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화탄소(CO₂)’는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전 세계적으로 가장 미움 받는 물질이다. 하지만 최근 이산화탄소를 자원으로 재활용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그래픽=박설민 기자
‘이산화탄소(CO₂)’는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전 세계적으로 가장 미움 받는 물질이다. 하지만 최근 이산화탄소를 자원으로 재활용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생성형 AI를 활용해 제작한 이미지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최근 전 세계적으로 가장 미움 받는 물질은 아마 ‘이산화탄소(CO₂)’일 것이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의 원인으로 지목받기 때문이다. 때문에 2016년 ‘파리협정(Paris Climate Agreement)’을 시작으로 세계 각국에서는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 감축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하지만 이산화탄소의 감축만이 기후위기의 해답이 아니다. 지구 대기의 약 0.04%를 차지하는 이산화탄소를 줄이기만 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 양도 너무 많을 뿐만 아니라 산업 발전을 저해할 우려가 있어서다. 최근 산업계와 과학계에서 이산화탄소의 ‘재활용’ 기술에 투자를 늘리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 이산화탄소의 재활용, ‘New 친환경 사업’으로 급부상

이산화탄소를 재활용할 수 있는 대표적 기술은 ‘탄소자원화(CCU, Carbon Capture Utilization)’다.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모은 후 이를 화학·생물학적 변환하는 것이다. CCU 기술을 활용하면 이산화탄소를 화학·플라스틱 제품 원료, 바이오 연료 등 쓸모 있는 자원으로 바꿀 수 있다. 때문에 기후위기의 핵심 대응 기술로 손꼽힌다.

전 세계적으로 탄소중립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면서 관련 산업 규모도 매해 빠른 성장을 보인다. 글로벌시장조사업체 ‘리서치 네스터(Research Nester)’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이산화탄소 재활용 시장 규모는 1억4,000만달러(약1,907억원)로 추산된다. 오는 2036년엔 5억5,200만달러(약 7,523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이산화탄소를 자원화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포스코경영연구원(POSRI)에 따르면 글로벌 기술 발전(성숙도) 동향 및 실현가능성, 잠재성 등 요인에 따라 이산화탄소 자원화 방법은 크게 3가지로 나뉜다. △화학제품의 원료 생산 △광물 탄산화 제품 생산 △바이오 연료 생산 분야다.

해외에서는 이미 이산화탄소의 자원화가 산업계 전반에서 적극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은 북미 지역이다. 리서치 네스터에 따르면 미국 등 북미 지역 국가의 재활용 이산화탄소 시장은 향후 3~5년간 32%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할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 내 우주항공산업 규모의 급성장으로 탄소섬유, 로켓발사용 탄소 연료 생산 증가가 예상되면서다.

리서치 네스터는 “북미 지역의 재활용 이산화탄소 산업 성장은 우주항공기 생산 증가로 발생할 것”이라며 “2021년 기준 미국에선 총 20만4,404대의 우주항공기가 증가했는데 이에 따라 탄소발자국을 줄이기 위해 재활용 탄소의 사용이 급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아시아 태평양 지역도 이산화탄소 재활용 시장에서 가장 큰 점유율을 차지할 지역으로 손꼽힌다. 리서치 네스터는 오는 2036년까지 아시아 태평양의 관련 산업 점유율은 약 38%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도시 인구의 증가로 인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증가하면서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탄소절감을 위해 자원화 기술 및 시장이 발전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 리서치 네스터 측 분석이다.

