

정부가 해당 대책을 내놓은 데에는 최근 들어 알리익스프레스(알리)‧테무 등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의 국내 시장 진출 본격화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해당 플랫폼들을 기반으로 위해 상품이 국내로 유통되는 경우가 늘자, 이를 예방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한 것이다.

국무조정실은 대책을 내놓은 다음날인 17일 “정부는 해외직구를 통해 국민의 건강과 안전에 직결되는 제품이 어떠한 안전장치도 없이 국내에 반입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보호하고자 관련 대책을 발표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해당 대책은 소비자로부터 강한 반발을 사게 됐다. 최근 해외직구가 새롭게 주요 소비 채널로 자리 잡게 된 가운데, 정부가 이를 고려하지 않고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한다는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실제로 통계청의 온라인 해외 직구 동향 자료에 따르면 2018년 2조원대 수준이었던 해외 직구 액수는 지난해 6조원을 돌파하는 등 최근 급증하는 추세다. 최근 알리‧테무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 증가까지 더하면 올해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더해 해당 대책이 소비자와 시장 모두에 혼란을 주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어떤 품목이 언제 해외직구가 막히는 것인지도 불분명하고, 저가 전략으로 국내에 완제품을 들여오는 중국계 이커머스 기업이 부품 하나하나를 해외로부터 들여오는 국내 영세기업보다 유리해진다는 비판도 나왔다.

이러자 정부는 대책 발표 사흘 만에 해당 대책을 철회하겠다고 번복했다. 19일 이정원 국무조정실 국무2차장은 브리핑을 통해 “일단 결론적으로는 말씀드린 ‘80개 위해품목의 해외직구를 사전적으로 전면 금지‧차단한다’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우선 법률적으로 사전에 해외직구를 차단하려면 법의 근거가 있어야 하는데, 저희가 6월 중에 하겠다고 말씀드린 해당 품목에 대해 법률을 다 해서 사전적으로 차단‧금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본래 불가능한 일”이라면서 “정부가 발표를 한 이유는 위험할 것 같은 80개 품목에 대해 관계부처와 함께 집중적으로 위해성 조사를 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 앞서 발표했던 대책은 위해성이 있을 수 있는 80개 품목에 대해 KC 인증이 없는 경우 직구를 금지하는 것이 핵심 내용인데, 해당 부분에 대해 반발이 나오자 이와 관련된 여론을 수용하겠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이러한 정부의 대응에도 비판은 거세진 모양새다. 정책을 내놨다가 사흘 만에 번복하면서 시장에 혼선만 줬다는 지적이 더해졌기 때문이다.

한편 대통령실은 20일 브리핑을 통해 “해외직구와 관련된 정부의 대책 발표로 국민들게 혼란과 불편을 드린 점에 대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윤석열 대통령은 이와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정책 사전 검토 강화, 당정협의를 포함한 국민 의견 수렴 강화 등을 지시했다”면서도 “다만 윤 대통령은 해외 직구 관련 정부 대책을 보고받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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