리서치 네스터는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는 거의 22억명, 세계 대도시 인구의 54%가 살고 있고 2050년까지 12억명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이에 따라 건설활동도 활발해질 것이고 그 과정에서 많은 양의 플라스틱을 사용함에 따라 재활용 이산화탄소의 기술의 중요성이 더욱 증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23일 기계연 탄소중립기계연구소 히트펌프연구센터는 ‘이퓨얼(E-Fuel)’ 연료 생산용 신형 고효율 마이크로채널 반응기를 개발했다고 밝혔다.(좌측부터)기계연 히트펌프연구센터 김영 책임연구원과 류진우 선임연구원./ 한국기계연구원
23일 기계연 탄소중립기계연구소 히트펌프연구센터는 ‘이퓨얼(E-Fuel)’ 연료 생산용 신형 고효율 마이크로채널 반응기를 개발했다고 밝혔다.(좌측부터)기계연 히트펌프연구센터 김영 책임연구원과 류진우 선임연구원./ 한국기계연구원

◇ 韓, 연구기관 중심 자원화 기술 개발… 의약품·친환경 연료 등 개발 박차

국내의 경우 관련 기술들은 현재 성숙되기까지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것이 산업계 전반의 평가다. 이에 따라 기술 개발은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연구기관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최근 눈에 띄는 성과를 보여준 곳은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에너지연)’과 ‘한국기계연구원(기계연)’을 꼽을 수 있다.

먼저 22일 에너지연 광주친환경에너지연구센터 연구팀은 이산화탄소를 유용한 약물 원료인 카로티노이드로의 전환에 성공했다. 카로티노이드는 40개의 탄소로 구성된 탄화수소 화합물이다. 프로비타민A, 항산화, 항염증, 항암 등 다양한 기능을 가지고 있어 화장품 및 약품 개발에 필수적으로 사용된다.

에너지연 연구팀이 카로티노이드 생산에 사용한 기술은 ‘미생물전기합성(MES)’이다. 이는 전기 자극을 받으면 이산화탄소를 화학물질로 전환하는 특수미생물을 활용한 탄소 전환 기술이다. 미생물이 포함된 물에 이산화탄소를 녹인다. 이 이산화탄소를 먹은 미생물에 전류를 가하면 이산화탄소를 분해, 카로티노이드가 생산되는 것이다. 연구팀은 미생물의 이산화탄소 소모량을 늘리기 위해 이산화탄소 흡수제 ‘모노에탄올올아민’을 전해액에 녹이는 방식을 이용했다.

연구책임자 이수연 책임연구원은 “미생물전기합성을 통한 이산화탄소를 고부가가치 물질로 전환하는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했다”며 “바이오에너지와 바이오화학 분야에서 친환경적이며 높은 잠재력을 가진 ‘다목적 화학물질)’ 기술로, 온실가스 감축과 재활용을 통한 탄소중립 달성에 기여할 것”이라 말했다.

에너지연에서 화학제품 원료 생산에 이산화탄소를 이용했다면 기계연에서는 바이오 연료 생산 기술을 새롭게 제시했다. 23일 기계연 탄소중립기계연구소 히트펌프연구센터는 ‘이퓨얼(E-Fuel)’ 연료 생산용 신형 고효율 마이크로채널 반응기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퓨얼 연료란 대기중 이산화탄소와 수소를 결합해 만든 탄화수소 연료다.

이퓨얼 연료 생산은 수소와 이산화탄소를 합성하는 과정이 필수다. 연구팀은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발열 저항 및 열제거를 위한 반응기를 만들었다. 이 반응기는 기존 제품 대비 소요되는 촉매의 양은 30%로 줄이고 기존보다 30배 생산 용량을 가지는 것이 특징이다. 연구팀에 따르면 연료 생산 과정에서 합성가스의 93%가 연료 전환에 성공했다.

김영 책임연구원은 “이번에 개발한 반응기는 열 제어 성능이 뛰어나 태양열이나 풍력 등 저장량이 불규칙한 재생 전력의 공급량 변화에도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기술”이라며 “향후 재생 전력 공급 과잉 시 전력수요관리 기술로 재생 발전 경제성을 높이고 전력망 안정성 향상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탄소포집저장 시장 성장 추이./ Statista
글로벌 탄소포집저장 시장 성장 추이./ Statista

◇ 이산화탄소 포집은 ‘기업’ 중심 발전… 2031년 시장 9조원 규모

다양한 이산화탄소 자원화 기술의 발전을 뒷받침하는 기술은 ‘탄소포집저장(CCS, Carbon Capture Storage)’이다. CCS는 이산화탄소가 대기 중으로 방출되기 전 붙잡아 저장하는 기술이다. 저장된 이산화탄소는 탱크 등에 옮겨 담은 후 자원화 시설로 이송되거나 땅 속, 해저지층에 영구적으로 저장한다.

이산화탄소 자원화 기술 연구가 연구기관을 중심으로 이뤄졌다면, 탄소포집저장은 기업을 중심으로 발전하고 있다. 자원화보다 현재 훨씬 산업 규모도 클 뿐만 아니라 생산 현장에 바로 적용 가능하기 때문이다. 글로벌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Statista)’에 따르면 탄소포집저장 산업 규모는 약 26억6,880만달러(약 3조6,389억원)로 추정된다. 오는 2031년엔 64억7,140만달러(약 8조8,237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국내서 대표적인 탄소포집저장 기술 개발 및 적용이 이뤄지는 기업은 ‘포스코(POSCO)’를 꼽을 수 있다. 지난 2021년부터 포스코는 탄소포집저장을 기반으로 한 탄소자원화를 철강업계 최초로 실증 사업을 진행 중이다.

포스코의 탄소포집 및 자원화 사업은 2010년부터 포항산업과학연구원과 준비해온 것이다. 철강 공정에서 발생하는 고순도 이산화탄소를 분리 포집하고 이를 ‘석탄건류가스(COG)’로 전환하는 방식이다. COG는 석탄을 고온에서 열분해할 때 발생하는 가스다. 부생가스발전으로 사용 가능하다. 이 기술을 사용하면 연간 3~5만톤의 이산화탄소 저감효과가 있다. 포스코는 포항과 광양에 위치한 양 제철소에 적용 시 총 32만 톤의 탄소 감축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지난해부터는 국내 기업 최로로 미국 해상 탄소저장소 개발도 진행 중이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지난해 9월 최근 미국 텍사스주 토지관리국이 주관하는 탄소포집저장사업 국제입찰에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사업 지역은 ‘텍사스 코퍼스 크리스티(Corpus Christi)’ 인근 해상이다. 사업 면적은 578㎢에 달한다. 저장소 개발 완료 시 플랫폼과 해저파이프라인 설치를 거쳐 수십년 간 저장소에 이산화탄소를 주입할 수 있게 된다. 저장 가능한 탄소 용량은 6억톤 이상이다. 이는 우리나라의 연간 탄소배출량에 달하는 규모이다.

아울러 이산화탄소 자원화 및 포집 기술 산업 발전을 위한 법적 지원도 이뤄질 전망이다. 지난 1월 9일 ‘이산화탄소 포집‧수송‧저장 및 활용에 관한 법률’이 국회를 통과한 것이다. 법안은 2025년 2월 7일자로 시행을 앞두고 있다.

법안은 이산화탄소 저장후보지 선정·공표, 저장사업 허가 등 온실가스 감축에 필수적인 이산화탄소 저장소 확보와 운영에 관한 프로세스 규정 등이 주요 골자다. 또한 관련 산업의 성장기반 조성을 위해 이산화탄소 공급특례, 전문기업 확인, 기술 인증과 기업 R&D, 창업, 신산업 발굴 지원 등을 목적으로 하는 다양한 규정도 담겼다.

스태티스타는 “전 세계 탄소 포집 및 저장 시장은 2024년부터 2031년까지 연평균 성장률 13.5%로 2030년 64억달러를 넘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산업화 속도 및 제조 시설 투자 증가, 여러 산업 분야의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한 각국 정부의 조치 등 다양한 요인이 주요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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